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90년생이라는게 정말 놀랍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가 없고 생각을 가득차게 하는 작가님의

표현력이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환타지소설은 선호하지 않지만 이런 철학적인 내용이 가미된 책이라면 앞으로 얼마든지 환영할 것 같습니다.



♧ 너의 이야기를 읽기 위한 용어 설명

의억 : 나노로봇에 의해 기억 개조 기술이 만들어낸 가공의 기억

의자 : 의억 속 가공의 등장 인물

의억가공사 : 의뢰인의 '이력서'를 토대로 가공된 기억을 만들어내는 전문적인 이력

이력서 : 의억 구매 희망자와 카운셀링을 통해 취득항 정보를 프로그램이 분석하여 계통적으로 정리한 도큐멘트

그린그린 : 가공의 청춘 시절을 제공하는 나노로봇

레테 : 특정 시기의 기억을 제거해주는 나노로봇

메멘토 : 삭제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나노로봇

엔젤 : 가공의 자녀를 제공하는 나노로봇

허니문 : 가공의 결혼 생활을 제공하는 나노로봇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거짓말

《 너의 이야기 》


boy_아마가이 치히로

허구만 사랑하는 일그러진 가족

'허니문'을 복수 구입한 아버지는 전처가 다섯 명이다. 걸핏하면 어머니의 이름을 잘 못 부른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름을 잘 못 부른 적이 없지만 걸핏하면 내 이름을 잘 못 불렀다. 나는 분명 외동아들이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엔젤'로 만들어진 또 다른 세 명의 자식이 있다.

가공된 과거 속에서 살아가는 부모님은 현실의 가족과는 연결고리를 피해 생활한다. 대화는 최소한, 식사는 제각각, 매일 일찍 나가서 밤늦게 귀가한다. 휴일에는 각자 여행을 한다. 부모님을 집을 비우는 동안 나는 방치되었다.

그러다 열다섯 살에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친권은 아버지가 가지게 되었고 어머니는 '레테'로 어머니의 인생에서 나의 존재를 삭제했다.


어느덧 치히로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며 비용을 마련하고 '레테'로 불행했던 소년 시절을 지우려고 합니다.

가루약을 털어 물과 함께 복용한 나노로봇은 '레테'가 아는 '그린그린'었어요.

7살부터 소꿉친구 나쓰나기 도카, 그녀가 치히로의 의억으로 자리 잡히게 됩니다.

클리닉 실수를 사과받으며 그린그린을 지울 레테와 소년 시절을 지울 레테, 두 봉지를 다시 제공받지요. 그러나 쉽게 복용하지 못하는 치히로,, 걸핏하면 도카가 회상이 됩니다. 클리닉에서 장시간 이력서를 작성하여 치히로를 연구하며 만든 그린그린이었기에 도카는 완벽한 궁극의 여인이었어요. 레테 복용을 하루 이틀 미루고 지내다 지역불꽃 축제에서 의자인 도카를 닮은 그녀를 보게 됩니다. 한 번도 보지 않았지만 의식적으로 느꼈지요. 그녀가 도카라는걸.. 마찬가지로 그녀의 눈동자도 흔들리며 치히로를 알아보는 듯하지요.. 그렇게 둘은 마주합니다. 절대 그럴리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을 의자로 만드는 것은 불법이니깐요. 의억의 인물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도카가 치히로의 눈앞에 있었습니다. 치히로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또 그녀는 바로 옆집에서 지낸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최근 신종 사기 관련을 들어봤기 때문에 클리닉을 매수하여 정보를 빼내어 불순한 의도로 자신에게 접근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카는 지속적으로 소꿉친구라고 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치히로는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정말 동창이었는지.. 혹시라도 레테로 인해 지워진 진짜 소꿉친구일까?




girl_마쓰나기 도카





천식으로 예고 없이 찾아올 숨결의 공포에 떨며 과보호 속에서 자라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질 못하니 친구도 없고 추억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름이 없는 소꿉친구가 있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기나긴 밤에 산소 부족으로 흐릿해진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죠. 이 환상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됩니다.

어린 시절 숨 막힌 세계의 유일한 숨통은 몽상하기였습니다.

