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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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바람난 남편을 또는 친구의 남편을 미행하는 아내들의 복장은 어김없이 똑같았다. 트렌치코트와 큼지막한 선글라스 그리고 얼굴을 거릴 스카프. ㅋㅋ 사실 더 눈에 띄는 스타일인데도 그녀들은 고수한다.

"물론, 스카프도 필요하지. 트렌치코트와 스카프는 홈즈와 왓슨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여름을 바라보는 5월 말, 현상금이 걸린 성추행범 쥐방울을 체포하기 위해 네 여자가 뭉쳤다. 미리, 지현, 경자, 소희, 이들의 팀명은 '주부 탐정단'이다.



"내 마누라 내가 때리겠다는데..."
산발한 머리, 반쯤 찢어진 원피스, 신발은 한쪽만 신은 노지숙이 미친개로부터 도망쳐 슈퍼로 피신 왔다. 또 지숙의 남편은 소문난 미친개로 술만 마시면 아파트 단지가 떠나가듯 욕을 내뱉고 지숙이를 때렸다. 그리고는 술이 깨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 기억을 못 하는 인간이었다.
미리는 도와달라고 소리 질렀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다. 괜히 부부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오히려 경찰들에게 한소리를 들었던 경비 책임자인 광규가 억지춘향으로 거들어주었다. 미친개는 경찰에게 연행되었고 지숙은 구급차에 실려갔다. 미친개의 폭력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것을 지숙은 알고 있다. 하지만 여덟 살 된 윤서가 걱정되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도망칠 생각을 못 한다. 지숙의 곁을 지키던 네 여인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창밖을 보던 미리는 우리가 쥐방울을 잡아 현상금으로 지숙이도 돕고 나눠쓰자고 한다.


"제 의무는 환자분의 치료에 있죠. 남편을 죽여서 우울증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적극 권해 드리고 싶군요."
공미리와 박도진은 환자와 닥터의 관계보다는 깊어 보였다. 우울증이 있는 공미리는 과도하게 의사 선생님에게 의지하고 박도진도 공미리를 특히나 챙겨주는 모습에 둘은 핑크빛으로 연결되려나 했는데 오호~ 중반부로 갈수록 선명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빠가 치킨 사 간다."
사건에 소극적이었던 경비 책임자 광규는 열혈 아줌마들의 성화에 못 이겨 사건을 조사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는 아줌마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감복을 받은 터였다. 이 경비 책임자는 감초인 조연 캐릭터로서 나중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ㅎㅎ
광규의 도움으로 쥐방울의 피해자 주소를 알게 되고 방문하여 사건 정황을 듣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지현을 기다리던 소희는 치킨 봉투를 들고 오는 남자에게 납치가 되는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엔 범죄자들이 있다. "
수개월째 경찰도 잡지 못하는 쥐방울의 수법은 날로 진화되고 있었다. 처음 사건으로 처음인지 본인도 당황하여 도망갔지만 그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검은 봉지에서 여자의 잘린 손목이 발견된다.
현상금이 걸린 쥐방울이 토막 시체의 범인일까?
추리소설을 즐겨 읽고 탐정이 꿈이었다던 공미리는 놀랍도록 예리했다.
흙냄새와 꽃향기, 치킨 봉투, 교차로의 악마, 그녀의 시선으로 곳곳에 증거들을 수집했고 조사했다. 드디어 한 집만 확인하면 된다. 거기에 소희가 있을지도 몰라..



엄마는 천하무적
남성 작가분이 이런 소설을 쓸 줄이야~ 정말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아줌마라고 하면 억척스러움, 뻔뻔함 등등 무시해도 될 사람이라는 대명사로 쓰이는 것이 마음이 안 좋았다. 그녀들이 왜 억척스러워졌으며 뻔뻔해져야만 했는지는 생각하지는 못하는 걸까. 주부 탐정단의 언니들도 약한 여자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은 사투 중 삶의 끈을 포기하려고 할 때 초인적인 에너지의 근원지가 있었다. 바로 자식이다. 자식은 여자를 초인으로 만든다. 가족이 살아야 할 이유를 주는 존재인 것이다. 아흑 감동 ㅠㅠ
<살롱 드 홈즈>는 몰입력이 굉장했다. 여행지에서도 놓고 싶지 않았던 소설은 처음이었으니까. 정말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캐릭터를 소화할 연기자를 골라봤는데 경비 책임자 광규는 김광규 씨가 안성맞춤인 것 같다. 꼭 화면으로 보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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