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풀어보는 문화 이야기
박상언 지음 / 이음스토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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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좋아하는 숫자가 있고 의미가 담긴 숫자가 있다. 글자보다는 덜하지만 숫자는 매일 우리의 삶에 공존하고 있다. 나는 3을 좋아한다. 나에게 3은 즐겁고 에너지가 느껴지는 숫자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나 둘 셋! 소리가 들리면 좋은 일이 펼쳐지거나 무엇인가를 시작해야 하는 희망찬 기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숫자는 개인적인 기억으로  이미지가 담길 수도 있고 오래된 전통적인 상징으로 숫자의 이미지가 확정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생활에 관여하고 있는 숫자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숫자로 풀어보는 문화 이야기》에는 무려 101개의 숫자 이야기가 담겨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상언 저자는 수학과 전공이 아닌 문예 창작학과를 나왔고 예술경영학과 행정학 석사학위와 고려대학교에서는 문화콘텐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시인의 삶을 걷고 싶었던 저자는 어느 날 숫자와 만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방송에서  진행자로서 숫자에 관한 칼럼을 써서 읽었고, 그 뒤로도 웹진에서 숫자 칼럼을 지속적으로 발표하였다고 한다. 숫자와 문화의 연결고리에 누구보다 관심 있게 연구하고 꾸준히 집필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가 7을 하늘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 밝고 솔직하고 착한 수라고 했듯, 일찍이 7은 완전과 단계를 상징하는 숫자였다. 하늘에 일곱 개의 큰 별이 있음을 믿었을 뿐 아니라, 일곱 살에 치아가 다 형성되고 열네 살에 성년의 징후가 나타나는 등 일곱 해 단위로 사람의 몸이 변화하므로 7을 성스럽게 여겼다. 또한 성경의 창세기에 따르면, 하느님이 엿새 동안 천지만물을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안식을 했으니, 7이 창조주의 비의를 담고 있는 성스러운 수로 신봉된 것이다.
동양권이나 중동권에서도 7은 보통 숫자가 아니다... (중략)
<7 행복의 밭에 행운이 산다> 중에서

선사시대에 20세도 안 되었다는 인간의 수명은 18세기까지도 30세를 넘지 못했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과학의 비약적인 발달에 힘입어 인간의 수명도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1980년경 세계 전체의 평균수명이 60세를 돌파하기에 이른다. 우리의 삶의 길이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 생존 나이가 꼭 삶의 길이인가.. (중략) 시간을 만드는 것이 기억이기에 기억이 많은 삶이 긴 삶이다.
<9988 삶의 길이와 죽음의 길이> 중에서 

100이라는 우리말 고유어는 온이다. 이 온은 수사로서 더 이상 쓰이지 않지만, 모든이라는 뜻의 관형사로서 널리 쓰이고 있다. 100은 이렇게 한 세계를 스스로 완성해 내는 꿈의 수다. 그리고 그 완성은 어쩌면 완성과 함께 이미 헛된 꿈이며, 헛된 꿈이기에 또다기 새로운 꿈으로 나아간다.
<100 한갓 백일몽, 다시 꿈을 꾸다> 중에서


​이 책을 수놓은 101개의 숫자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의 사상과 철학, 인생관과 세계관,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의 산물이다. 단순히 숫자에 얽힌 에피소드를 모아서 이 책을 펴내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 발문 숫자로 풀어본 감성 문화론자의 인생관과 세계관 이승하(시인) 발췌

진지하게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굉장한 지식이 머리에 들어오는 강렬한 느낌이 든다. 어렵게 읽힐 수도 있지만 흥미로운 주제로 가득했다.

생물학적으로 수의 의미, 과거 우리 사회의 모습,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이 되는 수, 이슈되고 있는 사회문제 등 시대적으로 다가오는 숫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오래된 칼럼을 모은 책이라 혼동될 수 있지만 나의 시대와 맞물린 내용을 접할 때는 향수에 젖기도 했다. 챕터 마무리에 날짜가 기재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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