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과의 이별로 나의 일부가 죽으니,
살아 있는 일부를 아름답게 만드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죽은 것보다 살아 있는 일부를 생생하고 크게 살아나도록 만드는 것이
오십 대의 즐거운 숙제다.
숙제 같은 오십 대 인생을 축제로 만드는 비법은 언젠가 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더 즐겁고 생생한 삶을 산다는 결단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가족의 죽음은 어쩌면 살아 있는 나의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윤활유다.
p25
행복을 유예하며 지냈던 시간들이 많았다.
당장 눈앞에 일들과 상황이 괜찮아지면
그때가서 누려도 좋을 것이라는 어리석음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렇게 쉽사리 좋아지지 않는 상황과 형편을 두고서
왜그렇게 미련스러웠는지..
그 시간을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날을 후회할 때가 많았다.
나이가 들어서는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좀 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
내가 무얼 하면 행복한지를 묻고 또 물어보는 시간을 일부러 더 가지려한다.
살아있는 시간이 축제라는 걸 잊지 않고 살아가면
죽음으로 걸어가는 인생 길이 그리 외롭거나 우울하지만은 않을 것을 말이다.
그 시간들을 얼마나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지가
내 남은 인생의 숙제이다.
좀 더 경쾌하고 가볍게 살면서
나를 더 돌봐주고 위해줄 시간으로 아껴서 쓰고 싶어진다.
인생은 주사위다.
무슨 수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무슨 수를 나오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무슨 수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이다.
인생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을 줄 의무가 없다는 걸 알 때쯤,
우리는 철이 들기 시작하고 오십이 된다.
p71
변수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하다.
애쓰고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님에도
끌어안고 걱정을 이고지는 지난 삶이 얼마나 많았는지...
어떤 수가 나올지 모르는 인생에 대한 대처를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는 배움의 자세를
나이들어서 찾아보고 알고자 애쓴다.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내려놓고 살아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니
다듬어지는 내 모습이 그리 나쁜 모양새가 아니라 좋다.
그렇게 인생의 많은 숙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남은 삶은 좀 더 자유롭고 신명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훨씬 괜찮은 나의 내일을 알려줄 인생의 지침서를 곁에 두고서
조용히 묻고 답을 찾아가며
방향키를 잘 붙잡고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