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관찰자
샤를로테 링크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2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독일에서만 출간 이후 한달만에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는 샤를로테 링크(Charlotte Link)의 관찰자(Der Beobachter). 엄청난 베스트셀러에 읽은 사람마다 추천이 가득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취향에 맞지 않는 기대 이하의 소설이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대볼륨에 놀랐지만 300페이지가 넘어가도록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사건. 불필요한 부분은 생략하고 어느 정도 짧은 호흡으로 몰입하게 만들었어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 루즈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이 소설에서 사건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건 때문에 오해받고 상처받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야 말로 이 책의 가장 큰 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조차도 싱겁고 밋밋하다고 느껴졌다. 기대했던 스릴러, 미스테리 부분에서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글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해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한 책이었다. 어지간히 독자를 몰입시키지 못하는 작가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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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플리커 스타일(フリッカ?式)>,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エナメルを塗った魂の比重)>에 이어 <수몰피아노(水?ピアノ)>까지,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를 책으로 선보이지만 세일즈면에서 대실패. 현실에 절망한 사토 유야(佐藤友哉)는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면서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 마지막 편이라고 선언한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에서 독자들에 대한 엄청난 증오와 독기를 뿜어낸(삐진) 후 작가 생활을 접겠다고까지 말한다.(귀엽다) 하지만 그 이후 기적적으로 중판에 성공하여 중판동정에서 벗어난 사토 유야(佐藤友哉)는 2005년에 웹에서 연재하던 <카가미 자매의 나는 교실(鏡姉妹の飛ぶ?室)>과 문예지 <군조>에서 연재하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子供たち怒る怒る怒る)>를 책으로 낸다.


일본 신세대 문학의 대표주자 사토 유야의 단편집이다. 고베로 이사 온 주인공이 연쇄살인범 ‘황소남’의 다음 범죄를 예측하는 게임에 참가하면서부터 서서히 사건에 휘말려 가는 내용을 그린 표제작 중편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를 포함하여 「대홍수의 작은 집」, 「시신과……」, 「욕망」, 「태어나 줘서 고마워!」, 「인형 리카」 등 여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현대사회의 '아이들' 이야기를 전한다. 폭력적인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은 그 상황 속에서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더없이 잔인하고 파괴적이고 절망스럽게 저항한다. 사토 유야는 ‘천진함’과 ‘잔인함’ 사이에 위치한 아이들의 폭주를 최고의 속도감으로 가차 없이 묘사하며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 간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의 현실을 낱낱이 들추어내고 있다.

 이 책은 사토 유야(佐藤友哉)가 하고싶은 말을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낸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에 실린 6편의 단편들을 통해 사토 유야(佐藤友哉)는 자신의 사춘기적 분노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子供たち怒る怒る怒る)>를 통해 작가는 아무 이유 없이 고통을 안겨주는 현실의 가학성에 대한 분노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증오를 '아이들'이라는 피해자와 '어른들'이라는 가해자를 통해서 드러낸다.
 이 '아이들'이라는 소재는 단순히 나이가 어린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현실에 무방비하게 내던져진 사람들, 부조리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소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타이틀 단편인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에서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까지 '어른들'로 대표되는 가혹한 현실에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말한다.

 도와주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어떻게든 할 수 밖에.
 그러는게 죄는 아니잖아?
 우리가 틀린게 아니잖아?

 섬뜩하지만 학대하는 현실에 대응하려는 '아이들'의 처절하고 안타까운 몸부림을 나타냈다.

 「인형 리카」라는 단편 또한 인상 깊었는데, 부모와 학우들에게 이지메당하고 지나가던 길에 납치되어 윤간당하면서 자신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내면으로 숨어 인형이 되려던 소녀는 그 모든것을 부숴버리고 현실에 맞서 싸워나가기 시작한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현실에 맞서 싸우기까지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사토 유야(佐藤友哉)가 결론적으로 하고싶었던 말이 아닐까.

