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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지음 / 민음사 / 2025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나는 이름이 네 개다. 아버지가 지어 준 이름인 개나리, 오토상이 지어 준 이름인 요코, 전투를 앞둔 군인이 지어 준 이름인 교코.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군인이 지어 준 이름인 아이고. 이름은 영혼이다. 그래서 내 몸에는 영혼 네 개가 모여 산다. 개나리, 요코, 교코, 아이코. ㅡ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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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배경에 빛나는 노란꽃은 봄같다.
그러나 그 가운데 놓은 원피스 하나는
아리고 아려 눈뜨고 바라보고 죄스러워진다.
□간단후쿠에는 구멍이 네 개 있다. 둥그스름한 구멍들은 속이 텅 비어 있다. 가장 큰 구멍은 아래에 있다.ㅡp8
□밤이 되면 간단후쿠는 군인들을 데리고 잔다. (중략)
군인들을 데리고 자는 동안 내 몸은 간단후쿠 안에서 휘어지고, 뒤집히고, 눌리고, 부서지고, 쪼개진다.ㅡpp9.10
얼른 이야기가 끝나길,
제발 멈추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귀리죽을 먹는 그녀들에게 뜨거운 쌀밥을 지어주고프고
삿쿠를 씻는 그녀들의 손을 붙잡아 데리고 오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있고
그녀들은 만주에 있다.
나는 평온한 오늘을 살고 있고
그녀들은 편히 쉴 땅 한조각도 없다.
□아까운 딸년 목화나 따게 하지 말고 만주 바늘 공장에 보내 돈 벌게 하라고. 시집갈 나이가 되면 돌아와 시집가면 된다고. ㅡp59
만주 바늘 공장인 줄 알고 찾아온 곳은 스즈랑이었고
그곳에서 간단후쿠를 입고 간단후쿠가 된다.
🖋반복되는 전쟁과 폭력과 학살. 간단후쿠를 입고 간단후쿠가 된 소녀들은 여전히 곳곳에 있다. 우리가 보고 있지 못하거나 보려고 하지 않을 뿐. ㅡ작가의 말 中
어떻게, 어떤마음으로 이 글을 썼을지
쓰면서 얼마나 아프고 아렸을지
끝내 그녀들을 붙잡아야 했음을
그리고 사라진다고 지워지지 않을 그 흔적을
독자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않겠습니다.
잊히지않게 두고두고 읽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읽을 때마다 아플 거 같습니다.
그러함에도 또 읽어야 겠습니다.
🎁 @minumsa_books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직접 읽고 기록하는 글입니다.
내내 기억될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들어주셔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