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아픔이 있는 엄마와의 갈등이 심한 스무살인 장녀 은호.
매주 상담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얽힌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미처 돌보지 못한 내면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지금 현재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작년부터 시작된 사춘기가
여전히 갈등 속에서 흔들리고 있어서인지
더욱이 감정에 몰입해 읽게 되었다.
이미 먼저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어오면서
올바르고 안전한 길에 이르는 지름길을 가르쳐 준다고 말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경험하고 느껴보려하고
지금 내가 무얼 원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심하게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시간만 흘려 보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잔소리와 구속으로 더 냉랭한 사이로 팽팽한 신경전 중이다.
이같은 갈등 상황 속에서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없는 것 같아
스스로가 무력해지고 자신감이 실추된다.
아이 또한 진학, 진로, 앞으로의 인생 길에 대한 모든 선택을
스스로 해나가려고 하며
그걸 지켜보고 지지하는 부모를 원했으리라 생각한다.
책에서의 은호와 엄마와의 갈등만 봐도
엄마의 살아온 과정들을 보면서
고단하고 애썼던 부분들이 다 이해가 되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인가보다 싶었다.
은호는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나를 붙잡으려는 상대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날 원하면 저럴까 싶었다.
나는 그런 식으로 사랑을 확인했던 것이다.
내가 얼마나 상대를 괴롭혀 왔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만나는 동안 헤어지자는 말로 상대를 긴장시키며 내 곁에 매어 두다가 결국 먼저 떠나곤 했다는 것을.
사랑받고 싶어 했으면서도 결국 상대의 마음을 불신했다는 것을.
"내가 나를 괜찮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주지 못하면 그 인정을 외부에서만 찾게 되죠.
그 과정에서 사실 가장 괴로운 건 자신이고요."
p110-111
'엄마는 무서웠던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 일생에서 딱 한 번 겪어 본 남자. 그 남자에게 호되게 상처받았으니,
다른 남자도 아빠와 다르지 않으리라고 믿게 된 걸까.
그래서 아저씨와의 관계가 이성적으로 발전하려고 하자 무서워서 도망친 건가.
아니, 내가 대체 엄마에게 뭘 바란거지?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갖은 삐딱선을 다 타려고 들면서,
엄마는 그냥 남자에게나 기대 남은 인생 살기를 바랐던 건가?
p169
"어쩌면 저는 너무 제 내면에만 몰두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진짜 나를 알려면 내 문제와 내 이야기의 둘레 바깥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윤지 선배가 말했던, 기존의 나를 죽여야 새로운 내가 될 수 있다는 말처럼요.
나를 잊을 만큼 몰두할 수 있는 일들을 경험하고 싶어요."
p236
알에서 스스로 깨고 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은호의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
이 아이를 보듬어줄 든든한 둥지가 되어줘야 했던 부모들 또한
미성숙한 존재였다는 걸..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 같아서
어쩐지 마음이 아프고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결국 자신의 가치와 존엄성을 찾아가는
스스로의 여정 속에서 깨어진 자화상을
다시 매만져 수정해나가는 모습이 안쓰럽고 안타깝기만 했다.
나역시 이들 부모와 다를 바가 있을까 싶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줄 알았지만
두 눈에 삐딱한 반항심과 넋을 놓고 살아가는 듯한 무기력한 모습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내려놓지 못하고
윽박지르게 되는 나를 매일 발견하고 스스로를 원망한다.
은호가 상담을 통해 목마른 사랑과 베인 상처들을
온전히 마주하고 아픔들을 회복해 나가는 걸 보면
은호에게 따뜻한 밥이라도 지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기특하고 애썼다고...
지금의 고난과 어려움이 위태로움 속에서
방황하는 십대, 이십대를 보내더라도
더 찬란한 내일을 보내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웃으며 살고 싶다.
은호에게도 지난 날의 아련한 추억이 되길 바라며
내 딸에게도 맨몸으로 부딪혀가며 사투를 버리고 있는 널
가만히 지켜보며 기도하고 기다린다는 걸 기억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