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미국의 목가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8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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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억 오천만 명이 거대한 칠면조 한 마리를 먹는다. 거대한 칠면조 한 마리가 모두를 먹이는 것이다. 이상한 음식과 이상한 방식과 종교적 배타성은 유예되고, 유대인의 삼천 년 묵은 노스탤지어도 유예되고, 그리스도와 십자가와 기독교인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못박히는 것도 유예된다.

모든 불만과 원한이 유예된다.

평소에 늘 다른 모든 사람을 의심하는 미국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 이것이 최고의 미국의 목가이며, 딱 스물네 시간만 지속된다.

밴드의 연주를 들으며 메리가 애프터눈티를 마시던 곳. 그애가 강간을 당하기 전에. 메리는, 그의 여섯 살 난 딸은 수석 웨이터와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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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국의 목가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8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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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아이에게 준 모든 것, 삶이 아이에게 제시한 모든 것, 삶이 아이에게 요구한 모든 것, 아이가 태어나던 날부터 아이에게 일어난 모든 것이 그것을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전에는 한 번도 어긴 적 없는 지침, 폭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강제로 아이의 입을 비틀어 열었다.

"말해!" 스위드는 다그쳤다. 마침내 아이의 진짜 냄새가 그에게 이르렀다. 썩어가는 산 것과 썩어가는 죽은 것의 악취를 제외한 가장 고약한 인간 냄새.

아이가 폭탄으로 날려버린 네 사람?그것은 너무 기괴하고, 너무 어마어마해서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은 세 아이의 어머니이고, 다른 사람은 막 결혼했고, 또 한 사람은 이제 퇴직할 참이었고……아이는 그들이 누구이고 뭘 하는 사람들인지 알았을까…… 그들이 누구인지 관심이나 가졌을까

그가 그렇게 보호벽을 세워놨는데 아이가 강간을 당하다니. 그렇게 보호를 했는데 아이가 강간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니. 나한테 다 이야기해! 그놈들을 죽여버리겠어!

그는 세상 최악의 도시에 남은 마지막 공장에 혼자 앉아 있었다. 하지만 폭동 기간에 앉아 있을 때보다도 심각했다.

스프링필드 애비뉴가 불에 탔고, 사우스오렌지 애비뉴가 불에 탔고, 버건 스트리트가 공격을 당했고, 사이렌이 울려퍼졌고, 무기가 발사되었고, 지붕 위의 저격수들이 가로등을 쏘아 깨뜨렸고, 약탈하는 군중이 미친듯이 거리를 돌아다녔고, 아이들이 라디오와 램프와 텔레비전을 들고 다녔고, 남자들이 옷을 한아름 안고 다녔고, 여자들이 술 상자와 맥주 상자가 잔뜩 쌓인 유모차를 밀고 다녔고, 사람들이 도로 한가운데에서 새 가구를 밀고 다녔고, 소파와 아기 침대와 식탁을 훔쳤고, 세탁기와 건조기와 오븐을 훔쳤다.

그들의 힘은 엄청나고, 팀워크는 흠잡을 데가 없다. 유리창을 박살내는 일은 전율을 일으킨다. 물건값을 안 내는 것에 도취된다.

아버지가 세우고, 아버지가 그에게 맡긴 사업이 그들의 손에 모두 타 잿더미가 되기 전에……

하지만 그는 계속 남는다. 떠나려 하지 않는다. 뉴어크 메이드는 뒤에 남는다. 그러나 그것도 아이가 강간을 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는 공장을 파괴자들에게 내팽개치지 않는다. 그뒤에도 노동자들을 버리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그래도 그의 딸은 강간을 당한다.

소리도 있었다?쿵 하는 소리, 아이의 비명, 아주 비좁은 공간에서 후다닥 달아나는 소리. 절정에 오른 한 남자의 무시무시한 울부짖음. 남자의 끙끙거림. 아이의 훌쩍거림. 엄청난 강간이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 뭔가를 해보려고 점점 더 미쳐간다.

