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으로 사는 건 보통 일이 아니야
자림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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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숲 출판사는 자연, 문학, 영성, 감동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1년에 10~12종의 책을 출판할 정도로 혼신을 다해 책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내가 만나 본 책은 김수현작가의 〈180도〉 , 〈나는 나대로 살기로 했다〉, 그리고 최현정 작가의 〈빨강머리N〉 등이 있다. 출판사 이름대로 마음이 쉬어가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자림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해본다. 책 표지 안쪽의 소개 글에는 간단히 마음의 글과 〈사소한 용기〉를 펴낸 작가라고 되어 있었다.

이 책은 보통으로 사는 이야기를 작가의 감성을 더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어있다.

그림에세이지만 문학적으로 ‘시’에 가까웠다.



p.9~10

사막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노동의 시간은 너무 길고

온종일 나를 가격하는 거친 말들에 시달리고

잠은 늘 부족하다.

비참이 내 하루에 해드록을 걸고,

모멸감이 암바를 걸어온다,

불행은 습관처럼 살아가는 어른의 시간에

어린왕자가 찾아왔다.

질문 많고 딴 짓 잘하고 잘 흘리고 잘 넘어지고

실수 연속의 나날을 살아가는 어린왕자가

나의 생에 걸어 들어왔다.



 

프롤로그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가슴에 똑똑 노크하는 듯한 문장이 이 책에 계속 머물게 하였다.

하나부터 여섯까지

내 마음을 두드렸던 문장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하나.산다는 건 좀 뻔뻔해 진다는 것

p.27

사람이든 식물이든 반려동물이든 물건이든

어떤 일이나 어떤 장소 어떤 시간이든

좋아하는게 있으면

그것 때문에 살만하고 또 살아진다

# 좋아하는게 있다는 건 살아지게 하는게 있다는 것

 

 

p.34

질문하지 않는 삶은 답을 만날 수 없고

질문하지 않는 한 길을 찾아갈 수 없다.

당장 답은 알 수 없지만 질문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내 마음이 그토록 궁금해했던 것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질문하는 것을 잊으면

삶은 무료하고, 권태롭고, 따분한 풍경이 된다.

질문하며 살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가 있기 마련이다.

# 산다는 건 물음표의 연속인 것

p.63

상처가 있다는 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상처가 있다는 건

사랑하고, 사랑했다는 말이다.

살아가는 건

상처가 없을 수 없는 일이고,

사랑한다는 것 역시

상처가 없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상처를 너무 숨길 것도 없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너무 사릴 것도 없다

살아가는게, 사랑하는게

상처 좀 받는거라면.

# 살아가는 건 상처가 생긴다는 것

둘. 가지가지한 행복

p.98

소중한게 하나도 없다는 건

조금 쓸쓸하고

조금 외로운 일.

내 삶에 소중한게 하나라도 있다는 건

그것 때문이라도 내가 살아진다는 것.

그것이 비록 내 삶에 무게를 더하는 짐일지라도

기꺼이 지고 가고 싶은 소중한 짐이 있다는 건

누가 뭐래도 행복한 일.

# 행복은 내 삶에 소중한 짐이 생긴다는 것

 

 

소중하다는 건 잊지 않고 챙기게 되는 마음

p.102

나조차 나를 예뻐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예뻐하고,

나조차 나한테 홀딱 반하지 않으면

누가 나한테 홀딱 반하겠는가?

누가 뭐래도, 나 예쁜 맛에 살고

누가 뭐래도, 나 예뻐하며 살아간다.

# 행복은 누가 뭐라든 자기 예쁜 맛에 사는 것

p.109

어차피, 사는 게 여행이라면

여행은 원래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한 대로 이뤄질 수 없고,

여행은 원래 우연과 우연들이 훅훅 들어오는 것이니까,

그런 우연과 우연이 내 하루를 조금 헝클어 놓는다고 해서

너무 신경질적으로 발작을 일으키거나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니까.

인생의 스케줄 표에 맞추느라 늘 갇혀있는 마음,

늘 조바심 내는 마음, 늘 눈치보는 마음을

좀 느슨하게 놓아주기로 한다.

한번쯤 엉망진창 뛰놀게.

한번쯤 뒤죽박죽되게.

# 행복은 조금쯤 흐트러지는 것을 즐길 줄 아는 것

셋. 마음의 집

p.133

위로는 그저 마음을 나란히 놓는 것일 뿐입니다.

내 슬픔 곁에 당신의 마음을,

내 고통 곁에 당신의 마음을,

그저 가만히 곁에 두는 것일 뿐.

가만히 곁에 있는 마음, 그 마음만으로 충분히

위로 받으니 그 위에 무언가를 자꾸 더하려

들지 않아도 됩니다.