 가장 놀라웠던건 「욕망」이라는 단편이었는데 계속해서 '아이들'과 '어른들'로 대변되는 소재들이 입장을 바꿔버린다. 수업중이던 학교에서 갑자기 네명의 어린 학생들은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한다. 시체는 점점 늘어가고 그 반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인 '나'는 아이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를 알기 위해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정말 아무 이유가 없음을 알아버린  '나'는 절망한다.
 아무 이유 없이 부조리한 현실, 고통스러운 현실... 얼마전에 <NHK에 어서오세요!(NHKにようこそ!)> 인상 깊에 읽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아무도 나쁘지 않은데, 아무도 나쁜 사람은 없는데.
 우린 아무 잘못도 없는데, 주변에서 지나치게 많은
 여러가지 괴로운 일들이 일어나. 

 현실은 그런것이다.

 사실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이라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 이후 바뀌어버린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글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전 <플리커 스타일(フリッカ?式)>이나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エナメルを塗った魂の比重)>쪽에서 느껴지던 글의 재미와 넘칠듯이 뿜어나오는 무조건적인 증오가 그리울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진 것은 많았으나 책으로서의 재미는 아쉽다. '근친' '인육' '살인'으로 대표되던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그로테스크한 표현과 소재, 절망과 증오가 사라진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애초에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책은 누가 이해해줄만한 것이 아닌지라 누구에게 추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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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테롤 - invisible × inventor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토 유야(佐藤友哉)가 <수몰피아노(水?ピアノ)>에 이어 발매한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이라는 소설은 놀랍기도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책이다. 이건 문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독자와 비평가들에 대한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거대한 절규라고 보는게 옳다. 소설로서의 재미는 조금도 없었고 문학적으로 평가하자면 정말 저질스러운 작품이다.


충동. 오늘처럼 그 필요성이 절실했던 날은 일찍이 없었다.
코바야시 토코는 수험을 코앞에 둔 중3 여학생.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 신학기에 접어들었지만, 왠지 머릿속은 계속 여름방학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러던 어느 날, 토코는 ‘진짜 충동’에 이끌려 학교를 땡땡이치고 토마코마이 항구로 향하게 된다. 거기서 우연히 화물선을 발견한 그녀는,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화물선에 올라타게 된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충동적으로 도착한 곳은, 미지의 외딴섬―. 무인도는 아니었지만, 구멍가게밖에 없는 작은 섬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스물다섯 살 청년, 쿠마가이 마사토를 만나 그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그는 폐품을 모아 파는 일을 하는 조금은 특이한 청년으로, 공짜로 빌붙어 사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며 토코에게 폐품 묶는 일 따위를 시킨다. 하지만, 뭐 하나 만족스럽게 하는 일이 없는 토코. 그러다 마지막으로 마사토가 토코에게 명령한 것은, 벼랑가 오두막에 사는 남자 하나를 감시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토코는 오후 3시부터 이튿날 아침 8시까지 쌍안경을 통해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된다. 그가 누구인지, 감시 이유가 무엇인지는 일절 알지 못한 채….

밥을 먹거나, 배설할 때 외에는 오로지 노트북 앞에 앉아 뭔가를 계속 치기만 하는 남자. 그렇게 한결같이 같은 일을 반복하는 남자를 감시하는 지루한 일상이 계속될 것만 같던 어느 날―. 남자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감시하는 토코의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마는데….
소실된 남자를 찾는 소녀의 추격이 시작된다.

 소개만 읽자면 나름의 스토리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다. 섬이라는 큰 의미에서의 밀실이나 데뷔작인 <플리커스타일(フリッカ?式)>에서 짧게 등장한, 엑스트라라기엔 기억에 깊게 남은 캐릭터인 '코바야시 토코'라는 캐릭터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 시리즈의 사이드 스토리는 구실에 불과하다. 이 모든 이야기는 그저  사토 유야(佐藤友哉)가 자신의 글과 책을 알아주지 않는 독자와 비평가들에게 날리는 징징거림을 적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처음에는 왠지 코토가 충동에 의해 가출하여 섬에 갇혀버리고 그 섬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가 잘 진행되는 것 같지만, 중간에 갑자기 사토 유야(佐藤友哉)라는 화자가 직접 등장하여 이야기를 부숴버린다. 밀실 미스테리를 표방하던 이야기는 몰락해버리고 미스테리의 해답은 어이가 없다.


