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순정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중학교 1학년, 통통한 볼살에 가느다란 눈, 주근깨가 많았던 혜선이는 나와 절친이 되었는데 얼마 후 혜선이가 친했던 영화라는 아이도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우리 셋은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어서 하굣길에도 붙어 다녔다. 서울 출신이었던 영화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왔는데 그때 혜선이와 친해졌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우리와 분위기가 달랐다. 왠지 세련된 것 같기도 하고 그 애가 좋아하는 것은 왠지 멋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어느 날 영화가 만화방에 가보자고 우리를 꼬셨는데 조금 고민하다고 그 날로 우리 셋은 만화방 죽순이가 되었다. 그 시절에 만화방은 날라리 또는 양아치들이 다니는 곳으로 착한 학생은 금지구역이어서 잠깐 고민했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그다지 위험해 보이거나 불량해 보이는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담배 피우는 아이도 없었다. ㅋㅋㅋ
그리고 순정만화와 열애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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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는 순간 삼십 년 전의 우리들이 떠올랐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이유.. 아니 핑계 중에 하나는 버스정류장 바로 뒤에 위치한 만화방이었다는 것. 그리고 만화방 주인 언니의 라면요리 솜씨는 기똥찼고, 음악 선별도 어쩜 내가 보는 만화의 흐름에 맞는 것을 틀어주는 것이 완전 능력자였다. 긴 머리에 청순한 외모 덕분에 남학생 손님도 제법 많았던 것 같다. ㅋㅋ

<안녕, 나의 순-정>의 이영희 저자는 어린이 시절부터 「굿바이 미스터 블랙」을 시작으로 대부분 만화로 독서 목록을 채웠다고 한다. 어느 한 장르만 편애하지 않고 시대물, SF, 코믹, 가족물 등 여러 장르를 섭렵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재밌게 읽었다.
순정만화는 사전적으로 볼 때는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을 표현하는 만화라고 한다. 순수한 감정이 사랑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종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여성 팬층이 막중하다는 건 인정한다. 보통의 남성은 대놓고 순정만화를 읽지는 않는다. (집에서 볼 수도 있지만 검증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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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작들의 줄거리와 저자의 애정 하는 캐릭터, 그 시절의 저자의 추억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책을 나는 진정 아껴가며 읽었다. 격정적인 정서에 들쑥날쑥했던 성적표를 받고 세상을 비판했던.. 공부도 쥐뿔 하지도 않고 불만투성이였던 어린 이키다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금 생각하면 무지하게 창피하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그 시절에는 저 혼자만 진지한 생쇼를 다 하지 않나. ㅋㅋㅋ

'나는 소싯적 만화잡지 좀 봤다'거나 '댕기, 윙크, 화이트, 이슈 등을 알고 있다'면 <안녕, 나의 순-정>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어린 나와 친구, 그리고 추억을 만나볼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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