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 퇴진 요정 김민식 피디의 웃음 터지는 싸움 노하우
김민식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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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세바시의 강연을 즐겨 듣는다. 강연자 중에는 몰랐던 사람, 유명한 사람, 일반인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듣다 보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듣고 다른 영상이 있는지 찾아보게 되는 강연자가 있다. 세바시로 가져온 김민식 피디의 주제는 내가 관심 갖고 있는 글쓰기였고 그의 언변은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직도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는 나에게 그는 동기와 용기를 부여해 주었다. 김민식 피디가 호스트로 나오는 유튜브 채널 '꼬꼬독'은 정말 재밌고 유익했다. 그는 매년 책 한 권 내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는데 기어이 올해도 한 권이 나왔다.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는 제목부터 흥미로웠고 그의 유쾌하면서 진지함이 묻어난 입담이 생각나 꼭 읽어보고 싶었다.


 2011년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한 학생들이 총장실 점거 농성을 하며 '총장실 프리덤'이라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싸움의 방식이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김민식 피디는 mbc 파업 홍보 영상 'mbc 프리덤'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이 영상은 조회 수 30만을 넘겼고 김민식 피디는 정직 6개월 징계를 받게 되었지만 'mbc 프리덤'을 연출은 그에게 어떤 드라마보다 더 의미 있는 작업이었고 인생 대표작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능 피디가 드라마 피디가 되면서 <내조의 여왕>을 연출하며 신인상을 거머쥐었지만 'mbc 프리덤'을 자신을 대표하는 인생작으로 생각하는 그는 회사를 지독히도 사랑했다. 그가 짝사랑하는 후배에게 허세를 부리고자 입사한 mbc 방송국은 통역사 시절의 수입에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박봉이었지만 일이 너무나 재밌었다고 한다. 재밌게 일만 하다 보니 부역자가 되었고 파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던 그가 드라마국에 안착하기 위해서 출마했던 노조 집행부 선거에서 '노조 부위원장'으로 당선이 되었다. 설 연휴로 싱가포르에 있는 가족을 만나는 사이 총파업 투표의 찬성으로 mbc 170일 파업이 시작되었다. 



노조 없는 회사에서 나 혼자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조직문화 아래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게 더 행복한 일터라고 나는 믿든다. 딴따라로서 즐겁게 일하기 위해 나는 노조와 함께 싸운다. p89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는 스스로 딴따라라고 지칭하고 다니는 그가 재밌게 투쟁, 세상을 변하게 하는 방법을 유쾌하게 이야기해주었다. 그의 발자취는 영화 <공범자들>에 담기기도 했다. 솔직히 다큐영화는 잘 보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보고 싶어졌다. <공범자들>은 정권이 바뀌자 사라지는 프로그램, 보이지 않는 아나운서들의 사연을 알 수 있는 영화라고 한다. 부패된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면서 철저하게 국민의 눈을 가린 시절에 그들과 맞서 세상을 바꾸겠다고 투쟁했던 언론인들 이야기다. 그중에 이용마 기자와 김민식 피디의 장면도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용마 기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책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은 병마 중에도 투쟁하던 그가 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유산 같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 대한 답을 하고자 김민식 피디는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를 집필했다. 자녀들이 생전의 아버지가 위대했음을 알리고자 mbc 파업으로 힘들었던 동료들을 위해 집필한 이 책은 굉장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무거운 소재지만 '나쁜 놈들 더 기분 나쁘라고 웃으며 다닌다'의 그의 유쾌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현대인들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며 살고 있다. 더럽고 치사한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상책인 것인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즐겁게 버티고 소심하게 복수하는 방법, 내 인생에 예의를 지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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