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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지음, 이지선 북디자인 / 읻다 / 2023년 5월
평점 :
이 책은 은유 작가님이
한국 시 번역가 7분을 만나 인터뷰 한 것을 엮었더라구요.
□내가 한국 시 번역가들 인터뷰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이는 이제 문학으로 영역을 넓히는 거냐고 물었다. 내가 그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는 글을 써왔기 때문에 나온 말 같았다. 나는 이야기했다. 관심의 대상을 확장한다기보다 글쓰기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에 가깝다고.(중략)시는 낮은 곳을 살피는 언어이고, 르포는 가리어진 존재를 드러내고 인간의 고통에 천착한다는 점에서 내겐 뿌리가 같은 일이다. -p11
□이 책이 독자들에게도 한국문학 읽기의 길잡이로 쓰이고, 특히 시를 잊은 그대들에게 시 읽기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면 더없겠다. -p12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집을 읽으면서
번역된 시들을 비교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조금 올라오기는 했는데
일차적으로 시에 대한 함축적 의미 파악이 정확하지 않고
이차적으로 번역어를 읽어낼 능력이 되지 않아
욕구만 올라온 채 그들의 생각만을 흡수하기로 했어요.
황인찬 시집을 번영한 호영님의 인터뷰.
"그래서 이게 어려워서 재밌어요. 해볼 만한게 재밌는 것 같아요. 내가 잘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 번역하고 싶은 글을 만났을 때, 피가 돌고 약간 상기되는 기분, 그런 기분이 생기면 하게 되요." -p29
아니 천생 번역가다운 말.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웹툰변역을 하다가 시 번역을 하고
시 번역을 하면서 웹툰번역도 하는 호영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문학 번역을 그만두었을 때, 번역만 안 했지 책은 계속 봤죠. 그럼요, 죽을 때까지 저는 문학 소년은 아니고 문학 중년, 문학 노인, 문학인입니다." -p64
라고 말하는 안톤.
"저는 번역도 덕질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작가 중에 내가 싶이 존경하고 찬양하는 분을 선택하고, 자랑하고 싶은 작품을 번역하는 거니까 망치고 싶지 않아요. 그게 핵심이예요."-p114
라고 말하는 소제.
우리시 번역에서 시작하여
그 번역에 닿기까지의 삶을 마주보며
따라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기에
더 신선하고 궁금하고 그 깊이가 느껴졌던 거 같아요.
늘 세상을 아는만큼만 보았듯
오늘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아는만큼의 영역을 조금 넓혀간 게 아닌가.
요즘 은유작가의 책 리뷰에
어떤 분일까 머리로 상상했는데
상상보다 더 따뜻하고 유연하고
생각의 확장이 순수함에서 시작해 더 순수함으로
가닿는 게 아닌가 했어요.
🎁도서 선물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주관적인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