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1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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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夏川草介)는 오사카 출신의 현직 의사이다. 신슈대학 의학부 졸업 후 의사로 근무하여 집필한 데뷔작 신의 카르테 1(神様のカルテ)로 제10회 소학관 소설상을 수상하고 2010년 서점대상 2위에 오르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후 2010년 9월 28일에 '신의 카르테 2권'을 출판하여 또 2011년 서점대상 8위에 올랐으며, 2012년 8월 8일에는 '신의 카르테 3권'을 출판했다.


 신의 카르테는 작가와 마찬가지로 의사인 구리하라 이치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안 그래도 바쁜 지방 병원에서 당직을 설 때마다 환자가 마구 밀어닥치는, '환자를 끌어당기는' 괴짜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가 아름다운 아내와, 역시나 괴짜인 친구들, 수상한 직장 동료들과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바보. 이렇게 재밌는 일을 하고 있다는데 한가하게 퍼터나 휘두르고 있을 수 있겠어?"

 "재밌는 일이요?"

 "죽어가는 인간을 어떻게든 살리는 일 말이야. 그린 옆 벙커에서 직접 홀인원을 노릴 때보다 더 두근거리지. 제일 재미있을 때 아닌가?"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기 때문일까? 작품 전체에서 아마추어적인 미숙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의학을 소재로 한 온갖 미디어에서 가져온 듯한 식상한 소재를 짬뽕시킨 이야기. 독자에게 감정을 주입시키는 것 같은 감동. 과장된 등장인물들의 개성. '현직 의사'라는 작가의 경력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가라앉은 리얼함과 생생함...... 비판하고자 하면 끝이 없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마구 눈에 들어오는 미숙한 부분들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분명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닥터, 전 의국 제도의 난점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많은 환자들과 소중한 관계를 쌓아 오셨겠지요. 그런 것을 버리고 갈 정도의 가치가 저 하얀 거탑에 있는 겁니까?"


 이야기도 뻔하고, 소재도 뻔하고,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뻔하고..... 온통 식상함 투성이인데 책을 붙잡자 손에서 떼어 놓을 수 없었다. 조금은 미숙하게 느껴지는 문장과 구성에도 불구하고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유쾌함 속에 '현직 의사'이기에 작가 자신의 고민이기도 한 '좋은 의사'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고 마치 단편집과도 비슷한 짧은 이야기들을 속도감있게 이어나가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나는 이 작품을 뻔하지만, 뻔한만큼의 강렬한 감동과 재미가 분명히 존재하는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난 카스테라를 사 주는 게 싫지 않아."


 이 작품에서 최고로 아쉬웠던 점은, 주인공 이치토와 아내인 하루가 못생기게 그려져있는 표지 디자인이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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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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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사회적 문제에 대한 다카노 가즈아키(高野和明) 작가의 심도 깊은 조사와 탐구, 그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13계단'은 사형 제도를 비판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서 사형 제도의 문제점을 놀라울만큼 탄탄한 구성과 흡입력으로 이끌어냈고, 2012년 서점대상 2위, 제2회 야마다 후타로 상 등을 수상한 '제노사이드'에서는 인간 학살에 대한 역사의식을 담아내어 논란이 된 바가 있다. 그런 그가 KN의 비극(K.Nの悲劇)에서는 '중절'이라는 문제에 눈을 돌렸다.


 "네가 말하는 대로지. 나는 이 손으로 수많은 아기를 죽여 왔어. 왠지 알아? 무책임한 부모가. 사회가 아기를 죽이길 원해서였어!"


 KN의 비극에서는 두 명의 'K.N'이 등장한다. 젊은 나이에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 자리에 오른 기자인 슈헤이와 결혼하여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나쓰키 가나미. 그리고 가나미의 친구인 나카무라 구미이다. 슈헤이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을 통하여 거액의 인세를 얻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맨션을 장만했고 가나미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펼쳐지는 듯 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아내의 임신 사실에 기쁨보다 먼저 찾아오는 계산. 수입과 빚, 양육비와 생활비... 결국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 슈헤이는 가나미에게 중정을 하자고 설득하고 가나미는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중절을 위하여 병원에 찾아가자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다른 인격이 들어온 것처럼 공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나미. 그녀의 몸을 잠식한 것은 나카무라 구미라는 여성이었다. 슈헤이는 정신병인지 심령현상인지 모를 이 빙의 현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나카무라 구미를 찾아 나서고 산부인과 의사이자 정신과 의사인 이소가이는 가나미를 치료하고자 노력한다. 아내의 마음을 잠식한 것은 정신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심령 현상인가. 두 명의 'K.N'에게 닥쳐온 비극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고민과 시사점을 던진다.


 슈헤이는 테이블 위에 놓인 나카무라 구미 명의의 모자 보건 수첩을 바라봤다. 흔해 빠진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여성 전체를 대변하고 있기라도 하듯.......


