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책을 좋아하나요? ㅡp272
.
.
.
쉰여덟에 다시금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어떤 느낌일까?
잘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부모는 작은 중국집을 운영했고
매일매일 성실히 일하는만큼
그녀는 작은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 달에 단 두 번만 쉬었던 그녀의 부모는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성실한 부모는 그녀가 무난히 교사가 되길 바랬다.
그러나 그녀 석주는 용기를 냈다.
□교사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해보고 싶어요. 교사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ㅡp35
그리고 스물넷의 나이에 교한서가의 교열자로 입사했다.
그의 부모가 성실했듯 석주도 성실했고
성실하게 책과 함께 삶을 살아갔다.
이야기가 이어지며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책을 만드는 출판사의 민낯들
작가, 서점과의 관계들
그 모든 것들이 집약적이지만
깊이있고 세심하게 이어진다.
□교열부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으려나. 내 생각엔 몆 년 안에 사라지리라 봅니다. 전집, 선집, 총서를 경쟁적으로 내던 시기가 있었지요. 그때는 교열부가 필요했습니다. ㅡp56
□내 원고도 원고인데, 여기 이 친구 글이 참 좋다니까. 일단 한번 읽어봐. 읽어보는 거야 뭐 어려워? ㅡp73
□과대광고와 사재기가 만연한 홍보 방식,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무단 인용과 무단 전재, 불투명하고 복잡한 유통과정까지. 그 무렵 양적으로 팽창하던 출판 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었다. ㅡp94
책이라는 세계에 빠져
출판사에 입사하고
구조조정으로 쫒겨나듯 퇴사했지만
사수가 질문한다.
□이 일을 계속할 마음이 있어요? ㅡp95
부모의 가게에서 일하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부모들이었지만
그늘이 보였고 상황에 떠밀리듯 임용을 선택한다.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발걸음이 열람실 서가로 향할 때마다,(중략) 이 일에 대한 열정이 뚜렷하게 감지되었다. ㅡp98
그 열정으로 시작 단계인 회사
대우나 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일을 제대로 배우고 이것저것 시도를 약속한
산티아고북스에 입사한다.
그리고 그 시절을 지나 서른이 훌쩍 넘은 석주는
□석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균형적으로, 객관적으로 처리했다. ㅡp185
사랑하는 원호와 6년여간의 연애 후 결혼 앞에서도
담담했던 석주는
결혼을 서두르고 아이도 얼른 출산하려면
일보다 가정이 아니겠냐는 어른들의 말에 일의 중함을 담담히 말한다.
매순간 석주는 최선을 다했다.
매순간 성실했으며
매순간 책 앞에 정직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니라
독자가 적어도 필요한 책이라면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
책 앞에선 지고지순했던 석주의 20대에서 50대를
잔잔히 읽고나면
책을 향한 누군가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한 글자도 허투로 읽어서는 안되겠구나
휙휙 넘겨지는만큼 아파할 그 누군가들이 떠오르게 된다.
지금껏
책 제목, 작가, 출판사만 읽고 넘겼었는데
이번엔 한참이나 이름 하나하나를 오래도록 읽었다.
한 권의 책을 위해
쉼 없이 사랑을 불어넣었을 그들
이 책은 오직 그들의 것이 아닐까.
☆문학동네 서평단으로 책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