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가게 라임 어린이 문학 29
김선정 지음, 유경화 그림 / 라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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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적에는 한 번도 피부병으로 고생한 적이 없었어요. 엄마가 저를 가졌을 때 매일 집에 과일상자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서 아빠 피부를 닮아 여드름이 나고 서른 넘어서는 성인아토피와 각종 알레르기로 이틀에 한 번꼴은 항히스타민제를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요. 먼지와 금속, 음식, 그리고 온도차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제 몸이 너무 싫었지만 아토피는 완치가 없다잖아요. 스스로 주의하며 살기로 했지요 ㅋㅋ
맛있는 음식을 참아야 하는 고통은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은 더 힘들겠죠.
그런데 아이 눈에만 보이는 신기한 가게가 있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가렵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 신비로운 식당 너무 궁금했어요. ㅎㅎ


아기 때부터 아토피 때문에 여전히 신중하게 식단 관리를 하는 환이는 엄마가 비는 시간에 편의점에서 각종 과자와 콜라 라면을 사 왔어요. 몰래 라면 먹다가 들킨 환이는 그대로 얼음이 돼버립니다. 그것도 한 젓가락을 입에 올린 그 시각에 엄마는 집에 온 거예요.. ᅲᅲ 엄마는 화는 내지 않고 조용히 음식들을 처리합니다. 환이는 풀이 죽어 학원 길을 나섰지요.
학원차를 놓치고 걸어가고 있는데 못 보던 가게가 보입니다.

"세상에 모든 라면"
조금 전 한 젓가락도 못한 라면이 생각났지만 학원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그 뒤로 그 가게를 지나가는데 자꾸 간판이 바뀌는 거예요. 우와 0~0




용돈이 삼천 원뿐이었지만 눈에 밟혔던 그 가게에 가보기로 결심합니다.
혼자서는 다닌 적이 없어서 어른들에게 말 잘하는 진혁이와 가려는데
"진혁아. 신통한 약국 약국 옆에 새로 생긴 라면 가게에 안 갈래?"
이런 진혁이는 그런 가게를 본 적이 없다고 해요. 어떻게 그러죠.
매일 간판이 바뀌는 그곳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데요. 환이는 그동안 잘 못 본 것인지 불안합니다. 정말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뛰어가요.
방과 후 학원 시작까지 한 시간의 여유를 라면 가게에 쏟아붓고자 냅다 뛰어갑니다.
그런데 오늘의 간판이 "삼천 원만 있으면 무제한 먹을 수 있는 가게"로 바뀌어 있어요.


굉장했어요. 외할머니가 몰래 끓여준 라면 보다 세상 맛있는 라면이었어요.
그런데 가게에는 시계가 없었어요. 계산을 하고 나와 학원을 놓쳤을 거라 생각했는데 학원차가 바로 왔습니다. 가게 안에서 맛있게 먹었던 라면 맛이 기억이 안 나요. 그리고 몸이 가렵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다음 날 그 가게는 치킨집으로 바뀌어 있는데 너무나 먹고 싶은 치킨이지만 환이에게는 천 원뿐이었어요.
갑자기 간판이 "오늘 하루 딱 천원 치킨 뷔페"로 바뀌네요.
신나게 먹고 있는데 티브이만 보는 여자아이가 신경 쓰여 말을 건네봅니다. 물속에 있는 것 같은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 무서워 가게에서 나와버려요.

주말에 숲 체험을 하기 위해 버스 타고 가는 도중에 창밖에 세상에 모든 젤리 가게로 바뀐 가게를 봤어요. 선생님이 잠시 화장실 가는 시간이라고 차는 멈추게 되었고 환이는 가게의 말 하는 손잡이에 잡혀 가게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엄청난 과자의 집으로 변신한 가게 안에서 황홀경에 빠진 환이.


배부르니 눈꺼풀이 무거워집니다. 눈을 떠보니 곁에 무서운 아줌마가 환이를 보고 웃고 있었어요. 여기서부터는 헨델의 그레텔 스토리와 비슷합니다.
환이는 우여곡절로 탈출합니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자기방의 침대 위였어요.

엄마는 환이를 위해 엄청 노력했다고 생각했답니다. 재미있게 동화를 읽어주는 영어 학원을 찾고,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한다는 논술학원을 골랐어요. 몸에 좋은 먹거리를 찾느라 눈이 빠지도록 인터넷 정보에 훑어봅니다.
무엇보다 도시 속에서 자연을 느끼지 못할 환이를 위해 숲 놀이 체험은 굉장히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환이는 숲 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에 엄마는 고민합니다. 환이를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말이죠.
다음 날 아침 라면을 건강하게 끓여 환이와 함께 먹어요. 환이는 엄마가 싫어하는 라면을 왜 끓였냐고 묻는 말에 엄마는 얼마나 맛있길래 네가 좋아하는지 엄마도 먹어보고 싶었다고 했어요. 그렇게 둘은 행복한 시간을 가졌답니다.



이 동화책은 아이의 시선과 어른의 시선으로 그려진 동화였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점과 엄마가 보고 느끼는 점이 다를 것 같아요. 좋은 것만 주고 싶고 더 건강한 것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을 아이는 백 프로 이해하고 받아들일까요. 조금이라도 부모의 마음을 아이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처럼 보였습니다.. 다만 1학년이 읽기에는 글자 수가 많은 것 같아요. 꼬맹이의 집중력으로는 호흡이 긴 책이라는 느낌이었어요. 어릴 적 엄마가 느낀 고통이 아이에게 투영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고 뭉클했답니다. 이거 스포인가요. ㅎㅎ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보기에 좋은 그림 이야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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