 하지만 '중절'이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선택했으나, 그 메시지를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느냐고 물으면 나는 '부족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침을 고이게 만들었던 맛깔나는 표지와 달리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재미는 아쉽게만 느껴졌다.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는 13계단에서 사형수의 공포심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탄탄한 구성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에게 충격과 몰입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 KN의 비극은 13계단처럼 잘 읽히지 않는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는 문장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반복되는 구성, 쓸데없는 지면의 낭비가 가독성을 흐려 반복되는 이야기에 곧잘 지루함을 느끼고 책을 덮게되고는 했다. 의사인 이소가이는 계속해서 슈헤이의 아내인 가나미에게 찾아온 정신병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가나미의 상태를 해명하는 것은 이 작품에서 꼭 필요한 장면이지만, 의학서를 뒤지다가 결국 '답이 나오지 않는다'로 끝나는 내용도, 결과도 다르지 않은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되어 몰입도와 가독성을 낮춘다. 사형수의 오명을 벗기기 위하여 사형 제도에 대해 알아보고 그를 통해 사형 제도를 비판하는 '목적'과 '탐구'과 정확히 일치하던 13계단과 다르게 이 작품에서 가나미의 '정신병에 대한 조사'는 '중절'과 '생명'이라는 작품의 주제와는 전혀 동떨어져있는 탐구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의사인 이소가이에게 정신병에 대한 의학서를 읽히기보다 '중절과 생명'이라는 주제에 대해 더욱 고심하게 만들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제의식이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정신병'이나 '심령 현상'이라는 소재 또한 애매하기 그지없다. '사형제도'와 '역사의식'과는 다르게 정확한 치료법으로 규명할 수 없는 '정신병'이나 논리적인 설명이 통하지 않는 허구의 '심령 현상'과 같은 소재에서는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 이것은 곧 허술한 구성으로 이어져 마무리 또한 뻔하고 식상하여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기대감과는 다르게 읽는 재미는 물론 '중절'에 대한 사회비판과 고민에 깊이 몰입하지 못했던 아쉬운 작품이 되었다. 데뷔작인 13계단 이후 그만큼의 걸작이 나와 주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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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김완 옮김,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 ㈜소미미디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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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부터 첫걸음을 내딛은 라이트노벨 레이블 'S노벨'은 신규 브랜드답지 않은 탄탄한 구성과 빵빵한 이벤트, 그리고 강력한 창간 라인업으로 라이트노벨 독자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S노벨의 세 창간작 중 고심끝에 그나마 노린 느낌이 나지 않고 '모에'에서 가장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ダンジョンに出會いを求めるのは間違っているだろうか)를 구매했다.

 S노벨 창간 삼종 작품 중 가장 기대했지만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신인 작가여서 그런지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아마추어적인 문장과 작풍은 물론이고, 가장 헐벗은 느낌이 들지 않고 '모에'에서 멀어보이길래 구매했건만 수없이 등장해서 가슴을 반죽하듯 조물락거리는 인스턴트 히로인들. 그리고 단순히 '하렘'을 이루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던전에 들어가는 주인공. 나약하고 유치한 마인드의 주인공은 몬스터에게 도망치며 쫓기게 되고 그러다가 자신을 도와주는 고레벨의 히로인에게 반하게 되어 깨방정을 떨며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하여 던전으로 향한다. 그리고 위기에 빠진... (중략) ... 각성해서... (이하 생략).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유치함과 경박함. 뻔하고 억지스러운 전개가 취향에 맞지 않아 대단히 아쉬움 작품이었다.

 야스다 스즈히토(ヤスダスズヒト)의 일러스트만큼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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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sga 2013-08-22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권은 안읽어봤지만 2권은 읽어봤지만 재밌던데..
 
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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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김려령 작가에게 빠지게 만들었던 작품 '우아한 거짓말'도 그렇지만 그녀의 책이 '청소년 문학'에서 발매되었더라도 그것을 '청소년 문학'으로 한정하는 것은 엄청난 손해이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읽어보게 하고 싶던 걸작이 아니던가.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지금 가장 힘든 존재를 향하는 글을 적어오던 김려령 작가가 이번에는 '창비 청소년 문학'이 아니라 '창비'로 돌아왔다. 다분히 성과 폭력의 수위가 높아진 내용에 이건 정말 성인이 아니면 읽기 힘들겠다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성공한 중년의 소설가이자 편집자인 정수현은 후배 동료인 영재를 보는 순간 그 모습이 뇌리에 각인되어버린다. 그것은 영재도 마찬가지이다. 둘은 서로를 '봤고', '사랑에 빠졌다'. 수현에게는 역시나 성공한 소설가인 아내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적어도 행복한 부부는 아니었다.

 나도 아내를 애도한다. 그러나 사랑은 아니다. 목숨으로 흥정하는 사랑은 죽어서도 그것을 얻지 못한다. 사랑은 흥정이 아닌 삶의 모습으로 얻는 것이다.

