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이지 않은 세상에서 - 소설가를 꿈꾸는 어느 작가의 고백
강주원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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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연 쓰지 않고 맘편히 지낼 수 있을까.

나에게 주어진 크나 큰 미션이다.

그런 고민들로 가득 머릿속을 채운

미해결 사건처럼 완성하지 못한 글들이 내 노트북 속에 고스란히 묵혀있다.

쓰디쓴 창작의 고통이 고통에만 그치지 않도록

용기낼 수 있는 작가의 고백을 담담히 들어보고 싶었다.



쓰는 인생을 , 씀으로써 답이 되게 만든 것이다.

어떤 호기심은 금방 해결되고 또 어떤 궁금증은 끝내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는다.

그 과정에서 글쓰기는 진리 탐색의 도구인 동시에 그 자체로 종착점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때로 참된 이치, 소중한 가치들을 찾기 위해 글을 쓰지만 그것은 영원히 닿지 못할

다음 페이지가 아니라 내 손때와 잉크 자국이 묻은, 이미 지나온 장들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앞선 페이지를 성급히 뒤적이는 건 금물이다.

어느 정도의 채움과 익힘은 필수다.

그 숙성의 시간 속에 이렴풋하던 진리가 또렷한 모습을 갖춰 가기 시작한다.

당신이 보이지 않는 사이에.

p103-104

묵은 원고를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다.

컴퓨터 바탕화면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파일을

도저히 열지 못하고 주저하는 나의 고민들이

왜 그럴까를 자책하며 되묻던 나에게 얼마만큼의 시간과 여유를 줘야 하는 걸까.

사실 두려움의 허들을 넘기 힘들었다.

스스로가 만든 경계속에서 허물지 못하는 쓸데없는 완벽주의.

쓰면 쓸수록 내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까 두려운 마음을 말이다.

주변의 응원과 관심이 더 무겁게 느껴지고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조용히 숨고 싶은 나의 초라함이

스스로를 쓰지 못하는 겁쟁이로 만들어 버렸다.

나도 용기내보고 싶다.

계속 쓰다 보면 가닿게 될 그 끝을 향해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과 장벽을 넘고 싶은 욕망과

현실 속에서 안주하고 그만하자고 타협하는 주저함이 평형대 위에서 늘 다툰다.

감내해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았다면 시작도 안했을 것을 생각하면서도

끝내 하지 못하면 더 큰 아쉬움 속에서 속절없는 시간을 원망하며 보낼 것 또한 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쓰는 내가

이미 훌륭한 사람임을 담담하게 전하는 작가의 말이

숨겨둔 원고 뒤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어 보게 된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러하다.

쓴다는 건 스트레스다. 음식 스트레스는 먹어 없애고 알코올 의존증 우려는 술로 지운단 우스갯말도

작가의 쓰기 앞에선 예외다. 탈고까지는 스트레스를 글쓰기 감독관 삼는 게 속이 편하다.

집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건 감독관이 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어떤 압박에서도 자유로운, 지면을 잃은 작가를 상상해 보라.

자유는 형벌이며 창작의 고통은 축복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글을 짓는다.

죽이 되든 밥이 된든 짓다 보면 레시피와 다른 리소토가 완성되기도 한다.

p273-274

세상사가 쉬운 일이 없다.

즐거움과 호기로움으로 시작했던 쓰기가

불면에 시달릴 고민거리로 가득차게 만들 줄 몰랐다.

쓸데없는 자기 검열에 빠져서

오랜시간 멈춰있는 내 원고를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

글쓰기에 대한 사랑을 저버릴 수 없어서

이렇게 이 책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닿고 싶은 내 본심일지도 모른다.

쓰는 창작자들의 고뇌와 현실을 찾아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괜찮다고 다독여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다.

이 몸부림이 언제 끝이 날지 모르지만,

쓰고 싶은 갈증은 이내 결과물로 만들어져야 받아들이게 되는걸까.

형벌이자 축복인 글쓰기의 비유가 너무도 적절해서

웃픈 이 마음을 누가 알아 줄까 싶지만,

계속 써야만 하는 나의 욕구를 필요로 채울 글쓰기는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 함이 분명한 길이다.

작가이자 북카페의 주인으로서

여러 경험치들을 가진 저자의 마음가짐이

뭉클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안도감도 느끼게 만든다.

멋진 인생 이야기들도 좋지만

때론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로

자신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실체들이

그 사람을 더 빛나게 가꾸고 있는 날것의 이야기가 좋다.

