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의 소년 범죄는 처벌이 아니라 처분이라고 한데요. 10세 미만은 처벌 불가,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형법으로는 처벌이 불가하지만 소년법으로 처분은 가능하다. 즉 10세 이상은 성인과 다르게 보호처분과 형사처분이 가능하다고 해요.
2015년에 발생된  캣맘 사건 아시나요.
길고양이 집을 짓던 50대 여성이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으로 용의자는 8세라서 보호 처분뿐만 아니라 아무런 처분이 없었어요. 이 사건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소년법의 특혜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미성년자가 무면허로 인도를 돌진,
조깅 중이던 시민 40대 남성 사망'


18세 다나오카 유마를 감별소로 이송 중인 가정법원 조사관 진나이와 무토. 둘 사이에  다나오카를 두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는 진나이를 귀찮지만 무례하지 않게 받아주고 있다.
운이 나쁘게도 유명한 민폐남 진나이와 한 조가 되어 앞날이 걱정인 무토.
인사이동으로 또 진나이 씨와 같이 근무하는 것도 모자라 진급에 관심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주임 시험을 봐서 지금의 상관이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은 부정하고 싶었다. 3인 1조 조직의 나머지 한 사람 기사리즈 안나는 포커페이스에 무기력한 스타일로 자신보다 어리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다나오카 유마를 맡게 된 무토. 감별소 조사실에서 마주 앉은 다나오카 유마는 기운 없이 고개를 숙이고 질문에는 한결같이 네라고만 대답을 한다. 
다나오카는 상습적으로 차량 탈취해 운전연습을 그동안 해왔다.

몇 달 뒤면 열아홉이 되어 면허 취득도 가능한데 이 아이는 왜 훔쳐 가면서 운전을 했을까? 그저 재미로? 인명사고는 실수였을까? 계획적이었을까? 여러 가지 의문점 중에 만약 계획적으로 저지른 사건이었다면 조깅하던 남자와 무슨 원한이 있는 것이었나에 초점이 맞춰 읽어 내려갔습니다.
다나오카는 네 살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큰아버지 네에서 보살핌 속에 자랐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에 절친 두 명의 친구들과 셋이서 신호등에서 대기 중에 인도로 돌진한 차량으로 한 친구를 잃게 됩니다. 친구를 친 차량주도 무면허는 아니었지만 미성년자였습니다. 다나오카는 교통사고, 자동차는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는 악마 같은 존재일 텐데 본인이 자동차 사고를 내다니.. 자동차에 대한 소년만의 복수였을까요. 친구의 복수라면 조깅하던 남자의 나이가 가해자의 나이와 일치하지 않는데..

​◆ ◆ ◆


무토가 담당하는 또 다른 소년이 등장해요. 오야마다 슌은 웹상에 협박자를 협박하여 사회적인 이목을 끌었고 신상파악을 하고자 할 때 자수한 친구입니다. 진나이는 이 친구를 두고 '특허 안내는 에디슨'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기 과시욕은 없지만 아주 똘똘한 소년이에요.  보호관찰 중인 오야마다 슌 집으로 방문한 무토에게 웹상에 떠도는 살인예고장을 프린트하여 건네줍니다. 직감적으로 이 사람은 실행으로 옮길 테니 무토가 잡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거에요.
형사도 아닌 조사관인 무토가 할 일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나 온라인으로 사고를 쳐 보호관찰 중인 오야마다 슌이 다시 사고를 막을 수는 없었던 거죠.
결론적으로 진나이와 무토가 살인 예고장의 그 사람을 제압하여 살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어요. 이 사건은 기사화되면서 진나이가 예전 관찰했던 소년들이 인사하겠다고 진나이를 찾아옵니다. 꼭 은사님을 뵙는 분위기 ㅋㅋ
자기애가 강한 괴짜 진나이는 어려 가지로 민폐님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억을 줬던 엉뚱한 사람이었나 봅니다.

'진나이씨는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의 선입견을 뒤 없거나 방심한 사람의 허를 찌르는 패턴 같은 거.'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남자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초등학생이 사망하게 된 사건의 용의자였던 와카바야시도 있었죠. 맞습니다. 다나오카 친구를 죽인 그 사람이에요. 진나이가 본인 담당건도 아닌데 다나오카를 관심을 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와카바야시는 이제 스물아홉이 되었군요. 일진에게서 괴롭힘을 당하던 와카바야시는 밤새 운전하다 아침에 잠깐 정신을 놓다 사고가 났습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줄곧 편지와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배당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와카바야시는 구조 대원으로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져요. 본인 스스로 면접관에게 어린 시절 사고 친 것을 고해성사하기 때문이죠.


​◆ ◆ ◆


다나오카가 사고 낸 현장에서 추모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소년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 애들이 커서 더 큰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처벌이 약하다. 성인과 같은 수준의 벌을 받아야 한다.'
그 아이들은 실수였든 의도적이었든 처벌이 가벼우면 바깥 생활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실수로 교통사고를 낸 와카바야시와 의도적으로 동일 사고를 낸 다나오카.. 둘 다 가엽긴 하지만 범죄자입니다.

"사건을 일으킨 소년을 보면 참 여러 생각이 들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울화통이 터질 때도 있어. 남을 그렇게 다치게 해 놀고 미꾸라지처럼 책임을 회피하려는 젊은 애들을 보면 왜 이런 녀석이 피해자가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고, 가정환경을 들여다보고 가해 소년에게 동정심이 솟아오를 때도 있는가 하면, 더 분노가 치밀 때도 있지.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몹쓸 짓을 한 녀석들은 사정 봐줄 것 없이 엄벌하라는 의견에도····· 그 심정은 물론 나도 이해할 수 있지만 덮어놓고 수긍할 수는 없어."


​◆ ◆ ◆


다나오카와 오야마다 슌 그리고 청년이 된 와카바야시의 사건과 그들의 사연에 따라 완성되는 퍼즐, 안타까운 분위기를 전환해주는 진나이의 개그까지 재밌었습니다. 괴짜와 콤비를 하려면 무토 같은 진지한 사람이 필요하죠.
칠드런 속편이라고 하는 <서브머린> 때문에 저는 칠드런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왠지 수년이 지난 후에도 진나이를 찾아오는 아이들 이야기가 있을 것 같거든요. 매우 궁금하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