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일기 - 윤자영 장편소설
윤자영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희망을 품고 쓴 절망 일기가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었다.




청덕 고등학교 3학년 5반 담임 홍서린은 쉬는 시간 휴대폰에 부재중 3통을 확인하는 동시에 다시 동일한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게 된다. 5반 학생 이승민의 아버지라고 소개하는 남자는 이승민의 교우관계와 4월 25일에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데 홍서린은 이승민을 기억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없는 듯 조용한 녀석이었는데 4월 25일 감기로 조퇴를 허락해 준 학생이다. 별일 없었음을 전하니 아버지는 따로 만나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는데... 이승민이 자살시도를 했는데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승민의 아버지 이달수는 군인으로 평생을 규칙과 규정으로 살아왔고 가정의 문제는 없다고 믿기 때문에 분명 학교 문제라고 의심하지만 홍서린은 이해할 수가 없다. 교사로서 승민이와 대화를 하고자 했지만 아버지는 일체 비밀로 붙여달라고 하지만 그래도 사명을 다해 지켜보기로 했다.
5월 초 충덕 고등학교에 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도 살해. 

3학년 1반 공승민 학생의 후두부로 벽돌을 가격한 살해라는 소문은 벽돌 살인마라고 sns로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다. 이른 아침 교무실에선 중부 경찰서의 두 형사와 함께 긴급회의가 열렸다. 단순 퍽치기인지, 원한을 산 살해인지는 부검을 해봐야 확정이 되겠지만 그전에 학교에서 조사를 하려고 출동한 것이다.
더구나 아들의 시체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공승민의 엄마는 이승민이라고 주장하며 오열하는데 둘이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어떤 사연이 있을까.






az000_복사1111.jpg



나는 소설에서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부족함 없이 무엇이든 해주는 부모가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
학생 개개인은 너무나 소중해서 한 명이라도 소외되는 학생이 없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부디 희망의 학교가 절망의 학교로 느껴지는 학생이 한 명도 없기를 희망한다. _작가의 말 중에서




 개인보다 우선하는 집단주의 문화인 한국에서의 왕따들은 외줄 타기 하는 것처럼 정서가 늘 불안하다. 직장 생활을 하는 어른마저도 따돌림으로 자살하는 현실에서 학교라는 사회에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을 아이들의 행동 결과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방과 후 지옥을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집이라는 곳도 다른 지옥이라면? 살아갈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공승민은 이승민을 괴롭혀왔다. 당하고만 있던 이승민이 단 한 번 도발한 사건은 피해자였던 이승민을 가해자로 낙인찍는 결과를 가져왔다. 마냥 맞아주던 이승민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공승민은 그대로 공격을 받아 입안이 찢어지고 치아까지 상실되었다. 누가 봐도 외관상으로는 피해자로 보였고, 영악한 공승민은 그동안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학교도 부모님도 이승민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학교의 요청으로 전학을 가게 된 이승민은 잠시 지옥에서 벗어났으나 원사인 아버지는 정신교육이라는 전제하에 이승민에게 군장을 매고 운동장을 돌게 만들었고 그 후로도 작은 실수에도 무거운 군장을 매고 운동장을 돌게 만들었다. 성장판을 눌러서 인지 이승민은 또래에 비해 키가 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된 공승민의 체격은 더욱 커졌다. 다시 지옥이 시작되었다. 

과학교사 출신의 작가의 특기를 살려 현실적으로 문제 되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이 소설을 통해 알리고자 했다. 있을법한 이야기가 아닌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을 적나라하게 소설로 녹여냈다. 전형적인 학부형 갑인 공승민 어머니, 자신의 신념을 가족에게 강요하는 이승민의 아버지, 관계 회복의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던 이혼남 남용성 선생, 사랑이 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학생에 대한 집착과 편애를 남발했던 송나영 선생... 이들을 보고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공승민의 어머니를 보고 공승민은 치밀하게 쥐구멍을 만들며 이승민을 괴롭혔다.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집에서는 억압을 받았던 이승민은 극단의 선택인 절망 일기를 썼다.




 한번 펼치면 멈춤 없이 읽어내려가는 <파멸 일기>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가독성이 좋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하지만 완독 후 여러 가지 생각 풍선 때문에 쉽게 독후감을 쓸 수 없었다. 한국, 학교, 청소년, 학부모, 선생님, 사랑, 삶 등 여러 카테고리는 정리한다는 것에 스스로 부담을 갖게 되었지만 어차피 프로 서평러가 아니기 때문에 두서없이 글을 쓰기로 했다.
쉽게 읽어지는 글이지만, 결코 마지막 장을 쉽게 덮을 수 없었던 <파멸 일기>는 다양한 세대들이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