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시작법
최정우 지음 / 홍익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좀 있다 해야겠다.

저녁에 하지 뭐.
오늘은 너무 피곤했어. 내일부터 해야겠다.
다음 달부터는 할 수 있을 거야.
올해는 틀렸어. 내년부터 하자.


 수없이 미루었던 시간은 결국 시작도 하지 않은 채 지나가버렸다. 애초에 무리한 계획을 세운 것일까.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새해가 시작되고도 벌써 3월, 느슨해진 나에게 자극이 필요했다. 책이 필요했다. 말로 듣는 잔소리는 무척 짜증이 나는 반면, 글로 보이는 잔소리는 싫지가 않다. <무엇이든 시작법>을 통해 잔소리를 보기로 했다.


 이책의 저자 최정우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부품으로 변해가는 선배를 보며 1년 2개월 만에 퇴사를 하고 전문가 자격증 수료를 위해 도전했지만 실패할 것 같은 생각만 들어 포기하고 다시 예전의 삶을 돌아갔다고 한다. 막연하게 '죽기 전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써보는' 소망을 품었던 저자는 성공해야만 책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뒤집어 책을 써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열악한 상황이라도 일단 들이대보는 것이 성공의 비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이 책은 머뭇거림으로 시작하지 못하는 사유를 심리학적 이론 설명, 연구 사례, 저자의 경험 등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무엇이든 시작법> 1장부터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 장은 심리학적 이론과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주저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2 장은 흔들림없게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3 장에서는 '시도하니 생각보다 할 만하다'라는 경험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는 습관과 사고법을 안내해 주고, 마지막으로 시작했던 일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의 뇌는 익숙함을 쫓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될 때 당연히 주저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주저했던 일도 몇 번 하게 되면 익숙해지게 마련인데 꼭 처음이 잘 안된다. 하루를 머뭇거림으로 시작해 머뭇거림을 끝날 수 있다는 저자의 문장에 가슴이 콕콕 쑤셨다. 왜 나는, 우리는 시도하기를 두려워할까.
주저하게 되는 이유를 심리학적 이론으로 부작위 편향, 보유 효과, 자기합리화 등이 있고 그 외에도 타인의 시선, 학습된 무기력, 자격 불충분, 경험과 지식 부족 등이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도 중요한 사유가 된다. 


현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데 이런 심리를 보유 효과라고 한다.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상에 실제보다 높은 가치를 매기게 되는 현상(p23)으로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현재에서 잃을 것이 있게 되면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유 효과는 내가 퇴사 결정을 하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였다. 퇴사 이후 경제적 환경이 몹시 부담스러웠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누렸던 품위 유지 비용과 자기관리 비용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생활비도 아껴 살아야 한다는 자체가 싫었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집중적인 치료와 휴식이 필요한 몸이라 깊은 한숨을 내쉬며 퇴사 의사를 알렸다. 근로계약 조건 상 한 달 후 사직서를 작성해야 했다. 그 한 달 동안에도 마음이 무척 심란해서 되돌릴까 여러 번 고민을 했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나왔다.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났다. 빡빡할 것 같았던 가계부가 생각보다 여유 있었다. 한 사람(배우자)의 급여로 생활이 힘들 것이라던 나의 계산이 틀린 것인가. 고정지출에 알파 비용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 같지 않은데 괜찮았다. 오히려 운동을 하니 병원비용이 줄어들어서 외식도 예전처럼 자주 하게 되었다.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도 살아지는구나'라고 몰랐을 것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즉 컴포트 존에 계속 머무는 상태가 된다. 말 그대로 편안한 자세와 편안한 마음에 머무르는 것이다. 상급 단계로 도약하고 싶다면 아무리 불편하고 힘들어도 변화와 시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p79)


저자는 자신의 컴포트 존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리스트를 적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컴포트 존을 늘려가보는 것이다. 저자는 독수리 타법이 컴포트 존이었다고 하는데, 나는 오래전에 키보드를 봐야지만 타이핑되는 컴포트 존이 있었다. 타이핑 속도는 제법 괜찮았지만 키보드만 쳐다보고 있으니 한글이 영문으로 쳐지는 실수가 잦았다. 이것이 나의 한계라고 생각했지만 연습을 하니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손가락을 움직이면 된다.

한국 사람의 특징인 '빨리빨리'가 우리를 더욱 힘 빠지게 만들곤 한다.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쉽게 지치게 마련이라 시도를 꾸준히 한다는 건 쉽지 않기는 하다. 하지만 성공은 질이 아닌 양에서 나온다고 했다. 한두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위인들도 수많은 시도 끝에 한두 개가 성공해서 역사에 기록되었다. 시작하지 않으면 생각으로 끝난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발전도 없고 아무 일도 없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것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스스로 내린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자세를 갖는 게 더 중요하다. (p98)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던 경험은 온전히 내 것이 될 것이다.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실패할 확률은 적어지겠지만 큰 성공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무엇이든 시작법>에서는 우리가 목표에 다가서는 과정에서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방법이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라고 잘 알려주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윤리에 어긋나는 게 아니라면 바로 시작해보자. 매 순간 주저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