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불통이다 -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소통을 방해하는가?
손정 지음 / 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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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은 열두 명의 배심원들이 친부 살해 용의자로 지목받는 18세 소년의 유무죄를 평결하기 위해 96분 내내 토론을 벌이는 내용의 영화이다. 배심원 토론의 결과에 따라 유죄라면 소년은 사형을 면치 못하고 무죄라면 재판을 다시 받게 되는 상황이라 사안이 절대 가볍지 않다. 그래서 열두 명의 배심원들은 6일 동안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얻은 정보인 목격자의 증언과 검사, 변호사의 주장을 종합하여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유무죄 입장을 표명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해 나간다. 토론의 결과가 유죄든 무죄든 만장일치로 결정이 나야 그들도 배심원실을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영화는 끝장 토론을 보는 듯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p.51)

 


저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에 나오는 인간 군상을 소개하고 있었다. 심리학 용어가 즐비한 책들을 접할 때면 머리가 뻐근해지곤 했지만 <당신도 불통이다>는 등장인물에 대한 스토리도 흥미로웠고 그들의 과거가 판단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불통이 원인은 말하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듣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태어나면서 경험한 모든 시간들이 나를 만드는 역사가 되며 몸에 배게 된다. 나의 생각은 지나간 시간이 만들어 준 신념이다. 듣고 보며 쌓였던 기억의 산물이 나의 가치를 결정한다. 같은 사물이 보더라도 다르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각자의 역사 안에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왜곡된 지각으로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자기식으로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에 3번 배심원은 자신의 아들과의 틀어진 관계로 사건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친부 살해 용의자로 아들의 유죄라는 입장에서만 증거를 수집하고 사람들에게 자기주장을 강요하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10번 배심원은 오직 본인의 직관으로만 판단하는 불통으로 원인은 지독한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우리는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그 기준으로 핸들을 고정시킨 채 자기만의 방향으로 간다. 이런 우리가 모두 소통의 대상이다.

그러니 소통이 쉽겠는가? 홍세화는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동물이라고 덧붙인다. 합리적이고 이치에 부합하는 인간이라면 나와 다른 생각이 나타날 때 견주어 보고 그에 맞게 내 생각도 버릴 줄 알아야 하지만 내 생각을 합리화하여 현상을 거부하려 드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고정관념이고 확증편향이다. (p.218)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고정관념과 확증편향 외에도 불통이 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원인을 대해 저자는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이 원인들이 청자로서의 불통, 화자로서의 불통을 만드는 것이었다. 불통이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고마운 책이었다. 소통의 목적은 내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화자와 청자가 함께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 지고 이기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가 승자가 되는 대화가 올바른 소통이라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남이 당연히 알 것이라는 오만함이 불통으로 이어지므로 겸손함 마음으로 정성껏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한 말이 순수하게 정보로 들리겠금 이야기를 자세히 해야 한다.

평소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여지의 말은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좀 더 객관적이며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명확한 의도 전달을 해보자.

불통의 비단 화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자도 마찬가지로 유념해야 할 문제이다.

화자의 말에 내 감정을 담지 않도록 하자. 본인의 생각을 투영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탐색을 통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물과 상황에 대한 과거의 흔적으로 동일한 상황과 사물을 대할 때 투사가 되어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상을 바로 볼 때 늘 자문하자. 내가 지금 대상을 독립적으로 객관적으로 바로 보고 있는가? 그리고 나에 대해서는 자기인식 여부를 점검하자. 지금 나의 감정 상태는 어떠한가? 이 감정은 어디서 왔는가? 내가 혹시 이 감정을 기반으로 다른 대상을 보려고 하지는 않는가? 내가 지금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투사를 막는 길이다. (p.63)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한 청자로서, 화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공부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혼자 완벽하게 행복을 느끼며 만족할 수 없다. 함께 함으로 느껴지는 감동과 위로는 인간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알고 있다고 남도 알고 있을 것이라는, 내가 싫어하니 남도 싫어할 것이라고 독단하지 말자. 모든 상황을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보자.


'요즘 왜 그래?' 가 아닌 '요즘 힘들구나~맛있는 거 먹으로 가자'로 말할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 겠다.

 

 

 

 

 


 

대인춘풍 지기추상 待人春風 持己秋霜


 

타인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대하고

나를 지킬 땐 가을 서리처럼 엄하게 하라.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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