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는 헤어지고 난 뒤로 머릿속에 계속 담아두었던 퍼트리샤의 유령 목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퍼트리샤가 지금 여기 있다면 뭐라고 말할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는 윤리가 보편적인 원칙에서 나온다고 믿지도 않았다.
즉, 최대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 최고의 선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녀가 한층 멀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벌써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p354
"그녀가 우리의 기계를 망가뜨리고 나서도 나는 그녀를 탓하는 감정 때문에 우리가 서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어요.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망가졌지만, 그 망가짐은 서로 보완하듯 맞물려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마법을 구사하고 손만 대면 물건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내가 만나본 최고로 멋진 사람이에요.
그녀는 다른 누구도, 심지어 다른 마법사들조차 보지 못하는 것을 봐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어요.
이소벨 당신은 그녀를 죽일 수 없어요.
그녀는 나의 로켓선이에요."
p455
사랑에 빠진 그 마음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붙들고
두근거리는 가속도를 급하게 멈추어 버릴 수 있겠는가.
로봇 같은 기계적인 사고를 하는 로런스의 마음에
거대한 우주가 되어주던 퍼트리샤의 존재는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로런스의 로켓선이 되어준 퍼트리샤가
유일한 친구이자 사랑이기에
그의 말이 그녀의 마음에 온전히 전달되기를 손붙잡고 바랬다.
인류 멸절을 위한 생각만은 제발 거둬주길 바라면서
구원에 대한 공통 분모를 이해하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둘의 성장기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는
종말의 공포에 휩싸인 인간들이
모든 희망이 물거품되고
극단의 선택 마저 남지 않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더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된다.
부디 둘의 타협점을 좀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구 종말의 가속도는 멈출줄 모른다.
제발 바래보는 건
인류가 존속하는 동안에 지구의 대부분이 견뎌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구하게 된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린 더 서로를 사랑할 시간을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