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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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이웃님의 추천으로 네이버 북카페를 알게 되면서 장르 소설의 재미를 알기 시작했다. 미궁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구도가 굉장한 흥미를 유발했다. 여러 작가의 추천도 받아봤지만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팬덤이 형성된 작가라고 들었다. 그의 초기작이 더욱 빛이 났다는 이웃님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분신>은 1993년 9월에 발표했고, 2012년 2월부터는 wowow tv에서 5부작으로 드라마 제작이 되기도 했다. 주연배우의 연기가 미숙한데도 워낙 스토리가 탄탄하여 시청률도 좋았다고 한다. 체외수정도 생소한 그 시대에 클론이라는 소재로 소설을 쓴 히가시노 게이고는 대단한 작가인 것 같다. 


내가 클론을 처음 만난 건 영화이다. 2005년에 개봉한 미국 SF 액션 스릴러 <아일랜드>에서 이완 맥그리그와 스칼렛 요한슨도 자신들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로 시작한다. 미국에서는 실패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흥행된 영화로 알고 있다.

<분신>에서의 클론은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 마리코, 그리고 도쿄에 살고 있는 후타바이다. 마리코의 장과 후타바의 장으로 이야기를 교차 형식으로 풀어낸다. 


마리코는 부모 누구와도 닮지 않은 외모와 엄마와 멀어지는 거리를 느끼며 출생의 의문을 갖게 되지만 호적상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중 집에서 엄마가 준 사과차를 먹고 잠이 든 마리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화재로 엄마는 사망하게 되고 아빠도 약간의 부상을 입게 된다. 마리코는 엄마가 자살했다고 생각하고 그 진상을 알기 위해 아빠에게 물어보지만 아빠는 슬픈 기억을 꺼내지 말고 잊으라고만 한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후타바는 아마추어 밴드의 보컬로 제법 노래를 잘하지만 엄마는 TV에 나가는 것을 격렬하게 반대한다. 엄마에게는 숨기고 출현한 후타바는 죄책감에 주눅이 들어 집에 들어가지만 엄마는 별말을 하지 않는다. 서먹해진 모녀관계를 해결하기도 전에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다. 뺑소니 사고이면서 고의적인 살인으로 중점 수사하려던 경찰은 어떤한 압력에 의해 수사를 그만두게 된다. 후타바는 자신의 TV 출현과 엄마의 사고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을 품게 되고 직접 알아보기로 결심하는데 ...


마리코와 후타바는 각자 조사하던 과정 중에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기원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자신들이 어떤 존재인지도 알게 된다. 자신의 존재가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마리코나 후타바는 진실로 자신을 사랑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정말 모성은 강력한 것 같다. 비록 유전자가 자신과 관계가 없더라도.


P.158) 스크랩된 기사는 모두 이하라 ?사쿠에 관한 것이었다. 이하라 ?사쿠는 보수당의 실력자로, 몇 년 전에 수상을 지내기도 한 인물이다. 지금은 표면적으로 나서지 않지만, 정계의 실권을 쥐고 있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p 221) 문제는 왜 엄마가 갑자기 아빠가 옛날에 사랑했던 여자를 조사하기 시작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의 얼굴이 지워진 이유도 아직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여성을 만나면 뭔가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448) 정상적인 인간이다. 나는 생각하고, 책을 읽고 감동할 줄 아는 인간이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에 유일하지 않다. (중략) 이런 인간에게 어떤 존재 가치가 있을까. 루이뷔통의 복제품이 헐값에 팔리는 것처럼, 아무리 귀중한 문서라도 복사물은 가차 없이 파기되는 것처럼, 위조 화폐가 통용될 수 없는 것처럼, 나란 존재도 이렇다 할 가치가 없지 않을까.

p548) 호소노 수녀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그녀라면 내가 신의 뜻을 거스르며 태어난 존재라고 해도 다정하게 대해 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앤 셜리처럼, 자신의 출생 따위는 개의치않고 밝게 살아가고 싶다. 


 정계는 그녀들의 특수함이 필요하게 되었고, 정치가의 후원을 받은 연구원들은 인간이 해선 안될 영역을 또다시 침범하고자 그녀들을 이용하려고 한다.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실험 대상으로 만 바라보는 연구원들이 소름 끼치기도 하고 인위적인 생명의 탄생과 목숨줄을 맘대로 주무르려는 권력자의 탐욕도 소름 돋았다. 과연 마리코와 후리타는 어떻게 될까. 그녀들의 결말은 책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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