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흙 혹은 먹이
마이조 오타로 지음, 조은경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는 이 작품, <연기, 흙 혹은 먹이(煙か土か食い物)>로 19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책 자체는 이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었고, 작가의 이름도 매번 봐왔지만 어릴적부터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플리커 스타일(フリッカ-式)>을 읽어왔던 나로서도 그의 작품은 읽기 두려웠다. 표지의 일러스트가 무서웠던 것도 한 몫 했겠지만 그것보다도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판단하기 힘들만큼 정신이상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1973년, 후쿠이현 태생' 이 짧은 단어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는 2001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도 자신의 정체를 숨겨온 '얼굴 없는 작가'이다. <아수라 걸>로 미시마 유키오상을 수상했을때도 시상식에 등장하지 않았고, 편집자나 출판사조차 이메일 주소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다운 소재덕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또 다른 펜네임이 아닌가'하는 루머도 돌았지만 수많은 비평가들의 판단에 의해 지금은 사그라들었다. 10년이 넘도록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쓴 글이 너무나 무서웠던지 어릴적의 나는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라는 작가를 이유없이 싫어했던듯 싶다. 지금에서야 오히려 그의 일러스트가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지만.

샌디에이고의 구명외과의 나츠카와 시로는 어느 날 고향에 있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고향 후쿠이로 돌아온 시로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연쇄주부구타생매장이라는 충격적인 범행과 그 사건으로 의식불명이 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잡기로 결심한 시로는 경찰이 된 어릴 적 친구들을 끌어들이며 사건 속으로 뛰어든다. 뛰어난 직관력과 두뇌로 시로는 피해자들의 사건현장에 남겨진 암호와도 같은 범인의 메시지를 분석해, 범인이 일관된 법칙 하에 피해자를 고른 사실 등을 밝혀내는 등 사건의 해결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유력한 용의자라고 여겼던 시로의 친구가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으면서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순간 찾아낸 사건 해결의 크나큰 실마리! 그리고 다가오는 충격적인 반전! 의문투성이 연쇄사건의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시로의 거친 호흡 아래 서서히 드러나는 핏빛 진실….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나츠카와 가의 피와 폭력의 신화. 그리고 저주어린 복수, 핏빛 카니발….

 여러가지 의미로 병신같은 소설에게만 주어지는 메피스토 상 수상작, 미스테리 덩어리인 작가, 의미 불명의 제목과 일러스트, 그 모든것이 만들어낸 충격적인 소설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솔직하고 직설적인 문체에 놀랐다. 다른 메피스토 수상작들 처럼 어느정도 싸이코같고 충격적인 소설을 기대했으나 스토리 소개에서 나왔던 '핏빛 카니발'과는 다르게 이 <연기, 흙 혹은 먹이(煙か土か食い物)>의 주제는 전혀 미스테리의 해결이나 그로테스크한 연쇄살인같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릴적부터 쌓여온 폭력과 잔혹함의 앙금을 해소하는 가족드라마같은 느낌이다. 미스테리한 그의 정체와는 반전되게도 그의 글은 예상 이상으로 순수했다.
 '충격'을 기대하고 구매했던 나로서는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고 밋밋하게도 느껴졌으나 줄 바꿈도 없이, 문단의 끊김도 없이 숨가쁘게 이어지는 빠른 전개는 지루하지 않게 읽을만 했다. 개성적인 문체에 담긴 순수함이나 의외의 해피엔딩이 마음에 들었으나 후속작을 의식했는지 사건의 전개보다는 배경묘사에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서인지 이 <연기, 흙 혹은 먹이(煙か土か食い物)>는 너무나 싱거웠다.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의 글을 더 읽어볼지는 조금 고민해봐야겠다.

모두 읽고 나니 <연기, 흙 혹은 먹이(煙か土か食い物)>라는 제목과 괴상하게 생긴 표지 일러스트가 이해되는게 굉장히 신기했다.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는 내면묘사의 문재(文材)이기도 하지만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는 말이 이제야 공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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