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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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은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가을까지 저자가 월든 호수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것으로 미국 산문 문학의 명고전이라고 한다. 법정 스님의 깊이 애독한 불멸의 고전이라는 점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문장을 원본 그대로 살린 완역본이라는 것에 격하게 욕심이 났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 실천으로 유명하신 분인데 무소유라는 게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세속적 욕망이나 집착에서 벗어나면 완전한 마음의 자유에 이르게 된다는 사상이다. 『월든』에서 저자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의 물질과 최대한의 가치를 알려준다. 늘 바쁜 것에 익숙하고 소유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대인에게 소로가 말한다.


'삶이 단순해질수록 우주의 법칙 또한 간결하게 변하게 마련'이라고.














왜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노력만 하고, 덜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러고 하지 않는가? 어찌하여 존경받는 시민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여분의 장화와 우산을 마련하고, 언제 올지도 모를 손님의 방을 충분히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가르치는가? 왜 우리의 세간은 아랍 사람들이나 원주민의 집처럼 단순하지 못한가?  p50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의 행복을 지나쳐버리는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장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루할 틈이 없다. 오죽하면 멍 때리기 대회까지 생겼을까.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된 우리의 몸 구석 경고의 비명을 지르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다.


20대 후반의 저자는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월든 호수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집을 지으며 자급자족 생활을 한다. 그의 놀라운 실험은 인생의 진리를 깨닫기 위한 탐험이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독자에게 전하겠다는 일념인지 호수의 생활을 세세하게 기록해두었다.


 그의 관찰일기는 소리와 냄새, 공기의 온도 등 모두 느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웅장한 교향곡일 때도 발랄한 왈츠일 때도 있었으며 숲의 청량한 향기와 시원한 바람이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조금 장황한 설명에 나의 상상력이 못 미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의 글로 표현하는 자연의 발랄함과 생명은 과히 칭송받을 만했다.




우리는 옛 현인들만큼 훌륭해져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 현인들이 얼마나 훌륭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인간은 발육부진인 동물이라, 지적으로는 일간지의 칼럼보다 높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신세이다. p149


인간이라 실수할 수 있지만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원하는 분야의 최고에 있는 권위자를 스승으로 삼는 것이다. 그 권위자를 쉽게 만나는 방법이 바로 책이다. 우리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는 책이라는 물질을 좋아한다기보다 그 속에 담긴 활자를 읽는 즐거움과 활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비록 모든 의미를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독서력이 부족하지만 말이다.





호수가의 풍경은 그 어느 곳의 것보다 아름답고 풍부한 감성을 자극한다. 호수는 대지의 눈과 같다. 우리는 그 눈을 바라보면서 내 안의 본성의 깊이를 헤아려본다. 호숫가 근처에 자라난 나무들은 눈동자 가장자리는 수놓은 가느다란 속눈썹이고, 그 주변으로 울창하게 자란 숲과 절벽은 눈두덩이 위로 자란 눈썹이다.  

p256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살기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봄이 오는 모습을 지켜볼 여유와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의 시적이며 은유적인 표현을 보면 대자연에 흠뻑 취한 사랑꾼임이 틀림없다. 자연 안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으려 자문하는 저자는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목가적인 그의 실험에서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를 알 수 있었다. 법정 스님이 이 책에 매료된 건 당연한 것이었다.


천국은 우리 머리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발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행복은 늘 가까운 곳에 있으니 오늘도 잘 버텨보기로 한다. 좋은 문장에 마음이 환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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