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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 - 이근아 그림 충전 에세이
이근아 지음 / 명진서가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한때 그림이 전부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6살~7살부터 기억이 나는데 어딜 가든 스케치북과 크레용은 꼭 데리고 다녔다.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며 필이 꽂히면 주저앉아 그렸다. 사물과 인물 뭐든 ㅋㅋ 중학교 미술수업에 그리고 싶은 정물 스케치를 하라는 잘생긴 선생님의 말씀에 잠시 고민하다가 칠판 옆에 걸린 한 바퀴 정도 말린 수건을 그렸다. 고무 판화를 하는 시간에는 비너스상을 팠다. 나의 시간은 항상 그림이 있었다.
책날개의 저자의 소개를 보니 나와 동갑이다. 같은 시대에 다른 공간의 그녀가 더 궁금해졌다.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큐레이터학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근아 저자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을 가진 그녀,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그림은 멈췄지만 글로써 사람들과 공감하고자 하는 그림 충전 에세이에 가슴이 콕콕 아팠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자의 이야기였다. 여자.. 아내, 엄마, 며느리 우리의 이야기이다. 마음이 투영될 수밖에 없는 그림이라는 소재로 더욱 감성을 이끌어내는 해석이 좋았다.
" 아이를 가진 두 번의 시간 모두 사회에서 밀려나는 시그널로 느껴져 마음이 복잡했다.
축복과 여유의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그 결핍이 이 그림으로 나를 이끈다."

205p. 카로이 페란치l (1862-1627) 새 소리
전시회를 가면 갑자기 우두커니 멈추게 되는 그림이 있다. 기법과 색채의 화려함에 매료된 것이 아닌 사연이 있을 것 같은 그림에 눈이 머문다. 그림에 감정이입이 되고 만다.
〈그림으로 내 마음을 충전합니다〉의 글과 그림 또한 한참을 머물게 했다. 그래서 읽는 데 오래 걸렸다. 그림을 좋아하는 여성분이라면 많은 공감을 할 책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