'플리커 스타일',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수몰 피아노'. 내가 세상을 파악하려 하던 과정에서 태어난 기형의─그러나 예정대로의 산물들. 그것은 엔터테인먼트라고 단언하기에는 어렵고, 미스터리로 칭하기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는, 고단샤 노벨즈의 독자가 원하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신들의 강도强度를 믿고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아무리 그래도 전해질 곳에는 전해지겠거니 생각했다. 

그 결과가 이거다. 

예측이 너무 순진했었나? 아니면 세상이 정말 거지 같은 것인가? 지금에 와서는 도무지 모르겠고 확인할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분노니 슬픔이니 허무함이니 하는 단순한 감정조차 품지 않게 된 지금에 와서는.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사토 유야(佐藤友哉)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자서전이다. 자신의 한탄과 절규를 위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버린 점이 과연 사토 유야(佐藤友哉)답다. 계속해서 문학적으로는 저질이라는 등, 소설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토코'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애독자인 나로서는 사토 유야(佐藤友哉)가  '이미 패배한 자의 뒷북이지만 어째서 세상은 내 책을 알아주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독자들에게, 그리고 비평가들에게 독기를 쏟아내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다. 마지막 종장에 가서는 '카가미가 시리즈는 더 이상 쓰지 않습니다. 사토 유야의 작가 생활은 이제 끝났습니다. 부디 이렇게 떠나는 저를 비웃어주십시오'라고 쓰지만 지금은 영화화까지 이루어내고, '돈을 벌지 않는 작가'에서 '돈을 버는 작가'로 변신하고, 자신보다 유명한 작가와 결혼해 지금도 왕성히 작품 활동을 하고있는, 성공한 인생을 살고있지 않은가? 인생 정말 아이러니다.
 이 책에는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를 쓸 당시의 사토 유야(佐藤友哉) 본인의 상황이 그대로 담겨있다. 플리커스타일,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수몰피아노 등을 출판했지만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한번도 중판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당시 일본에 살았던 것도 아니라 얼마나 안팔렸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왜 중판이 되지 않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서 담당에게 '중판동정'이라고 불려 진심으로 살의가 솟아났다는 등의 실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을 쓸때는 카도노 코헤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거나, 자신의 문학의 멘토는 J.D 셀린저라는 등 알고있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도 멋지긴하네요. 저는 코바야시거든요. 이런 평범해 빠진 성은 어떻게 해야돼요?"
"결혼을 하면 또 모를까, 별 수 있나. 사토에 비하면 그래도 낫잖니."

 이야기에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디스하는 사토 유야(佐藤友哉).
 세간의 평가에서 이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은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 시리즈가 아닌 '토코'라는 등장인물을 이용한 다른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전혀 아니다.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은 엄연히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 시리즈라고 생각해도 좋다. '토코'만 등장한다면 모르겠지만 이야기 내에서 토코의 미스테리 해결에 도움을 주는 '케토인 히로유키'와 '케토인 유이카' 남매가 등장하기 때문.

소를 둘러싼 끔찍한 기억이라도 있는걸까?

이런 문장으로 묘사하는 케토인 유이카에 대한 이야기는 <플리커스타일(フリッカ?式)>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이해가 불가능했으니라. "카가미가 사가는 이제 쓰지 않는다. 작가 생활도 접는다."고 말하면서 카가미가 사가 시리즈에 대한 미련이 엄청나게 넘치는 사토 유야(佐藤友哉)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아마 그도 지금와서 과거 출판한 이 책을 읽는다면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얼굴을 들지 못하겠지.
 사실 읽다보니 살짝 오싹하기도 한것이 이 책에서 말한 그대로 사토 유야(佐藤友哉)가 작가 생활을 접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이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이 중판되면서 중판동정을 졸업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상상하기도 싫다.

