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권하는 사회 -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기탐구 인문학 3
브레네 브라운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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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힐을 신고 횡단보도를 급하게 건너다 넘어졌다. 스타킹은 찢어지고 무릎은 깨져 피가 질질 흘러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벌떡 일어났다.(아픔을 삼키며 최대한 절뚝거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친구들과 기분 좋게 과음하다 블랙아웃. 다음 날 핸드폰 발신 이력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 연락처가 떡하니!. 거기에 통화시간도 제법 되었다.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맙. 소. 사..(>_< , 이불킥!!!!)

결혼한 친구들은 모두 아이가 있다. 유일하게 결혼한 사람 중 아이가 없는 나는 친구들의 육아 수다에는 조카들 얘기하며 자연스레 넘어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콕콕 쑤셨다. TV프로그램 중 출산하는 장면만 보면 눈물이 차올랐다.

 

당혹감, 죄책감, 굴욕감 vs 수치심, 구분이 되시나요?

앞서 나열한 경험 중 우리가 주의해서 봐야 할 케이스는 세 번째입니다.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ㅋ

지금은 마음을 많이 비워내서 덜 예민해지다 보니 살이 피둥피둥 찌고 있네요. 아하하^^

그때는 결혼 후 인생의 과제라고 생각했던, 다른 이는 쉽게도 누리는 엄마의 자리가 나에게 왜 이리도 힘들까, 하나님은 왜 나에게 이런 절망을 주시는 걸까 하고 심각하게 우울했었죠. 친구들도 아픈 곳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임신 관련 이야기는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점점 깊이 숨겨두는 게 익숙했더랬죠. 몸을 만들겠다며 절주하고 한약도 먹고 병원도 다녔지만 내 몸은 배신하더군요. 처참했어요. 남편과 상의 끝에 병원은 그만두기로 하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놀이문화에 흠뻑 취했더랍니다. 그러면서 스스럼없이 입 밖으로 경험담을 여러 차례 꺼내다 보니 뽀족한 바늘이 무더진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사회 공동체의 기대에 모순된 수치감을 느낀 것이었고 소통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했습니다.


 

『수치심 권하는 사회』에서 브레네 브라운은 말합니다.

 

'지난친 완벽이 수치심을 부르며, 말로 표현해야 고통이 사라진다.' 느낌 알겠죠? 완벽함 추구는 역시나 자신을 고통 속으로 몰아가는 요소입니다.

책을 읽으며 브레네 브라운 저자에 대해 알아보니 굉장히 유명한 심리 전문가더라고요.

취약성에 대한 내용으로 TED 강연을 몰입해서 봤습니다. 취약함을 드러내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용기라는 훌륭한 강연이었습니다. 네이버 tv에서 보실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

책에 의하면 굴욕감보다 수치심이 더 유해한 이유가 자신이 부족한 사람(루저)라고 믿으며 자신의 경험을 숨기거나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우리는 수치심에 제대로 맞서기 위해서는 왜 수치심을 느끼는지 그리고 수치심이 행동, 생각, 느낌을 포함한 나의 삶 전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부추기는 요구는 우리 문화가 여성에게 무엇을 허락하고 무엇을 허락하지 않느냐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남성에게 수치심을 부추기는 요구와 기대는 우리 문화가 원하는 남성성, 즉 남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생겨야 하는가 등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요. 이런 기대를 사회 공동체적 기대라고 부릅니다. 책의 제목이 이해가 이제 되시죠.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것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

사회 공동체적 기대에 모순이 되면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답니다.

 


두려움, 비난, 단절감을 경험하게 하는 수치심을 극복하기 위한 수치심 회복탄력성의 4대 요소

①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수치심 촉발제'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② 자신을 둘러싼 수치심 거미줄에 대한 높은 수준의 비판적 인식

③ 타인에게 손을 내밀려는 의지

④ 수치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힘


여기에서 ②번 비판적 인식은 비판적 자각 또는 비판적 관점이라고도 불립니다. 비판적 인식은 개인의 경험과 사회시스템의 관계를 이해하면 개인의 힘을 키울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삶과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영향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배우지 못합니다. 책에서는 줌 아웃하면 나와 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해요. 일단 큰 그림을 보고 나면 우리의 수치심 촉발제와 수치심을 자극하는 사회 공동체적 기대의 연결고리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비판적 인식을 배워볼까요. 책에서는 외모에 관해서 질문과 대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 외모에 대한 사회 공동체의 기대는 무엇인가?

사회적 시각으로 볼 때 외모에는 머리, 피부, 화장, 몸무게, 옷, 신발, 손톱부터 자신감, 나이, 재산까지 많은 것을 포함한다. 여기에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특별한 기대를 더한다면 머리카락 길이, 피부색, 치아, 안색, 옷차림과 장신구도 포함될 수 있다.

② 왜 그런 기대가 존재하는가?

실현할 수 없는 이상적 상태를 달성하는 데에 돈, 시간, 에너지 같은 소중한 자원을 쓰게 만들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매년 교육보다 외모에 더 많은 돈을 쓴다.

③ 그런 기대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눈에 띄게도. 보이지 않게도 영향을 미친다. 예로 패션잡지나 tv를 보면 '이런 모습을 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입고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모습이 되지 않으면 존재감 없는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④ 우리 사회는 그런 기대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는가?

미국에서는 약 700만 명의 소녀와 여성이 섭식장애를 앓고 있다.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한 여학생 집단이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거나 시도한 확률이 가장 높았다.

전체 미용 시술의 90%에 달하는 1,070만 건의 시술을 여성이 받았다. 여성의 미용시술 횟수는 2003년 이후로 49% 증가했다.

⑤ 그런 기대로 이익을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

모발 업계, 다이어트 업계, 피부미용업계, 화장품 업계, 향수업계, 성형업계

우리가 외모에 대한 사회 공동체적 기대를 맹신하고 복종하기를 바라는 업계가 이렇게 많다. 자신을 뚱뚱하고 못생겼고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들은 물건을 팔수 없으니 강요는 계속된다.

이렇게 큰 그림으로 질문을 스스로 하다 보면 비판적 인식이 발달된다.




 


우리는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자신이 옳다고 확인받고 싶어 하죠.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 같고, 남들에게 거부당하고, 어딘가에 소속될 가치가 없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수치심을 느낍니다.

부족한 자신 때문에 세상과 단절되었다는 생각을 할수록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혼자 감당할수록 고통은 커지니까요.


저자는 용기, 연민, 유대감을 실천하면서 남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법을 배워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기르자고 합니다. 정말 오랜 시간 마음을 다해 읽었어요. 몰입도가 상당한 책이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러면 이번에도 한 편의 서평으로는 턱도 없을 것 같네요. ^^ 책으로 깊이 있게 읽어주세요.

아쉽게도 남성보다 많은 여성를 인터뷰하며 수치심을 연구한 내용이라 남성분의 수치심에 대한 페이지는 적습니다.

깊은 곳의 아픔 마음을 꺼내기도 힘들고, 듣는 사람도 불편하다는 것을 우리는 짐작합니다. 용기 내어 고민을 꺼내는 친구의 손을 잡아주고 진심으로 위로해주세요. 다음번에 그 친구는 당신의 손을 잡아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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