열다섯 살 때 진로희망 조사의 빈칸을 채우려다 직업 열람표에 의억기공사를 발견하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학력 경력이 필요하지 않은 이 직업은 공모전에 당선되면 채용되는 형식이었습니다. 도카는 단숨에 최연소 천재의억가공사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이런 그녀에게 신종 알츠하이머병이 찾아옵니다. 일반적인 알츠하이머에 비해 신종은 가장 멀었던 기억부터 소멸되기 시작하여 최근 기억까지 잡아먹고 그다음은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비슷한 공허감을 갖고 있는 소년의 이력서를 봅니다.

궁극의 남자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름 한자리만 다르게 나쓰나기 도카로 완벽하게 '그린그린'을 만듭니다. 인생 최고의  걸작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그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자신도 아마가이 치히로의 '그린그린'을 만들어 복용합니다.



허구 알러지 VS 허구 러버


소꿉친구와 재회하여 인생의 한 순간이라도 사랑받고자 했던 도카는 그만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자신을 위한 작업을 하다보니 신중하게 치히로의 이력서를 살펴보지 못한거죠. 허구를 사랑한 부모님 아래 자란 치히로에게는 거짓말이란 단어자체가 알러지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의억을 이식해 실제하는 세상에서 나타나 아름다운 인연을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가능성이 낮았음을...

도카는 거부하는 치히로에게 매일 마음의 상처를 받으며 차라리 혼자 죽음을 기다릴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에 좋은 추억이라도 만들고자하는 도카는 그릇된 방법을 자책하며 죽음을 향해 높은 건물에 올라가게 되어요. 이제 죽음을 기다리지 않겠어. 내가 찾아가면 되지.. 몸을 던지려는 찰나에 진동을 느껴 전화기를 보니 치히로가 건 것을 보고 놀라게 되는데..

이 날 치히로는 태풍이 부는 날씨에 천식 발작이 자주 일어났던 도카를 생각하며 왠지모를 불안감에 그동안 거부하고 외면하던 도카를 찾아갑니다. 문을 두드려도 소식이 없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상황,, 치히로는 도카가 쓰러졌을까봐 가슴이 터질것 같습니다...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집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앞에서 젖은 채로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데..



구원자 히로인 VS 히어로


도카는 치히로를 통해 구원을 받고자 했습니다. 그가 받아준다면 남은 시간을 온전하게 받칠 생각이었죠. 한 사람의 여자로 사랑받으며 죽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짧은 여름동안 함께 했던 둘 만의 시간을 간직한 채 도카는 입원 준비를 하고 9월 말 치히로에게 본인의 이력서를 보냅니다. 신형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고백과 함께 사과의 편지를 동봉해서 말이죠. 치히로는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그리고 남은 그녀의 시간을 히어로가 되기 위해 매일매일 병실을 찾아가 잊혀져가는 7살부터의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부분에서는 '첫 키스만 50번째 '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매일 아침 그들의 스토리를 들려준다는 부분이 비슷했지요. 하지만 너의 이야기의 여주는 예정대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죠.

그녀의 의지대로 묘소도 없는 장례가 아닌 장례가 치러졌고, 그녀의 부모님들에게 레테복용으로 그녀의 존재를 잊게 하여. 마치 그녀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던 것 처럼,,그녀의 존재는 치히로에게만 간직한채로 끝이 납니다.

마지막까지 도카에게 좋은 기억을 들려주고 돌봐줬던 구원자, 히어로는 아마가이 치히로였습니다.

도카가 없는 세상에서도 치히로는 도카가 신경써서 식사를 만들어줬던 기억으로 건강에도 신경쓰고 , 도카와 함께 들었던 음악도 여전히 들으며, 급정거시 도카가 뒤에서 안아줬던 자전거를 여전히 타며 그녀를 잊지 않고 지냅니다. 훌륭한 의억기공사가 되어 '히로인'을 발명하여 누구에게나 단 한명의 히로인 히어로는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도카는 치히로의 구원자이며 히로인이었습니다.

아련한 러브스토리에 가슴이 뛰었고 , 인생에 대한,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으며 당분간은 계속 생각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