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왕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지음, 송섬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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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은 원제가 '1793'으로 1793년 스톡홀룸을 배경으로 한 역사 추리소설이다. 이제 갓 스릴러 소설의 묘미를 알게 된 나는 지인의 강력한 추천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 시대의 문화와 분위기를 한 소설에서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18세기의 스웨덴은 영국과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는데, 특히 1700년대 후반기의 문화는 프랑스풍이라고 한다. 귀족 가문들은 프랑스의 생활 양식에 도취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프랑스의 변화는 그들에게 핫이슈였음을 알 수 있다. 루이 16세가 처형당하고 남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참수형 예정이었는데 소설에 중반부에 결국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음을 읽을 수 있었고, 의학지식이 부족했던 때라 민간요법과 미신에 더욱 의존하던 시대였음을, 지독한 가난이 사람을 비루하게 만든다는 것을 실감했다. 


<늑대의 왕>은 총 4부로 나눠진 이야기로 모두가 연결고리가 있는 스토리였다.

1부 인데베토우의 유령_1793년 가을
파트부렌 호숫가에 떠오른 시체를 아이들이 발견하고 방범관인 카르델에게 신고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쓰레기 호수라 평상시에도 온갖 더미가 난무한 더러운 곳이라 시체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시체라고 보기에는 크기가 작아서 귀찮아하고 있던 찰나 손에 잡힌 그것은 사지가 절단되고 눈알과 치아가 제거된 남성을 보게 된다. 흉측했지만 금발만큼은 아름다웠다. 카르델은 순간 전장에서 동료를 잃고, 자신의 왼팔을 잃었던 트라우마 발현으로 없는 팔의 통증에 고통스러워한다.

법조계에서 저명했던 세실 빙에는 창백한 피부, 큰 눈에 앙상한 체형으로 생명의 불씨가 언제 꺼질지 모른다. 그의 가벼운 몸짓은 소리 없이 돌아다니는 유령과 같아 인데베토우의 유령이라고 불리고 사람들은 그가 이 겨울 안에 죽을 것인지에 대해 내기를 하고 큰 목돈을 챙길 자가 누구인지 기대를 하곤 했다.
그의 학창 친구인자 치안총감 요한 구스타프 놀린에게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으나 거절할 수 없는 살인사건의 비공식 수사 부탁을 받게 되는데 마지막 남은 시간을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신분을 알 수 없던 시체의 이름을 묘지기의 추천되로 칼 요한으로 부르기로 한다. 칼 요한을 처음으로 건진 카르델에게 협조를 구하고 이 둘은 파트너가 되어 비공식적으로 수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빙에는 나날이 많은 피를 토하고 더욱 앙상해져 간다.
두 가지 확인된 단서로 각자 하나씩 파헤치기로 한다. 


"내가 보기에는 제일 먼저 오른팔이 잘린 것 같아. 그다음이 왼 다리, 왼팔, 오른 다리 순서겠군. 아무는 속도가 나랑 비슷했다고 치면 오른팔이 잘린 건 한 석 달 전일 것 샅아. 오른 다리는 한 달쯤 된 것 같고." /41


3년 전 전장에서 한쪽 팔을 잃은 카르델은 시신의 사지가 아물 수 있는 시간을 두고 차례대로 베어 나갔다는 것을 추리한다.

"저는 올겨울이 끝날 때까지 살아 있지 못할 겁니다. 곧 저는 어떤 원인과 결과에도 종속되지 않은 몸이 되겠지요.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건 간에, 당신은 홀로 버텨야 합니다."
"그럼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자네의 이 짝패가 난리 법석에 함께 휘말리는 꼴을 구경하려면 말이야." / 71


"빙에씨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언제나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남의 약점을 찾아다니는 늑대일까요?" / 92 


예전에 세계사 책에서 사람을 전시했다는 시대가 있음을 알고 놀라움에 치를 떨었는데 책 속의 시대에도 귀족들의 놀이문화에 인간 전시가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보통 인간은 아니다. 선천 기형이거나 질병으로 뒤클어진 신체를 가진 자들은 눈요기 감이 되었다. 눈과 치아를 잃고 사지가 잘린 칼 요한도 귀족들의 비밀 장소인 케위세르 저택에 보내져 머물러 온갖 추행을 당하다 생을 마감했다.

칼 요한을 바로 죽이지 않았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눈알과 치아를 먼저 제거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정말 악마일까.
악마적인 취미로 즐긴 놀이일지 증오로 가득한 복수인지 끝이 궁금했다. 


2부 피와 포도주_1793년 여름 。 외과 견습생 요한 크리스토페르 블릭스가 누이에게 편지를 쓰듯 일기를 기록하는 내용으로 살인자가 등장한다.

3부 나방과 불꽃_1793년 봄 。 안나 스티나라는 소녀가 소꿉친구의 프러포즈를 거절하다가 매춘녀로 신고받고 억울하게 교화소로 잡혀가게 되는 내용이다.
4부 늑대 중의 늑대_1793년 겨울 。각자 수사하던 카르델과 빙에가 만나 퍼즐을 맞춰가며 드디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늑대 중에 살아남은 늑대가 누구인지 책에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당신의 표정이 바뀌는 걸 전 분명히 봤습니다. 절 속일 생각은 마시지요! 당신이야말로 진짜 늑대입니다.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당신이 늑대인 건 분명하지만, 만에 하나 제 짐작이 틀렸다 해도 당신은 조만간 늑대들의 법칙을 받아들이어야 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중략) 다신의 송곳니는 아주 깊이 파고들 겁니다. 어쩌면 당신이 둘 중 더 힘이 센 늑대가 될지도 모르지요." / 95~96 


2부와 3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사건과 연결된 관계자였다. 그 시대에 없는 자가 배부를 수 있는 방법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각 스토리에서 볼 수 있었고 여성에 대한 비윤리적인 학대에 대해서도 생경하게 알 수 있었다. 참혹한 시대상은 다시 반복되지 않겠지만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 행하는 수법은 달라졌어도 사라지는 않는다는 진실에 착잡해진다.

<늑대의 왕>의 후편 1794에서도 왠지 카르델과 빙에의 파트너십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든다. 잔혹하지만 스릴러소설 입문자인 나도 불편하지는 않았고 역사 속에 잠시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한 표현이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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