 이 책을 만약 소설로서 구입하려고 한다면 뜯어 말리고싶다. 사토 유야(佐藤友哉)를 모르는 이상 이 책은 재미도 없고 희망도 없다. 당신이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애독자라면 구입해도 좋다. 이야기를 넘어 세상에 직접적으로 절규하고 증오를 드러내는 그의 뿌리깊은 분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미스테리했던 부분은 어째서 이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이 기적적으로 중판되었나 하는 점이다. 카가미가 사가 시리즈는 중판이 되지 않았으면서 말이지. 중판이 되려면 많이 팔려야할텐데 이 책은 도저히 팔릴 책이 아니다. 소설이라기보다 <사토 유야(佐藤友哉) 인터뷰>나 <사토 유야(佐藤友哉) 팬북> 정도가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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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에 어서 오세요 - 소설
타키모토 타츠히코 지음, 아베 요시토시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타키모토 타츠히코(?本?彦)는 <네거티브 해피 체인 소 엣지(ネガティブハッピ?·チェ?ンソ?エッヂ)>로 제5회 카도카와 학원 소설 특별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 책. <NHK에 어서오세요!(NHKにようこそ!)>로 일약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나 이후 '글을 쓸 수 없는 병'에 걸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다가 7년만인 2010년 새로운 신작을 내놓았다. 니시오 이신(西尾維新), 오츠이치(乙一), 사토 유야(佐藤友哉) 등의 작가와 친분이 있다.


히키코모리 세대의 선두주자가 그려내는 충격과 경악의 논스톱 히키코모리 액션 소설이다.

나는 알아버렸다! 내가 대학을 중퇴한 것도, 내가 취직을 못하는 것도, 내가 이렇게 화창한 오후에 퀘퀘한 방구석에 처박혀 이상한 짓만 하고 있는 히키코모리인 것도, 모두, 모두, 악의 조직 NHK의 존재 때문이라는 것을! 악의 조직 NHK를 무찌르는 그날까지 나는 용감하게 싸울 것이다! 나를 가로막는 악의 조직의 자객-양산 쓴 미소녀-의 방해도 뿌리치고, 반드시, 반드시, 악의 조직을 무찔러야 하는데..., 이 감정은 무엇이냐, 대체!

 <NHK에 어서오세요!(NHKにようこそ!)>는 이전에 이미 애니나 만화책같은 다른 미디어로 접해본적은 있었지만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이전에는 이렇게 무겁고 어두운 책인줄 몰랐다.
 이 책은 히키코모리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다뤘다. 오타쿠들이라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 전체에서 배어나오는 특이한 오타쿠 유머는 새롭다. 하지만 웃기지만 웃을수만은 없는 이야기를 읽고있으면 가슴이 아프다. 처음에는 히키코모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던 주인공과 주변 인물은 결국 약에도 손을 대고 점점 부조리한 현실에 순응하며 나락으로 떨어져간다.
 히키코모리 증세가 심각해져 대학을 중퇴한 작가 본인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부조리한 현실을 읽으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이 책을 추천할 수 없는건 일단 오타쿠 문화에 친숙하지 않다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고-사실 오타쿠가 읽어도 부끄러운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다.- 부조리한 현실만 그려내고 독자에게 용기를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에는 모두가 조금씩 행복해지기는 하나 결국 벗어나지는 못한다.

 아무도 나쁘지 않은데, 아무도 나쁜 사람은 없는데.
 우린 아무 잘못도 없는데, 주변에서 지나치게 많은
 여러가지 괴로운 일들이 일어나.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 괴로운 일이 가득한 부조리한 현실을 그려낸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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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 고스 - 리스트 컷 사건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오츠이치(乙一)의 본명은 아다치 히로타카(安達?高)로서 乙一라는 필명은 애용하던 공학용 연산기의 이름인 Z1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릴러, 미스테리 소설 작가이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즐거움과 순문학의 작품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도발적인 신예로 꼽히는 작가 오츠이치가 본격적으로 미스터리의 어법에 도전, 평단의 절찬과 팬들의 열광을 이끌어 낸 ‘천재적’ 미스터리 호러 소설.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인간형을 완벽하게 창조해 낸 한편,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날카로운 신경증적 심리를 손에 잡힐 듯이 그려내고 있다.

