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3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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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방금 까프까즈의 독수리처럼 잔인하고 민첩했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곧 가련한 두더지처럼 눈먼 겁쟁이로 변해 버렸습니다.

연민이나 선량한 감정이 일어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은 그전에 양심에 부끄러운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만일 봉투가 없었더라면, 만일 그 봉투를 강탈자가 가지고 달아나다가 증거물을 방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그 봉투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 속에 돈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고, 따라서 그 돈이 피고에게 강탈당했는지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돈이 없는데 강탈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만일 봉투가 방바닥에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그 속에 돈이 들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면, 그 반대로 봉투가 방바닥에 뒹굴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그 속에 돈이 없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의 출처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그날 밤까지 그가 땡전 한푼 없는 빈털터리였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 하고 여러분들은 말씀하실지도 모릅니다.

사실 막시모프 같은 증인은 피고가 2만 루블이나 갖고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보십시오,

심리 분석이란 양날을 가진 도끼인 것입니다. 자, 보십시오. 내가 그 도끼 날의 반대쪽을 살펴서, 어떤 결론이 날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확실히 돈을 내주었을 때의 굴욕과 모멸을 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입으로 까라마조프에게서는 두 개의 심연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습니까?

〈나는 비열한 인간이긴 하지만, 도둑놈은 아니다〉

〈만일 이 돈을 까쩨리나에게 돌려주면 그루셴까는 어떻게 데려간단 말인가?〉 피고가 한 달 동안 그토록 무절제하게 술을 들이키고, 술집을 전전했던 것은 어쩌면 그런 괴로움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결국 그 두 가지 문제가 점점 더 첨예해지고 마침내 그를 절망으로 몰아넣게 된 것입니다

그날 밤 피고는 자신의 동생과 이야기한 뒤에 그 숙명적인 편지를 썼습니다. 결국은 그 편지가 피고의 죄상을 밝히는 가장 중요하고도 유력한 증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일을 계획하고 있는 인간은 조용하고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가 남의 이목을 끌지 않도록 몸을 숨겼을 것이고, 〈가능한 한 사람들이 자신을 잊게 하려고〉 애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계산적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것입니다.

〈들어간 이상, 살인을 저지른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비록 〈들어갔다〉 하더라도, 그 사실이 분명, 살인을 저지른 것이 〈틀림없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사실과 사실 사이의 일치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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