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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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제작비 지원 받았습니다.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읊조린 말들로, 작은 몸짓이며 생각도 남지 않으니, 깊은 감사함만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른다. ㅡp341





전개를 끌고 갈 '사건'이 없는 소설을 만났다.
400여페이지의 두툼함에
넘기다보면 그래도 반전이 있겠지?
위기의 고비 하나 정도는 있겠지?
했는데 없다.

그럼?
이 소설이 무해했냐고 묻는다면 No!


<<구월의 보름>>은
그런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
늘 평범하지 않는 그 기억들 같은 소설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모든 것이 담겨있는 9월의 2주간의 여름휴가.
아버지는 점점 지쳐갔고
어머니는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길어졌으며
자녀들은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그 계절의 휴가
그리고 그렇게 그들의 내면이 잔잔하게 흔들리는

1931년 대공황이라는 극적인 혼란의 상황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담담하고 평온함을 담았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특별한데
90년의 세월을 건너 다시 읽어도
전혀 낡지 않은 이야기.

빠르게만 성장해야 하고
매일매일이 특별해야만 하는 우리들에게
아무 일도 없던 그 여름이 가장 특별히 기억 되는 날이라는 것!


조금은 숨가쁘던 일상 속
한 편의 휴식같은 소설.
지났던 여름, 그리고 다가오는 여름도
소중했음을,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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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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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광고



하지만 너도 언젠가는 두 사람을 떠나서 네 삶을 살아야지. 이다는 잘 해낼 거야. 사람은 자기 임무와 더불어 성장하니까. -p39


무용수가 될 운명이 아니었던 나탈리아 레오노바.
맞춤 수선가였던 엄마에게 옷을 맡기러 온 발레리나 스베타 이모 앞에서 나탈리아 레오노바는 발레리나를 흉내내며 점프를 했고 "......여자 무용수 중에 가장 희귀한 재주를 네가 갖췄어.(중략)" 라는 스베타 이모의 말에,
이웃집 보잘것 없는 남자아이(세료자)의 발레하는 모습에
밝아오는 새해 바가노바(러시아 최고 발레학교)에 지원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발레의 길로 들어서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최고가 되기 어려운 치열한 예술세계
그곳에 들어선 나탈리아 레오노바의
우정, 사랑, 질투, 시기, 성공으로 향하는 노력의 모습이
그려지는 이야기에 쉼 없이 빠져들었다.
아니 어느순간 내 머릿속엔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발레무대가 고스란히 그려지기 했다.


□홀로 남겨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먼저 떠나는 것이다. -p40
□발레는 방대하지만 발레 세계는 무척 좁다. 한때 나란히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경쟁했던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평생의 친구 또는 라이벌이 될 사람들이기도 하다.-p76
□내가 무대를 갈망하는 이유는 내 모든걸 벗겨내기 때문이다. 배고픔도 투지도 열망도 모두 녹여버리고 가장 본질적인 것만 남긴다. 그 본질은 아름다움도 사랑도, 뛰어넘는다. -p106

모든걸 뛰어넘는 무대에 서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적인 프리마 발레리나가 된다.
그러나 가장 빛나던 순간 모든게 무너졌다.
사랑하는 사샤로 인해
파멸로 이끈 드미트리로 인해.

그리고 드미트리가 나탈리아에게
'지젤'로 다시 복귀하자고 불러들인다.

□모두 언젠가는 느려진다. 날면서 죽는 새는 없다. 그때가 왔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최악의 굴욕에서 나를 구해줄 동료 무용수들뿐이다. -p259

온통 불안함이 가득한 나탈리아 곁에는
그녀를 구해줄 많은 이들과
그녀의 트라우마를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이와
그 많은 혼란 속에서 돌아보는 그녀의 삶이
1막,2막,3막으로 이어지며 고조된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내가 예술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예술이 나를 장악한다. -p485

흔들림 속에서도 예술로 그 속에서 나아가는 나탈리아의 여정
오르막이 있음 내리막이 있듯
제일 춤을 잘 추는 시기는 끝났음을 알게된다.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에서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금 일어설려는 순간
추악하지 않게 행복의 길로 나아가길 바라게 되는데.

519페이지가 지겹지 않게 넘겨지고
페이지가 넘겨질 수록 활자 위로 영상이 그려지는
그와 동시에 밑줄긋고픈 문장이 한가득

오랜만에 푹 빠져 읽은 소설.


☆2024 올해의 책(보그, 하퍼스바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2024 리즈 북클럽 선정 도서
☆2024 아마존 에디터추천도서

많은 극찬이 그냥 나온게 아니었음을
가닿지 못한 발레 공연에 대한 설렘을 품은
삶 앞에 내내 흔들리는, 흔들리수밖에 없는
우리 삶을 돌아보고 달려갈 수 있는
그 순간순간에 대한 힘을 주는 거 같다.