그런 점에서 쓰고자 나아가고자 하는

소설가를 꿈꾸는 작가의 담백한 고백이 진실되게 느껴져서 좋다.

부끄러운 나의 고백을 용기낼 수 있게

많은 좌절과 고뇌에 빠진 수많은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대신할 작은 이야기로 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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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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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르 소설의 또 한번의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다 만나게 되는 변수와 소용돌이를

흥미롭게 풀어갈 이야기의 전개가 기대되는 책이었다.



"전환." 큰 소리로 그 단어를 발음해 봤다. 마치 주문을 욀 때처럼 발화를 통해야만

단어의 의미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듯이.

하지만 그 의미는 내 의식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내 잠재 의지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았지만, 내게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변환'이라는 단어를 먼저 휘갈겨 적고 그다음에 분노에 찬 수정을 가한 것으로 보아.

두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혼동될 정도로 비슷했으리라는 추정밖에 할 수 없었다.

p77

나는 탈출했다.

그것이 돌아오고 있다.

도로 나를 끌고 들어가려고 오고 있다.

도로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라, 아직 그럴 수 있을

p251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 떠나는 데메테르호.

이 탐험대가 항해 중 미세한 균열을 발견하게 되는데

여러 탐사선들의 알 수 없는 죽음들이

시공간이 바뀌면서 반복되는 스토리로 흘러간다.

변해가는 시대와 구조물들.

북해의 바다를 건너는 범선에서 20세기 증기선을 거쳐 비행선과 미래의 우주선까지.

시대와 기술의 발전은 뚜렷해 보이나

불가피한 죽음의 결말은 같다.

시작은 항해로 끝은 파멸로 닿게 되는 결론말이다.

이 죽음은 과연 끝이라 볼 수 있을까.

또 다른 시작점이라고 본다면

다시 판을 짜고 쓰여지는 새 항해의 이야기 속에

뭔가 모를 단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야기 중반부까지는 헷갈리게 만드는

복잡미묘한 세계관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서사의 구조가 빠르나 현실과 꿈을

헷갈리게 만들어 맥락을 잘 이어가지 못했었다.

결론에 다다르면서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일정하게 나아가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고 해야하나..

중심부로 옮겨 생각하면 본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미래를 향해가면서 여러 시대를 거쳐가면서

미세한 단서들을 발견하게 되는 주인공.

세족에서 느껴지는 전환은 뭔가를 뒤집어보는

새로운 세계로의 안내를 말하는걸까.

접점에 닿을 수록 생명체에 근접할 수 있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미스터리한 죽음의 항해가

풀어가는 수수께끼를 책 속에서 맛보고 깨달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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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와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유희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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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마음의 고요를 넘어서 이따금 말 걸어주기를 바래기도

배웅할 누군가가 와주기를

그렇게 열고 나가고 싶은 마음의 경계를

담백하고 담담한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책을 만났다.

저자가 운영하는 작은 서점은 시집 서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기다림의 형태로

이곳에서 조우하게 될 소박한 바램이 생긴다.




은근한 짐작과 적잖은 우려보다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대체로는 사람들의 예상만큼이나 적적한 소외 속에 있는 것이 시집이다.

어느 순간엔 놀랄 만큼 북적거리다가도, 일순 고요해지고 마는 서점에서 나는 늘 기다린다.

누군가 찾아오기를, 찾아온 그가 한 권 시집을 골라 집어내기를.

그것을 내 앞으로 가지고 와 말을 걸어주기를 바란다.

p26

시의 영역이 나에게 아직 맞닿아 있지 못해서 그런걸까.

가장 어려운 책의 분류 속에 두고 있다.

글과 글 사이의 긴 호흡과

온갖 상념들이 오가는 여유를 두고만 볼 수 없었다.

뭐라도 눈에 담고 읽어내야 하는 강박을 가진 나에게

'시'는 벗어남의 일탈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말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시집을 함께 읽는 모임을 통해

여태껏 내가 사랑하는 형태와는 다른 책이 말을 걸어왔다.

기꺼이 문을 열어주지 못하고

여전히 기다리게 만들고 또 기다리게 만들다

이제서야 살짝 그 문을 열어두었다.

긴 기다림 속에서 만난 책이라 그런지

시의 다정함을 찾고자 손을 뻗게 되는 어른이 되어간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기다림 뒤에 건네는 말과 같이 나를 반기는 듯하다.

내가 자주 되뇌곤 하는 단어는 후숙. 천천히 익어가다.