# 위로는‘그렇구나, 당신이 힘들구나’라고 말해주는 것

p.142

슬플 땐 슬퍼하고 화날 땐 화나는 마음을 가두지 않는 것.

자기만의 슬픔과 이별할 수 있는 비밀기지에서

자기만의 슬픔과 헤어지는 의식을 치르면서

다시 보송보송한 마음으로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갖는 것.

억지로 웃으라고, 억지로 괜찮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슬픔에게는 슬플 시간을

화냄에게는 화냄의 시간을 내어 주는 것

# 슬플 땐 빨래바구니 속에서 세탁기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

 

 

 

p.157

보통의 삶마저 사치의 삶으로 다가올 때

그만 멈추고, 휘파람이나 불고 싶다.

도대체 ‘보통’의 기준은 누가 정해놓은 걸까.

세상은 왜 나에게 늘 부족하다고만 말할까,

궁금해질 때면 휘파람이나 불면서 달리던 길에서

샛길로 빠져 나와 조금 오래오래 산책이나 하고 싶다.

# 지친다는 건

달려도 달려도 보통의 삶이 되기 힘들다는 것

넷 . 흠뻑 나의 삶을 산다는 것

p.166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은 결과가 초라할 때가 있다.

겨우 이 성적 받자고, 겨우 이 월급 받자고,

겨우 이런 소리나 들으려고 겨우..

내 노력에 대한 성적표가, 내 능력에 대한 연봉이,

내 최선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결과물이 될 수 밖에 없지만

과정을 지켜봤고, 과정을 함께 해왔던 나만이라도

초라한 결과 뒤에 숨어서 얼굴도 못 내미는

과정의 시간들을 칭찬해주면 좋겠다.

‘수고했어, 정말 수고 많았어.’

# 나를 존중한다는 건 비록 결과가 이것뿐일지라도

나의 최선을 봐주는 것

P.178

누군가의 기대 속의 내가 되려고

누군가의 칭찬에 꼭 맞는 사람이 되려고

누군가의 마음에 흡족한 사람이 되려고

고단해지지 않기로 한다.

# 나의 삶을 산다는 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

p.192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얼굴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표정이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은 아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마음 밑바닥에 억울함과 화,

절망감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을 수도 있다.

말에 귀 기울이면,

마음이 보이기도 한다.

얼굴과 표정에는 숨길 수 있던 것들을

말과 말 사이에 귀 기울이면

들을 수도 있다.

#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말과 말 사이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

다섯. 사랑은 이름을 소중히 불러주는 것

p.206

누군가의 이름 안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빌었을 소망과 기쁨과 안녕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 이름을 짓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르고 골랐을 글자와 그 안에 담았을 소망과 기쁨.

누구든 상대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사람과 이어진다.

나를 나이게 하는 이름,

누군가를 그 누군가이게 하는 이름,

그 이름을 정성스럽게 불러본다.

# 사랑은 이름을 알아가는 것.

이름을 소중히 불러주는 것

p.226

구석구석 내 안에서 예쁜 구석을, 잘난 구석을,

고마운 구석을, 사랑스러운 구석을 찾아 빛나게 해주는 사람.

사랑은 그렇게 감자 넝쿨 캐듯 내 안에서 예쁜 것들을 캐준다.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발견해주는 것.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이뤄주는 것.

그런 사람이 된다는 건, 꽤 괜찮은 일.

그런 사랑을 한다는 건, 꽤 근사한 일.

# 사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해주는 것

 

 

 

p.230

소중한 것들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기 위해선

마음의 시력이 필요하다.

마음으로 보아야 눈동자에 숨겨진

불안을 볼 수 있고

마음으로 보아야 침묵 속에

숨겨진 말들을 헤아려 볼 수 있다.

# 소중한 것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것

여섯.나의 보통

p.257

사진이든 그리기든 글쓰기든, 무엇이 되었든

자기만의 방법으로 순간을 기록하면

순간의 부피와 깊이와 넓이를 더 오래, 더 깊이

맛 볼 수 있다.

# 작고 확실한 행복의 기술은

일상의 순간들을 채집하는 것.

p.254

반전이 숨어 있기에

고배에 한 없이 슬퍼하지 않고

축배에 한 없이 기뻐하지 않을 수 있다.

조금 더 의연한 자세로

삶의 희와 비, 애와 락을 대면 할 수 있는 것은

삶의 어느 순간에

반전 국면으로 돌아설지 알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삶의 재미는 반전을 즐긴다는 것


이런 글들은

고요한 새벽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세 번의 새벽을 함께 한

「보통으로 사는 건 보통 일이 아니야」는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던 책이었다.

자림작가의 〈사소한 용기〉를 읽어봐야겠다.

고요하게 사색하게 하는

책들이 내게로 와줘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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