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콜럼버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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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내가 잠옷을 입는 동안 눈을 감고 1927년의 골디, 1927년의 루 엡스타인을 기억하려 했다.

그의 딸, 이 아이는 왜 그 아이?마이클이 데이트를 하는 길 건너의 여자아이, 아버지를 여읜 그 아이?처럼 크지 못했는지. 이제 그 아이는 어여쁜 처녀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딸 실라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 해, 어느 달에 그 앙상한 두 발목이 통나무처럼 굵어지고, 발그레하고 보드랍던 얼굴이 여드름투성이로 변한 것일까? 그 어여쁜 아기는 이제 "사회적 양심"이 있는 스물세 살짜리 여자가 되었다!

모르는 사람이 이 사업을 차지한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났다. 하지만 도리가 있을까? 살았다면 이제 스물여덟일 허비는 열한 살에 소아마비로 죽었다.

"누가 왔나 보세요." 그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손톱 밑에 낀 하루의 먼지를 아직 씻어내지도 못했는데 아내가 소리쳤다. "솔의 아들이에요."

온 세상이, 엡스타인은 생각했다. 젊은 것들의 세상 전체가, 추한 것들이나 예쁜 것들이나, 뚱뚱한 것들이나 마른 것들이나, 모두 지퍼를 올리고 내리는구나! 그는 숱 많은 잿빛 머리를 움켜쥐고 두피가 아프도록 잡아당겼다

시작을 찾는 것은 핑계를 찾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문제, 이 큰 문제는 그냥 시작되는 것처럼 보였을 때 시작된 것이 아닐까? 아이다 코프먼이 버스를 기다리는 것을 본 아침에?

거무스름한 피부에 예쁜 얼굴과 큰 가슴. 다른 주부들과는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고, 한 달 전까지는 매일 매 순간 암에 잡아먹히고 있는 남편을 돌보기만 했다.

새들은 느릅나무에서 법석을 떨며 노래를 불렀고, 해는 하늘에서 젊은 운동선수의 트로피처럼 반짝거렸다

그 말이 잠시 허공에 걸리며 방안에 정적이 깔렸다. 골디 엡스타인은 울음을 멈추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문간의 젊은이들은 눈을 내리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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