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걸 안전가옥 오리지널 2
김민혜 지음 / 안전가옥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조가비는 오늘도 인스타 속에 슈퍼 인플루언서 유진주 계정을 스크롭하며 연신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서울 남자와 결혼하려고 바닷가 깡촌에서 상경했다는 서른여덟의 나 원장과 전 직장에서 인연이 되어 언니 동생 하다가 지금은 그녀가 일하는 네일숍에서 직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나 원장은 따끈한 밥에 젓갈을 팍팍 퍼 주는 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가비는 한 달 죽어라 일해 봐야 버는 돈은 고작 150만 원, 곧 계약기간이 만료되려고 하자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겠다고 통보를 한다. 사는 게 팍팍한 가비는 유진주의 화려한 피드를 보는 것이 일상의 유일한 낙이다.



쉰 내 나는 걸레에 아세톤을 흠뻑 적셨다. 진상 손님이 남긴 얼룩을 비벼 닦을수록 지독한 향이 올라왔다. 눈이 매웠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원하는 감각을 세상에 마음껏 펼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렵게 찾은 꿈을 그려 낼 도화지가 손님의 자그마한 손톱 열 개뿐인 사람도 있다.

 


어느 날 원장은 먼저 들어가고 혼자 가게를 정리하는데 급하게 손질해야 한다며 진주가 네일숍에 나타났다. 몇 년 동안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 해 왔던 사람을 실제로 만난 가비는 의느님의 흔적은 전혀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신이 창조해낸 여신의 품격을 마주 앉은 진주에게서 발견하고는 더욱 친해지고 싶어진다. 열 손가락 끝이 죄다 바스러져 있는 진주의 손톱이 가까스로 살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왜 그런지 물어보니 개한테 물렸다고 답하는 진주의 손목에서는 조말론 레드로즈의 향이 풍겼다. 관리를 끝내고 마중 나갔다 온 가비는 진주가 챙겨가지 못한 반클리프 팔찌를 돌려주려고 다시 나갔지만 진주를 태우려 왔던 차는 이미 가버렸다. 진주의 계정을 찾아 DM을 보냈지만 수많은 DM 속에 가비의 글은 묻혔는지 수일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만나면 돌려주려 했던 그 팔찌는 어느새 가비의 손목에서 빛나고 있었다.


에 쥐지 못하는 걸 잡고 싶어하는 건 남자든 여자든 비슷할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나 탐내는 것이라면 더더욱. 가비는 두근거렸다.

 


진주의 계정에 댓글을 남긴 가비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 진주가 네일 했다는 숍을 찾아오는 손님이 제법 불어났고 가비의 계정의 팔로워 수는 늘어가니 가비는 더욱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다. 진주의 최측근이 네일숍을 찾아오고 가비는 자신도 모르게 건물주의 외동딸이자 네일숍의 사장님이 돼버렸고 이 정보는 SNS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가비를 더욱 환호한다. 나원장을 들들 볶아 소개팅을 하게 된 주방보조 훈이는 인스타 '스타 군단'이 자주 가는 청담동 프렌치 레스토랑 맵 31에서 일한다. 첫 만남을 맵 31에서 인증 사진을 올리고 싶었던 그녀는 소원이 이루어지고, 감동의 식사를 하는 중 진주 커플도 레스토랑으로 들어오자 바로 인사를 건넨다. 당일 계정에서도 반가운 댓글을 달자 급속도로 팔로워 수가 늘어난다. 

 


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잖아? 그럼 적어도 나쁘게 사는 건 아니지 않을까? 몸이 나른해졌다. 생각을 하지 않으니 괴로움이 덜했다. 

 


<인스타 걸>은 인간의 본성인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욕망이라는 자체는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방향에 따라 땅속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사람들의 관심인 그들은 화려한 가면을 바꿔가며 더더욱 실제의 자신을 숨긴다. 이 책에서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진정한 마음을 나누지 않는 인친들을 볼 수 있다. <인스타 걸>의 등장인물들은 나 원장 빼고는 다들 제대로 된 사람이 없어 안타까웠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빠르고 경쾌한 김미혜 작가님의 글은 아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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