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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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먹고



<낮술> 하라다 히카의 미식 미스터리




미각을 곤두세우는 음식 이야기는

뭔가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매력이 있다.

이 책 역시 요리가 매개체가 되어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어

묘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첫인상부터 꽤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건

음식이 이 책의 메인이 되는 듯한 밥내 가득한 냄새가

책장을 덮기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추리소설이라 잔뜩 긴장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경쾌하고 리듬감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가사도우미 미노리의 역할이 컸다.

스타트업 회사 '그랜마'의 가사도우미인 '미노리'는

이 책에 힘을 실어주고 쉽지 않은 창업주와 동료들에게 위로를 선물한다.

약간의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듯한

마법같은 이 요리의 효과는 가히 놀랍다.

사라진 동료 '가케에다'로 인해

갈등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자 동료들이 애쓰며

얽힌 마음을 풀어주는데 꽤 큰 힘이 되어주었다.

단순히 불꽃을 바라보는 게 아니었다.

타오르는 장작과 산 날씨에 맞춰서 행동한다는 것,

자신의 행동이 자연에 좌우되고 있다는 감각이 모모타에게 더없는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혼자 산에 올라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든다.

그것은 궁극의 자유였지만, 환경에 크게 좌우됐다.

p185-186

그는 이렇게 점점 자신을 바꾸며 살아왔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렇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남의 흉내만 내면 자기가 없어질 텐데.

그가 앞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혹은 찾게 되었을 때 정말 소중한 것도 사라지고 마는 게 아닐까.

같이 살았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p271

처방전처럼 각자의 고민을 떠안고 있는 동료들.

읽는 내내 정체가 궁금했던 가사도우미의 정체.

그랜마 동료들의 깊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가케이 앞이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느껴졌고

야식이 주는 위로가 마음을 녹일 수 있다는 건

음식이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

꽤 괜찮은 결말로 마음 가볍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구운 사과 아이스크림이 무슨 맛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에게

미식의 세계로 인도해 줄 가케이의 음식이

한동안 머릿 속에 떠오를 듯하다.

끔찍한 미스터리 소설의 분위기가 아닌

따뜻함이 느껴지는 책이라 소소한 행복을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라 더 좋았다.

인간 관계에 복잡하게 얽혀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조용히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따뜻한 온기가 살아있는 음식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법같은 시간을 책 속에서 만끽해보시길.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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