후숙의 마침은 알맞게 익음이며 나는 내 삶 어딘가에 그러한 지점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성숙하지 못하여 자주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풋내나는 떫은맛을 느끼곤 하지만 이 또한 후숙으로 가는 과정이리라.

나는 반점 하나 없는 바나나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본다.

어째서 바나나로부터 아무런 욕망이 일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

삶이라는 양태를 지켜보는 나만의 방법이 거기에 있었다.

p98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마음.

늘 조급함이 화를 불러 일을 그르칠 때가 많았다.

후숙해서 먹어야 제 맛인 음식들을

급한 마음에 입에 넣고서야 금새 후회하고마는 일이 어디 빈번하다.

사람 또한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알맞게 익어가는 삶의 형태를 가질 필요가 분명 있다.

삶의 중반부를 넘어가는 나는

어느 정도 숙성되어가는 사람일까.

천천히 느긋하게 나의 세계를 오밀조밀 만들어가는

이 시간들이 책들과 함께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긴 시간동안의 기다림에 고요한 문장에 시선을 빼앗기다

끝내는 쓰지 않고서는 않될 욕구를

책 속 곳곳에 흔적으로 남기는 기쁨.

좋아하는 것들로 그 시간들을 후숙하며

사유할 수 있는 문장들로 생각을 넓혀가는

근사한 매일 매일이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다.

기다리는 인생이 마냥 힘들지만도 않을

기쁠 일들을 찾아가는 매일이 되길.

책 속에서 또 나는 마음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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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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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시간을 사랑한다.

하루의 분주함을 내려놓고

깊어지는 밤의 아늑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더욱이 밤독서는 나에게 특별한 시간이자 선물이다.

빼곡한 텍스트를 읽어내느라 분주했던 마음과 눈의 피로를 덜어줄

고마운 책친구가 찾아왔다.

오은 시인의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에세이를 소설 사이 사이에 읽는 편인데

시집은 아직 나에게 멀고 닿기 힘든 그 어딘가에 속한다.

이 책은 에세이와 시집을 중간에 걸쳐있어

나에겐 더없이 시집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용기를

시로 스며드는 감성과 필사의 욕구가 일으켜지는 책이기도 하다.

떠도는 생각들을 가만히 담백히 건네는 위로의 말들이

그 어느 것보다도 따뜻하고 강한 울림을 준다.

시인만의 단단한 필력일지 모르겠지만

읽고 곱씹고 천천히 써보며

문장 하나 하나 마음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기에 너무 좋은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는 밤마다 속삭임을 찾아 나서기 위해 습관처럼 책을 펼친다.

책장과 책장이 스칠 때 속삭임이 들려온다.

책 속 등장인물이 하는 말이 심상치 않은 속삭임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생각해보니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속삭이는 순간이 많아진다.

빠진다는 것은 몰랐던 세계에 풍덩 뛰어드는 것이므로.

p16

꽤 오랜 시간동안 다정한 속삭임으로

나를 붙잡고 있는 책이라는 세계에 빠져있다.

천천히 다가와 깊게 스며들었던

추억할만한 책들의 책장 곳간에 한 권씩 채워지고

지금은 나의 거대한 유토피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상의 지침을 이 세상 속에서 저 곳으로의

시공간을 넘어 깃들고 흘러가는 책의 세계에서

나는 벗어나기 힘든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

이같은 시간이 한밤중이라 더 속삭임으로 다가온다는 비유가

더없이 공감되고 웃음이 난다.

문장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내 맘을 들킨 것 같아

반갑기도 설레기도 했던

시인의 다정한 말에 또 한번 반해본다.

낮동안 여기저기서 감정을 긁히고 돌아와

한밤중에 거울을 보며 우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흐느끼는 내 모습을,

나만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울고 있었다.

p103

견디던 마음들이 밤에는 무장해제되어 버린다.

단단했던 마음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

많은 밤들을 혼자서 울었던 눈물을 난 안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

소리내 마음껏 울 수 없었던

뱉을 수 없었던 무수히 많은 말들을

마음에 새기다 아파오는 깊은 상처가 긴긴밤을 채우던 날.

기억을 소환하는 깊이 있는 문장에

난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흑과 흑이 만나 흑흑..

흐느끼던 나를 위로해 준 많은 밤의 날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마음을 만지는 문장들을 조용히 쓰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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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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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을 조절할 수 있는 세상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과학기술의 양면성과 모순을 드러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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