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사망한 화가 버네사 채프먼은
그의 작품을 페어번 재단에 기증하게 된다.
한 작품이 '인간의 뼈'를 사용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큐레이터인 제임스 베커가 이를 입증하기 위해 나선다.
에리스에 머물고 있는 베네사의 측근이자 유언집행인인 그레이스를 통해
베커는 진실과 거짓의 줄다리기를 타듯 묘한 긴장감과 함께
의문이 쌓여가게 되는데..
게다가 버네사의 남편은 20년 전에 실종되었고
아직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결지어지는 사건의 진상은 과연 어떻게 밝혀지게 될까.
섬이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주는 고립감과
심리적 압박감을 더함과 동시에
감춰진 비밀이 켜켜히 쌓이니 읽는 내내
숨이 막힘과 동시에 대단히 큰 갈증을 느끼기도 했다.
누구의 뼈일지 머릿속에 예측하며 그림을 그리다가도
설마하며 추측했던 바가 그리 쉽게 풀릴 단서가 되지 않을 법도 하겠다란
복잡하고 팽팽한 심리 싸움에 나 또한 휘말리게 된다.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든 그레이스를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음에
인간 본성의 추악함과 동시에
베네사의 의도를 알아채리기 헷갈려 미로 속을 헤매고 있었다.
시원한 미스터리 소설의 결말을 짓지 못함도 아쉬운데
전반적인 분위기가 고혹적인 예술의 미가 흘러
더 문학적이라고 해야 할까.
사뭇 이전에 읽어왔던 심리스릴러 소설과는
분위기가 색다른 묘한 긴장감과
심연으로 가라앉는 나른한 기분마저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
전작에 대해 기대하며 보았던 독자들이
어떻게 이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할지 호불호가 나뉠듯하다.
외딴 섬에 둘어싼 이야기 속에서
부디 길을 잃지 않고 그 곳에서 해방될 수 있는
등대의 불빛을 찾아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