인간을 처형하는 도구나 고문 방법 등에 흥미를 갖고, 살인자의 마음을 엿보고 싶어 하며, 인간의 암흑에 심취한 사람들을 부르는 명칭, GOTH. 두 명의 'GOTH'가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어둠'이라는 암흑. 숨 가쁘게 진행되는 사건과 계속되는 반전으로 한순간의 시선도 놓치지 않는 치밀한 계산이 돋보이는 이 소설에서 지나치는 속삭임, 조용한 혼잣말, 말없는 눈빛, 어떤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성인물을 알리는 빨간 딱지가 붙어있는 책들은 언제나 자극적인 소재들로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그런데 19세 미만 구독불가와 함께 <GOTH ~ 리스트컷사건>이라는 제목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살인이나 잔인하고 섬뜩한 본격 호러 작품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실제 읽어보니 이게 무슨 성인물이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순수하게 엔터테인먼트한 소설. 귀여운 이야기라고 느꼈다.
 오츠이치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인데, 뭐랄까... 생각보다 순수하게 괜찮은 작품이었다. 복잡하지도 않고 쓸데없이 꼬아놓지도 않았다. 여러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있는 작품인데, 짧은 호흡으로 한편 한편 몰입할 수 있었고 각 편마다 트릭과 반전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평범하게 연기하며 세상에 녹아들어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세상과 단절된 벽을 주위에 두르고 다른 인간을 무기질을 보는 감정없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부조리한 죽음과 시체를 좋아하는 명백한 정신 이상자인 주인공과 살인자의 마음을 엿보고 싶어하며 인간의 암흑에 심취한 모리노 요루라는 같은 반 여자아이를 중심으로 다룬 이야기이다. 그들이 연관된 여러 살인이나 사정을 각 편마다 재미있게 담은 책인데, 소개나 등장인물들만 보자면 무서운 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제3회 본격 미스테리 대상을 수상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은 본격 미스테리보다는 캐릭터성을 강조한 엔터테인먼트 노벨이나 라이트노벨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기대했었던 충격적인 소설은 아니었음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담긴 6편 중에서도 <기억 Twins>가 좋았는데, 미스테리나 호러적 요소는 가장 옅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모리노의 목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어주듯이 끈을 걸어준다던지 하는 장면에서는 엽기적인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이 사랑스럽다고 생각되었다.

 요루와 모리노가 사라진 곳을 보았지만 당연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검게 빛나는, 조용하고 어두컴컴한 복도만 보일 뿐이었다.
 - 기억 Twins 193p

 위와 같은 문장에서는 오츠이치(乙一)의 뛰어난 문장력도 엿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오타인줄 알았던 문장이 암시성을 띤 복선일 줄이야.

 이 책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리하는 추리물, 잔혹한 살인사건을 묘사한 스릴러물, 섬뜩하고 음습한 호러물, 놀라운 반전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주는 심리물을 생각했다면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각각의 요소가 조금씩 담겨있기는 하나 실로 '본격'을 논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읽기 전 기대했던 충격적인 소설은 아니었으나 평소 엔터테인먼트 노벨이나 라이트노벨을 즐겨 읽던 나로서는 주인공과 소녀의 이야기에서 매력을 느꼈지만 여러분에게는 과연 어떨까?

 감상을 모두 쓴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츠이치(乙一)는 사실 이 책 <GOTH>를 라이트노벨로 먼저 간행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팔리지 않자 일반판으로 개정. "라이트노벨이라는 이유만으로 팔리지 않다니, 나의 패배다."라는 말까지 적었다나.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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