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모든 새들
찰리 제인 앤더스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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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SF 세계관을 뚜렷히 드러나면서도

따뜻한 인류애가 느껴지고 풋풋한 어린 날의 사랑에

아련한 기분이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의 책을 만나보았다.

인류 종말이라는 거대한 혼란 속에서

대립하게 되는 둘.. 과학자와 마법사이다.

각자 보존해야 할 대상이 다르지만

하나의 접점은 생존과 구원이다.

핵전쟁과 총체적 환경 재난 속에서 인류가 잔인하게 죽어가는 걸

볼 수만은 없기에 수십 만 명을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를 시킬 것인지,

지구의 치유를 위해 거대한 폭풍을 일으켜

바닷물이 육지를 삼키게 만들고,

건물이 폐허가 되도록 인류를 재로 만들어 우주로 날려버릴

두 입장의 차이가 너무 명확하게 나눠진다.

도시가 파괴되고 대혼란이 야기되면

난민들이 속출하고 질병이 창궐할텐데

혼란과 굶주림 속에서 최악의 상태는 전쟁까지 불사르게 될

모든 과정들이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진다.

슈퍼 폭풍이라는 배후에 숨어 악을 행하는

뿌리가 사악한 마법사의 행패라는 걸 짐작하게 되니

마냥 어리고 순수하고 귀엽기만 했던 퍼트리샤에게 반감을 느끼게 만든다.

나 또한 지독히도 인류 구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인간이라

로런스의 의견에 좀 더 힘을 싣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확연히 다른 두 세계관을 가진

이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어

서로를 헤아릴 줄 아는 유일한 친구가 된다.



로런스는 헤어지고 난 뒤로 머릿속에 계속 담아두었던 퍼트리샤의 유령 목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퍼트리샤가 지금 여기 있다면 뭐라고 말할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는 윤리가 보편적인 원칙에서 나온다고 믿지도 않았다.

즉, 최대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 최고의 선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녀가 한층 멀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벌써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p354

"그녀가 우리의 기계를 망가뜨리고 나서도 나는 그녀를 탓하는 감정 때문에 우리가 서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어요.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망가졌지만, 그 망가짐은 서로 보완하듯 맞물려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마법을 구사하고 손만 대면 물건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내가 만나본 최고로 멋진 사람이에요.

그녀는 다른 누구도, 심지어 다른 마법사들조차 보지 못하는 것을 봐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어요.

이소벨 당신은 그녀를 죽일 수 없어요.

그녀는 나의 로켓선이에요."

p455

사랑에 빠진 그 마음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붙들고

두근거리는 가속도를 급하게 멈추어 버릴 수 있겠는가.

로봇 같은 기계적인 사고를 하는 로런스의 마음에

거대한 우주가 되어주던 퍼트리샤의 존재는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로런스의 로켓선이 되어준 퍼트리샤가

유일한 친구이자 사랑이기에

그의 말이 그녀의 마음에 온전히 전달되기를 손붙잡고 바랬다.

인류 멸절을 위한 생각만은 제발 거둬주길 바라면서

구원에 대한 공통 분모를 이해하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애쓰는 모습이

둘의 성장기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한편으로는

종말의 공포에 휩싸인 인간들이

모든 희망이 물거품되고

극단의 선택 마저 남지 않게 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더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된다.

부디 둘의 타협점을 좀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구 종말의 가속도는 멈출줄 모른다.

제발 바래보는 건

인류가 존속하는 동안에 지구의 대부분이 견뎌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구하게 된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린 더 서로를 사랑할 시간을 충분히

아낌없이 쓰고 이 지구를 무사히 탈출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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