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
사토 유야 지음, 박소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플리커 스타일(フリッカ?式)>,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エナメルを塗った魂の比重)>에 이어 <수몰피아노(水?ピアノ)>까지,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를 책으로 선보이지만 세일즈면에서 대실패. 현실에 절망한 사토 유야(佐藤友哉)는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면서 <카가미가 사가(鏡家サ?ガ)> 마지막 편이라고 선언한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에서 독자들에 대한 엄청난 증오와 독기를 뿜어낸(삐진) 후 작가 생활을 접겠다고까지 말한다.(귀엽다) 하지만 그 이후 기적적으로 중판에 성공하여 중판동정에서 벗어난 사토 유야(佐藤友哉)는 2005년에 웹에서 연재하던 <카가미 자매의 나는 교실(鏡姉妹の飛ぶ?室)>과 문예지 <군조>에서 연재하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子供たち怒る怒る怒る)>를 책으로 낸다.
일본 신세대 문학의 대표주자 사토 유야의 단편집이다. 고베로 이사 온 주인공이 연쇄살인범 ‘황소남’의 다음 범죄를 예측하는 게임에 참가하면서부터 서서히 사건에 휘말려 가는 내용을 그린 표제작 중편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를 포함하여 「대홍수의 작은 집」, 「시신과……」, 「욕망」, 「태어나 줘서 고마워!」, 「인형 리카」 등 여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현대사회의 '아이들' 이야기를 전한다. 폭력적인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은 그 상황 속에서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더없이 잔인하고 파괴적이고 절망스럽게 저항한다. 사토 유야는 ‘천진함’과 ‘잔인함’ 사이에 위치한 아이들의 폭주를 최고의 속도감으로 가차 없이 묘사하며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 간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의 현실을 낱낱이 들추어내고 있다. 이 책은 사토 유야(佐藤友哉)가 하고싶은 말을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낸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에 실린 6편의 단편들을 통해 사토 유야(佐藤友哉)는 자신의 사춘기적 분노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子供たち怒る怒る怒る)>를 통해 작가는 아무 이유 없이 고통을 안겨주는 현실의 가학성에 대한 분노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증오를 '아이들'이라는 피해자와 '어른들'이라는 가해자를 통해서 드러낸다. 이 '아이들'이라는 소재는 단순히 나이가 어린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현실에 무방비하게 내던져진 사람들, 부조리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소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타이틀 단편인 「아이들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에서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까지 '어른들'로 대표되는 가혹한 현실에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말한다. 도와주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어떻게든 할 수 밖에. 그러는게 죄는 아니잖아? 우리가 틀린게 아니잖아? 섬뜩하지만 학대하는 현실에 대응하려는 '아이들'의 처절하고 안타까운 몸부림을 나타냈다. 「인형 리카」라는 단편 또한 인상 깊었는데, 부모와 학우들에게 이지메당하고 지나가던 길에 납치되어 윤간당하면서 자신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내면으로 숨어 인형이 되려던 소녀는 그 모든것을 부숴버리고 현실에 맞서 싸워나가기 시작한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현실에 맞서 싸우기까지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사토 유야(佐藤友哉)가 결론적으로 하고싶었던 말이 아닐까. 가장 놀라웠던건 「욕망」이라는 단편이었는데 계속해서 '아이들'과 '어른들'로 대변되는 소재들이 입장을 바꿔버린다. 수업중이던 학교에서 갑자기 네명의 어린 학생들은 총기를 난사하기 시작한다. 시체는 점점 늘어가고 그 반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인 '나'는 아이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를 알기 위해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정말 아무 이유가 없음을 알아버린 '나'는 절망한다. 아무 이유 없이 부조리한 현실, 고통스러운 현실... 얼마전에 <NHK에 어서오세요!(NHKにようこそ!)> 인상 깊에 읽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아무도 나쁘지 않은데, 아무도 나쁜 사람은 없는데. 우린 아무 잘못도 없는데, 주변에서 지나치게 많은 여러가지 괴로운 일들이 일어나. 현실은 그런것이다. 사실 <크리스마스 테롤(クリスマス·テロル)>이라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 이후 바뀌어버린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글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전 <플리커 스타일(フリッカ?式)>이나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エナメルを塗った魂の比重)>쪽에서 느껴지던 글의 재미와 넘칠듯이 뿜어나오는 무조건적인 증오가 그리울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진 것은 많았으나 책으로서의 재미는 아쉽다. '근친' '인육' '살인'으로 대표되던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그로테스크한 표현과 소재, 절망과 증오가 사라진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다. 애초에 사토 유야(佐藤友哉)의 책은 누가 이해해줄만한 것이 아닌지라 누구에게 추천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