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독일의 소설가이면서 시인인 헤르만 헤세는 1919년 42세의 나이로 <데미안>을 출간하고 신인상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부제는 '에밀 싱클레어의 청년 시절 이야기'인 <데미안>은 감수성이 풍부한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소년에서 어른으로 자라가는 과정이 그려져있다.


싱클레어에게는 두 세계가 존재했다.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로 선과 악으로 구분 지어진다. 소년은 두 세계 안에서 내적 갈등을 하며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힘껏 흔들렸다.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적 부유한 집안의 장남인 싱클레어는 열 살에 크로머를 만나면서 다른 세계를 알게 된다. 그 무리에서 더 돋보이려고 못된 거짓말을 하게 되고 크로머에게 발목이 잡혀 치욕으로 가득한 어둠의 세계로 추락한다. 그러던 중에 전학 온 상급생 어른처럼 점잖은 막스 데미안에게 호감이 가고 둘은 금세 친해진다.

"나는 총명하고 밝고 침착해 보이는 그가 주의 깊고 지혜롭게 자신의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았다.(중략) 마치 독창적인 자신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처럼 보였다."
카인과 아벨에 대한 데미안의 견해로 싱클레어는 그에게 더욱 빠지게 되고..

언제부터인가 크로머가 자신을 피하는 것을 보고 데미안이 크로모와의 악연을 해결해준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글욕역사를 공유한 데미안과 더 이상 함께 하고 싶지 않았고 그 또한 어두운 세계의 사람 같았던 이유로 멀리하게 된다.
상급학교인 김나자움에 진학 후 싱클레어는 불량한 알폰스 베크를 만나 술을 가까이하게 되고 방탄한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술에 익숙하지 않아 항상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으며 진실한 친구에 대한 결핍에 데미안을 그리워한다.

"나는 가장 난폭한 패거리에게도 인정받는 술집의 호걸이며 독설가였다."


"나의 문제가 곧 모든 사람의 문제이며 모든 생명과 사색의 근본이 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마치 성령처럼 내 마음속을 지나갔다."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결핍되어 있었다. 그것은 진실한 친구였다."

싱클레어는 내적 갈등 중에 그림을 그린다. 한순간에 반해버렸던 소녀 베아트리체를 그렸지만 그 속에는 데미안이 있었고 본인 자신도 있었다. <데미안>이 발간되기 2년 전 헤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림을 탈출구로 삼은 것 같았다. 본인의 작품에 삽화까지 그렸고 전시회도 열었다고 한다. 그이 그림도 싱클레어처럼 많은 고뇌가 담긴 그림일까.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헤세의 그림이 궁금하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대화는 매우 독특하다.
"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니?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제법 근사한 점도 있으니까 말이야. 도취의 황홀감과 바쿠스적인 요소 말이야. 그러나 술집에서 시간을 낭비해 버리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멋이 쉽게 사라져 버려.(중략) 매일 밤 단골 술집의 술상을 보고 있는 파우스트를 상상할 수 있겠니?"


어려운 책이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집중하며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를 찾아가며 읽었다. 데미안과 영혼의 교류를 갖고 모든 존재의 어머니 같은 에바 부인에게 사랑한 싱클레어는 어쩌면 헤세의 내적 이야기는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섬세한 의식의 흐름이 이어지는 듯한 내용이었다.


"나는 자연이 만든 실험체다. 불확실하고, 어떤 새로운 것, 아마도 허무의 실험일 것이었다. 이 도박으로 하여금 본연의 깊이에서 움직이게 하고 그 의지를 나의 내면에서 느끼고 송두리째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나의 사명이다."


마지막에 데미안이 에바 부인을 대신해 입맞춤을 해주고 사라지는데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만들어낸 상상의 인물이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소년이었던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되고 비로소 자신이 완벽한 데미안이 되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이 책은 삶의 의미, 존재 이유, 나는 누구인가 등 질문을 많이 하게 되는 작품이다. 모든 문제의 답은 내 안에 있으며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중학생 필독서라고 하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난해하다. 아무래도 고전소설을 이해하려면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저자의 인생관, 저자의 의도 등을 미리 살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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