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 펭귄클래식 156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피오나 스태퍼드 해설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풍요로운 가정에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제인은 열두 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스무 살이던 1795년에는 장편소설 <이성과 감성>을 완성했다고 한다. 글짓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던 나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숙제 중에 줄거리를 적어오는 것과 독후감 글짓기는 나에게는 혼돈의 카오스였다. 무언가를 느끼기는 하지만 정리를 하고 글이나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지금도 어려운데 어린 나는 더욱 고통이었다. <에마>는 본래 3권짜리 판본에다 내용이 1,000페이지에 달했다고 한다. 글자가 빼곡하면서 두꺼운 책은 부담감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이 책을 펼쳐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술술 읽힌다. 시간은 제법 걸리지만 책을 놓고 싶지 않았다.


에마 우드하우스...
제인 오스틴이 가장 사랑했다는 캐릭터인 에마는 무척 매력적인 아가씨였다.
부유한 우드하우스 가에 둘째 딸로 태어난 에마 우드하우스는 아름다운 외모에 똑똑하기까지 그야말로 지성을 겸비한 명랑한 여인이었다. 우드하우스의 두 딸의 엄마나 다름없던 16년째 가정교사 테일러는 4년 전 에마의 중매로 인해 결혼하게 된다. 사랑을 맺어주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되고 보람을 느끼게 된 에마는 본격적으로 커플매니저가 되고자 하지만 딸바보인 에마의 아버지는 둘째 딸이 힘들거나 상처받을까 걱정스럽게만 보인다. 딸을 너무나 사랑한 아버지는 큰 딸 이저벨라가 결혼한 후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남은 딸에게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에마는 그야말로 우드하우스의 안방마님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자신이 부유하며 이쁘고 똑똑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서일까. 가끔 거만해 보이는 구석도 있다. 무지한 사람을 비꼬기도 하고 신분 차별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씩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다. 


유일하게 에마를 디스 하는 남자 나이틀리는 이저벨라의 남편의 형이다. 그러니 사돈지간이라는 것. 둘의 갈등이 사랑의 불씨가 된 것일까. 언제부터 에마가 그의 가슴에 훅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그에게 그녀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의 그(그녀)가 된다니...
에마와 나이틀리는 다른 사람의 존재로 서로의 마음을 자각하게 된다.
에마는 가정교사 테일러가 결혼하여 말동무를 잃게 된다. 적적한 마음에 신분이 낮은 해리엇 스미스와 친구가 되고 해리엇에게 좋은 남자를 맺어주려고 고군분투하지만 매번 일이 틀어진다. 해리엇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신사만을 골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쌍한 해리엇은 고생을 격하게 한다. 금사빠이기도 한 해리엇이 어느 날 나이틀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에마는 충격을 받는데 그제야 자신이 나이틀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이틀리는 또한 에마에게 프랭크 처칠이라는 연인이 생긴 후로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이미 남자가 있는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더욱 짓궂게 험담을 늘어놓는다. 마음을 접으려는 찰나 프랭크와 제인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 그녀에게 달려가는데..


로맨스의 정석...
<에마>의 캐릭터들은 상당히 입체적이었다. 19세기 배경을 서정적이면서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제인의 글빨도 장난 아니었고 에마와 나이틀리의 애정 구도도 정말 재밌었다. <에마>는 영화로도 자주 만들어졌는데 1996년에 기네스펠트로가 주연이었던 이 영화로 기네스는 스타덤에 올랐다고 한다. 책은 다 읽었으니 영화로 제대로 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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