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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미 군과 고장 난 마짱 1 - 행복의 배경은 불행, Extreme Novel
이루마 히토마 지음, 히다리 그림, 오경화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루마 히토마(入間人間)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히다리(左)의 조합은 이전 <타마코 양과 카시와 군(多摩湖さんと黃鷄くん)>으로 이미 접했었지만 그렇다고 그 책의 영향을 받아서 이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つきみ?くんと?れたま?ちゃん)>을 구매하게 된 것은 아니다. 까놓고 말해서 <타마코 양과 카시와 군(多摩湖さんと黃鷄くん)>는 가볍게 읽을만 했지만, 매 회마다 반복되는 지루한 패턴에 허무한 결말에 라이트노벨 계에서는 꽤나 유명작가인 이루마 히토마(入間人間)에게 기대했던만큼 실망했다. 그의 데뷔작인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つきみ?くんと?れたま?ちゃん)>를 읽은 지금에 와서야 너무 섯부른 판단이었다는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되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혹한다면,
당신은 이미 그녀에게 속은 것이다!!
미소노 마유.
나의 급우로 총명하고, 엄청난 미인에다 매우 소중한 사람. 그녀는 지금 내 옆에 오도카니 앉아서 천진하게 웃고 있다.
거실에서 마유와 함께 보고 있는 TV에서는 평온한 우리 마을에서 일어난 유괴사건의 간략한 설명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괴는, 어떻게 보면 살인보다 더 흉악한 범죄다. 살인은 본인이 죽고 끝나지만, 유괴는 풀려난 다음에도 계속되니까. 한 번 어긋난 인생을, 계속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수정이 불가능한데도.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게 된, 인간의 평범함이란 것에 예속되어서.
―아, 그러고 보니.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질문해 보자.
마짱, 넌 왜 그 아이들을 유괴했던 거니?
나는 정신병자같은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좋다. 이전부터 계속 자각해왔지만 일그러진 세계관에 담긴 어두운 이야기와 정신병을 가지고있는 듯한 나사빠진 캐릭터들이 취향이다. 이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つきみ?くんと?れたま?ちゃん)>에서는 거짓말을 하며 독자들을 속이고, 자조적이며, 마치 악당인양 자신을 폄하하지만 끝에 가서는 모두를 구해내는 츤데레,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는 나사빠진 정신병자이지만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멋쟁이. 마치 니시오 이신(西尾維新)의 데뷔작인 <헛소리 시리즈>의 주인공인 헛소리꾼을 보는 듯한 주인공 미군과 엄청나게 인격이 파탄나있는 얀데레 마짱, 그 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일그러진 이야기가 순식간에 활자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마치 유괴사건의 범인이나 어두운 과거등은 중요하지도 않다는 듯이 "마짱, 넌 왜 그 아이들을 유괴했던 거니?"라고 소개된 책의 전개가 신선하다. 나같은 범인이 같은 소재로 글을 쓴다면 아마 유괴사건의 범인을 후반에 밝히는 뻔한 미스테리의 형식을 따랐을텐데. 실제로도 이 책의 주제는 유괴사건이나 정신병 같은 것이 아니다.
<타마코 양과 카시와 군(多摩湖さんと黃鷄くん)>에서 느꼈던 '가볍고 뻔한 구성과 허무한 결말'과 다르게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몰입되는 이야기, 충격적인 반전'은 거짓말로라도 재미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히다리(左)의 그림은 <타마코 양과 카시와 군(多摩湖さんと黃鷄くん)>에서도 퀄리티가 높다고는 생각했지만 가벼운 글의 분위기에 맞춰 난잡한 그림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글의 어두운 분위기에 맞춰 여백의 미를 살린 감각적인 그림이 글의 분위기를 살려냈다. 그림하니까 생각났는데, 표지를 벗겨보면 등장하는 속표지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1권에서 너무나 완벽한 이야기의 결말을 내버린 나머지 10권 이상의 장편 연재를 하고있는 만큼 다음권 이후의 이야기 전개가 걱정되지만 그건 후권을 구매한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자꾸 캐릭터들에게서 데쟈뷰가 느껴지는 것이 모르긴 몰라도 이루마 히토마(入間人間)는 니시오 이신(西尾維新)의 <헛소리 시리즈>에 큰 영향을 받은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