□결국 인생이란 모든 게 실수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 어느 것도 실수가 아니다. -p361

□삶의 모든 아름다움과 비극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의 간극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그 간극이 대부분 아름답다는 사실이다. -p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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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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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협찬] 주관적으로 읽고 기록합니다.

스물두 바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거기까지.

틸다는 매일 수영장을 찾았다.
엄마의 술, 동생의 울음, 거기에 더해진 무거운 책임감.
그 모든 곳에서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수영장에서 틸다는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스물두 바퀴를 돌았고,
그 의식 속에서 아마도 스스로
자신만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존의 리듬이 아니었을까.
어린 나이에 감정과 욕망을 누르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가는 삶.

그 스물두 바퀴 덕분에
감점 대신 책임을 선택할 수 있었고
결국은 자신을 구해내는 선택으로 이끌어진 게 아닌가...

삶이 너무 복잡하고 무거울 때,
틸다처럼 내가 숨을 레인은 어디일까?
그 레인 하나만 있다면
틸다처럼 삶이 복잡하고 무겁더라도 버텨낼 힘이
있을테지.

가끔은 도망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조금 숨는 것 또한 살아갈 힘을 줄 수 있을거란
시작의 틸다는 안쓰러웠지만
숨을 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틸다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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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궁 맑음
권용순 지음 / 고유명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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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협찬]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기록합니다.


□의료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실력이다. 진단과 치료에 남다른 실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다음이 건강한 사회 윤리 의식이다. 의료인의 치료 행위가 환자의 건강 증진을 위해 올바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 자신의 양심을 걸고 동의해야 한다.(중략) 마지막으로 중요한 덕목의 하나는 훌륭한 인성이다. 인성은 타고나는 것이라기보다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으로, 사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p198

20대에 생리통이 심해 산부인과를 갔다가
대학병원으로 가서 진료해야 한다고
소견서를 받았다.
그래서 찾은 대학병원은
한강 이남에서 산부인과 최고봉인 의사라고 소문이 자자했고
진료 문턱은 한없이 높았다.
딸의 아픔앞에 엄마는 그 문턱따윈 높지않았고
새벽같이 일어나 병원 진료시작전부터
진료봐줄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대기했던 기억.

진료가 시작했고 젊은 언니가 진료실에 들어갈 땐
수심가득이었는데 나오며 활짝 웃는게 아닌가.
서울 유명 병원에서 자궁적출을 권했는데
적출없이 수술가능하다해서 행복하다고.

🙋‍♀️그 날 내가 느낀건.
유명한 의사의 진료 대기는 길고 길다는 것과
유명한 의사에게는 사람을 살리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오늘 그 특별한 비법을 지닌
특별한 의료인을 만났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슬기로운의사생활의 소재가 될 것 같은
드라마틱한데 현실적이고
현실적인데 드라마틱한.

🥼실력갖춘 의사가 되기 위한 비법
ㅡ환자의 고통을 생각하며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꾸준히 연구
🏥병원 운영에 따른 의사들의 현실 문제
ㅡ병원 행정적인 면과 의료중심적인 면이 치우칠 수 밖에
없는 민낯
🤒자궁선근종에 대한 다양한 사례
ㅡ포기하지 않고 병을 개척해내는 용기

실력, 윤리의식, 인성까지 3박자가
환자들 맞춤 의사 권용순의 이야기를
읽고나니 그래도 가끔 의사같지 않은 의사들 사이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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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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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김 선생, 지도는 영토가 아니에요. 너무 가까이 있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조금 떨어져 있어야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지요. -p169


.

✅️컨텐츠랩비보가 선택한 첫 장편소설
✅️드라마 제작 확정
✅️밀리의서재 밀리로드 연재 월간 1위
✅️송은이가 발견하고 최강희가 강력추천

.
이혼조정 사건을 다루는 가사 조사관 도연.
타인의 불행을 기록하는 그녀이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에는 늘 침묵한다.

타인의 말에서 진심을 찾아내고
그 진심을 문장으로 정리하면서도
자신의 고통에 말을 아끼던 도연은
열아홉 소녀 '시재'를 만나면서
조금씩 열려간다.

그럼 시재는 누구?
시재 또한 상처가 가득한 아이.
날이 선 말투, 무너질 듯한 눈빛, 자랄 수 없었던 마음.
시재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도연이지만
이상하게 시재와 함께 있음 편해지고 끌린다.

완벽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
그 작은 떨림들이 느껴지는 소설.

담백하게 시작된 글은
촉촉하게 뒤흔든다.
아픈데 따숩고
쓸쓸한데 위로가 된다.

"너는 충분히 버텼고, 이제 괜찮다고.
마침내 안녕이라고 인사해도 된다고."

삶에는 늘 필요한 이별의 감정들, 사건들, 관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모든 불편함에서
조금 더 나를 끌어안는 방법을 속삭여 주는 소설.

마침내, 안녕.



@서사원 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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