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효과가 없는 사람도 있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효과가 있으면 평온한 마음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p.15

 

 

 

루미코가 신경안정제 효과를 묻는 시한부 환자에게 하는 말입니다.

나도 뜨악! 했어요.

무슨 뜻으로 저런 말을?

미녀임에도 불구하고 꾸미기는커녕 예쁘다는 자각조차 없다.

10년째 간다가와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의사이다.

둔감하며 말주변이 없어 주변의 오해를 많이 산다.

올해 33세, 하야사카 루미코를 소개합니다.

전형적인 미남이었던 아버지는 루미코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젊은 애인이 생겨 이혼합니다. 그래서 루미코의 어머니는 남자의 외모는 고생길만 훤하다며 무던하고 성실한 남자를 만나라고 해요.

루미코 주변에는 루미코 따라 시선이 머무는 이와시미즈라는 전형적인 미남 동료가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 아는데 루미코만 이와시미즈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루미코는 환자들 사이에 평판이 좋지 않아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과 부드럽게 말하는 재주가 형편이 없기 때문이죠.

어느 날도 여전히 불평을 듣고 기운 빠진 채로 화단 벤치에서 샌드위치로 허기를 채우다가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들어보니 청진기였어요.

주웠던 청진기는 너스스테이션에 보냈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주웠던 루미코가 사용하게 됩니다..청진기의 엄청난 비밀을 모른 채로 말이죠.

 

청진기로 진찰 시 환자의 마음이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되어요.

병동 사람들과 환자들에게 미움받았던 원인을 청진기로 하여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활용을 합니다.

그리하여 루미코는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고 편안한 마음으로 저세상에 갈 수 있게 해주는 의사로 소문이 나길 시작하며 너도나도 주치의로 지정해달라고 합니다.

이 소설은 챕터가 dream , family, marriage, friend , 에필로그 .

이렇게 5가지로 이야기가 나뉩니다.

5명의 죽음을 앞둔 환자가 주인공이 셈이에요.

dream 시토코 33세 여, 말기암

family 휴가 게이치 37세 남, 말기암

marriage 유키무라 지토세 76세 여, 말기암

friend 야에가시 고지 45세 남, 말기암

에필로그 하야사카 류에이 61세 남, 말기암

이들은 후회스러운 과거를 청진기를 통해 다시 살아보는 경험을 해본다는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소제목은 후회 리스트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family 휴가 게이치 37세 남, 말기암 환자의 이야기를 소개 할까 합니다.

가족을 위해 오로지 일만 한 남자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에 주말근무에 가족과 함께 한 추억이나 시간이 부족한 탓인지 아이들은 병문안 온다고 해도 쭈뼛쭈뼛 가만히 있고, 대화꺼리가 없어 보입니다.

"얼마나 허무한 인생인가. 만약 인생을 다시 한 번 살수 있다면 맹세코 야근은 안할 것이다.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한 번 뿐인 내 인생... "

한스러운 소리는 청진기를 타고 그대로 루미코에게 전달이 됩니다.

루미코가 당직하는 날 휴가 게이치 병실로 들어갑니다.

164p 이미지삽입 

 

커다란 문. 그문은 과거체험을 하기 위한 문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건너편으로 가면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p.166

 

휴가 게이치는 5년 전으로 돌아갔네요.

과거에서 확인하니 아내는 야무진 사람이 아니었어요.

주변 사람 따라서 과외며 일부 엄마들이 입히는 비싼 브랜드의 아이옷을 사입히는 등 어린 나이에 임신해서 결혼한거라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리숙한 여자였습니다.

휴가 게이치가 앞으로 돈 관리를 하기로 해요. 그리고 결심했던 것처럼 야근을 하지 않았으나 여전히 능력있는 재원이 되었습니다. 충분히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현재로 돌아옵니다.

휴가 게이치는 아이들에게 공익에 힘쓴 아버지로 기억될 수 있도록, 어리숙한 아내는 번거롭게 장례치르는 것을 생략하도록 시신기증 신청을 합니다.

아내에게는 차 후 친정에 가서 지내는게 어떠냐고 권유해요.

어린나이에 결혼하다보니 장인장모는 꽤 젊은 편이고 순진한 아내를 돌봐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시기 때문이죠. 그리고 말합니다. 때가 되면 좋은 사람 만나 재혼하라고 ...

과거를 경험하기 전에는 가족을 원망했던 휴가 게이치는 신비한 경험 후 가족을 이해하고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책을 읽어보니 과거를 경험했다고 하여 현재가 바뀌지는 않아요.

다만 남아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 줍니다.

후회 없이 미련 없이 .. 떠날 수 있도록

마지막 이야기 잠깐 할게요.

에필로그. 하야사카 류에이 61세 남, 말기암환자로 생명연장치료 거부.

눈치채셨나요?

루미코의 아버지가 간다가와 병원으로 입원합니다.

주치의는 이와시미즈.

루미코를 항상 주시하던 이와시미즈는 단번에 루미코 아버지임을 짐작하게 되죠.

후회하지 말고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루미코에게 말하지만 거절합니다. 6학년 이후 20년 동안, 엄마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억울하고 비참한 세월의 원인은 아버지라고 생각하니 절대 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 모진 말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누르고 못하고 퍼붓게 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감정이입되어 울어버리고 말았어요. ㅠㅗㅠ

443p 이미지

루미코의 눈치없던게 유전이었다니 놀랍네요.

이제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편한 마음으로 가실 수 있도록 말동무도 해드립니다.


휴가 게이치를 보면서 기욤뮈소의 [그 후에] 가 생각이 났습니다.

죽음으로 소재로 다룬 소설이었고, 죽음을 예견한다는 점.

그리고 변호사로서는 성공하지만 가족관계에서는 실패한 네이선과 휴가 게이치가 겹쳐 보였어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만약 다시없을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저는 후회되는 리스트가 가족이었어요.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다시 한 번 더 결심해봅니다.

언제까지나 가족은 그 자리에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기다려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루지 말아요.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고

지금 추억을 만들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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