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수집가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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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편이다. 꼬맹이었을 적에 본 <전설의 고향>의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이불 속에서 땀을 흘렸고, 조금 커서 본 <쏘우>는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공포물을 접한 날에는 어김없이 악목을 꿨다. 지금도 공포 장르의 영화는 열외 대상이다. 그나마 <웜 바디스>같은 코미디물 공포는 괜찮다. 그리고 책은 영화보다는 덜 무섭다. 아무래도 나는 시각적으로 더 크게 느끼는 모양이다. 물론 공포소설도 밤에는 읽기가 힘들다. ㅠㅠ


장편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 <살롱 드 홈즈>으로 익숙한 전건우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그가 공포소설가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서운 이야기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의 괴담도 채집을 하고 사람들이 들려주었던 이야기도 모두 모아두었다고 한다.


괴담이란 섬뜩하고 기분 나쁘며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말한다. 자칫 자극적이고 유치한 잡설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긴 생명력을 가진 괴담은 종종 그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_ p 5(머리말 중에서)


얼마 전 귀신들의 이야기 <호텔 델루나>가 인기를 끌었던 건 장만월과 구찬성의 설레는 러브라인도 좋았지만 시대별로 사연이 많은 귀신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너무 재밌게 봤던 드라마로 종영되어 아쉽다.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꼭 김수현 때문은 아니다. ㅋㅋ)

<괴담수집가>에서도 재밌는 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다행히도 매우 잔혹하거나 심장을 쪼그라들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다. 무려 열다섯 가지의 괴담 이야기를 순식간에 끝내버렸다. 작가님이 마술을 부린 걸까. 한번 잡으면 놓지를 못하고, 끝장을 보게 만드는 그런 마술. 


악귀가 되기 전에 그들도 사람이었고, 그들의 한이 서린 사연에 구천을 떠돌게 되었다. 무섭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또 구제옷을 함부로 사면 안되겠구나~ 보이스피싱이라도 막대했다간 큰 화를 입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이야기는 귀신만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보이스피싱'이었다. 어눌한 솜씨의 전화사기꾼에게 인생이 뭐 같아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상호는 필요 이상으로 험한 말을 쏟아낸다. 이미 상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던 일당들은 408호로 찾아가는데...

'옆집 사람'은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다. 평범하고 친절한 옆집 사람이 많은 사람들을 공포로 떨게 했던 장본인이었다는 것. 


모든 이야기의 끝은 '진실은 알 수가 없다'로 맺어진다. <괴담수집가>는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 더 관심이 가고 흥미로웠던 것 같다. 작가가 선별한 열다섯 가지 이야기로 책은 마무리되었지만 수많은 괴담으로 또 어떤 재미난 책을 엮어나갈지 무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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