스위드가 그 화가에 관해 묻거나 묻지 않은 것, 이해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것, 알거나 알지 못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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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국의 목가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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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버린 집의 잡석 더미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 젊은 남자는 다음날 한때 컬럼비아 대학 학생이었으며, 폭력적인 반전시위의 베테랑이며,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들’의 급진적 분파의 구성원인 것으로 밝혀진다

햄린의 가게를 날려버린 것도 다이너마이트가 채워진 파이프였다. 죽은 아이는 새로운 폭탄의 재료들을 섞다가 뭔가를 잘못해서 타운하우스를 날려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햄린의 가게, 이번에는 그애 자신. 그애는 실제로 해냈다

저녁 식탁에서 이기적인 어머니와 아버지와 그들의 부르주아 생활을 격렬하게 비난하며 자신의 투쟁 동기라고 선언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체제를 바꾸고, 현재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아무런 권한이 없는 90퍼센트의 민중에게 권력을 주려고."

세계가 지켜보고 있음에도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의 사슬 가운데 하나의 고리에 불과한 듯했다. 비명도 꿈틀거림도 없었다. 불길 한가운데에는 그의 고요함뿐이었다. 카메라에 비친 누구에게도 고통은 보이지 않았다

실종자의 부모가 사실은 바로 자신처럼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 말이 되지 않는 이유들 속에서 밤이나 낮이나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

스위드가 서서히 불안해진 것, 서서히 겁을 먹게 된 것은 메리가 이제 두려워하기보다는 호기심을 느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놓아둔다. 그것이 텔레비전에 중계되기를바라는 것이다.그들의 도덕성은 어디로 간 것일까? 촬영을 하고 있는 텔레비전 촬영팀의 도덕성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의 딸은 그중 어느 하나와도 상관이 없었다.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돈이 아니까. 돈이 확실하게 알고 있으니까

명상의 종僕인 듯, 자기 자신을 잊은 채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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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미국의 목가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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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브 부인은 우리 어머니처럼 깔끔한 주부였고, 흠 잡을 데 없는 예의와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여자였다.

자녀를 중심으로 한 위대한 가정 사업에서 해방되는 꿈은 꾸어본 적이 없는 그 시대의 많은 여자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 아버지들에게는 모든 일이 떨쳐낼 수 없는 의무이며, 옳은 길과 그른 길만 있지 그 중간은 없다.

이들은 에너지는 무제한이지만 능력은 제한된 남자들이며, 쉽게 친해지고 쉽게 지겨워하는 남자들이며,무조건 중단 없는 전진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들이다.

묵직한 앞치마를 두르고 갈고리와 막대기로 무장한 야만적인 노동자들은 거센 폭풍을 뚫고 나아가도록 내몰리는 동물들처럼 열두 시간 2교대로 짐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거나 밀고, 물에 흠뻑 젖은 가죽을 짜거나 널었다.

아버지는 해병대 소령으로, 한때 퍼듀 대학에서 풋볼팀 감독을 맡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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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볼타 사건의 진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4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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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을 실타래처럼 웅크리고 길섶에 쭈그리고 앉은 채, 엄습하는 추위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지평선 너머 희미한 빛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훌리안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그 뒤를 따라 나왔다. 간수들이 곧 비참하게 끝날 그의 운명을 알고 상처를 치료해 주지 않았는지, 그는 두 눈이 푹 꺼진 채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나중에 바스케스 반장이 사볼타 사건 관련 파일들을 재검토하고 자신을 먼 곳으로 이임시킨 복잡한 연관 관계를 추적하면서 이 이상한 인물을 떠올려 찾아왔을 때는 일 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난 뒤였다.

"이 강물처럼 모두 제 갈 길로 흘러가는 겁니다. 우리의 삶도 조용히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지요."

마리아 로사는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만 예전에 목격한 사건의 충격을 잊지 못했다. 부친의 극적인 죽음과 르프랭스에게 닥친 위험이 아직 어리기만 한 그녀의 영혼에 지우기 힘든 상처로 남았던 것이다

마리아 로사는 갑작스러운 수줍음에 온몸이 얼어붙어, 남편이 강압적인 눈길을 보낼 때까지 무리 속에 파묻힌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해도 그들만큼은 절대 다른 사람들과 바꾸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는 역방향으로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아까부터 줄곧 우리 뒤를 따라오는 자동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클로버와 이름 모를 풀들, 작은 덤불로 뒤덮인 그곳의 경치에 흠뻑 젖어 들었다. 평평하고 널찍한 곳이었으며, 한쪽 가장자리에는 차갑고 맑고 맛 좋은 샘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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