 '가정에서 잠시 쉬고 싶었다'. 결혼뿐 아니라 그의 삶 전체가 그러했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형, 여러 남자에게 몸을 파는 어머니, 그것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지독한 사슬이 되어서 그의 삶을 묶어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가정에서조차 쉬지 못했다. 소설가로서 성공한 후 계속해서 돈을 요구하는 어머니, 어머니에게 폭력을 계속해서 휘두르는 형, 그를 이기적으로 갈구하며 불행과 힘겨운 삶의 근원인 '개천'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아내......

 내가 하고 온 것이 사랑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무 때나 달려가고 싶고, 그렇게 내게로 왔으면 좋겠고, 지금도 간절히 그러하다는 것뿐

 그러던 그에게 영재는 밝은 희망이었다. 그는 영재를 사랑했고 영재 또한 그러했다. 그 둘은 강렬하게 사랑을 나누었다. 하지만 결국 수현은 그의 삶 전체를 뒤덮고있는 죄의식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자신을 뒤덮고있는 죄의식과 죽음의 기운을 떨쳐버리기 위하여......

 김려령 작가의 변신에 놀랐다. 그녀 특유의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날카로운 유머와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는 여전하다. 그러나 거기에 '성인'이라는 한 단어를 추가해야겠다. 날카로운 유머에는 음담패설이 섞였고, 한층 무거운 주제가 담겼기 때문인지 내용도 이전의 '우아한 거짓말'보다 무겁다. 여전히 유머러스하지만 단순히 웃으면서는 읽을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며 답하기에 가장 난처한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저 질문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로 들리기도 한다. 과연 잘 쓰는 방법이라는 게 따로 있을까. 과연 잘 사는 방법이라는 게 정말 있을까.

 이 작품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모두 '작가'여서 그런지 내 눈에는 김려령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로도 보여진다. 10만부를 넘게 팔아 유명 작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땅과 집을 사기 힘든 소설가의 고난과 편집부와의 갈등, 소설가의 마음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김려령 작가라고 할까, 짧지만 여전한 강렬함에 감탄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아쉽다. '우아한 거짓말'은 비극적이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그 속에는 희망과 용서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결말은 대단히 슬프다. '사랑 이야기'이기에 더욱 슬픈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힘겨운 삶을 살아온 그에게 한 줄기의 구원조차 허락할 수 없었나, 결말까지 바뀌지 않을 것이었다면 어째서 이리 안타까운 작품을 그려냈나. 하는 한탄까지 나왔다. 여전히 유머러스하지만 이전보다는 덜하고 내용이 더욱 무겁기 때문인지 '우아한 거짓말'에 비해서 몰입도가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이전처럼 술술 읽히지 않았기에 내용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김려령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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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내란 - 라이트 노벨 라이트 노벨 도서관 시리즈
아리카와 히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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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카와 히로(有川浩) 작가의 읽으면 읽을수록 유쾌하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산뜻한 필체와 그 속에서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동적이고 강렬하게 호소하는 필력은 이미 전권인 도서관 전쟁(図書館戦争)에서 이미 감탄한 바 있다. 도서관 시리즈 2권인 이 도서관 내란(図書館内乱)에서는 그런 그녀의 필력에 한층 완숙미가 더해졌다. 이번 권의 시작이자 부모님의 방문, 그리고 주인공과의 갈등과 이해, 인정을 그려낸 '양친 교란작전'에서는 라이트노벨다운 가벼움과 엔터테인먼트, 유쾌함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가 싶더니 마지막인 '도서관의 앞날은 어디로 가는가'에 이르러서는 아니나 다를까, 진한 감동과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감을 떠안겨준다.

 아리카와 히로 작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낸다. 읽다보면 그 유쾌함에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그 웃긴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인물들의 배려와 이해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여성 작가이기 때문인지 여주인공을 내세워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농담을 통하여 '여자들의 세계'를 그려내는 데에도 굉장히 능숙하다. 이번 도서관 내란에서는 주인공인 이쿠에게 생기는 어떠한 사건을 통하여 '네트워크가 확고하면서도 보수적인 성격'의 여자들의 세계를 그려냈기에 더욱 그런 점이 눈에 들어온다.

 도서관 전쟁의 소재와 줄거리만 봤을 때에는 사실 액션과 스릴러, 첩보가 가득한 일종의 액션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1권이었던 도서관 전쟁에서는 첩보 액션과도 비슷한 장면과 총격전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권에서는 더욱 화려한 액션이 펼쳐질 줄 알았던 예상은 빗나갔다. 이번 도서관 내란에서는 화려한 액션보다 도서관 안의 내란과 이념의 충돌을 그려냈다. 서로 대립하고 영입하기 위한 정치적 책략과 음모 또한 '액션'이라고 할만한 요소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이야기 속에 그려낸 감동과 작가가 독자에게 호소하고자 하는 '무언가'이다.

 이번 도서관 내란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다양하지만, 이번 권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던져주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사점은 '그릇된 방법'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그릇된 방법을 사용해도 되는가? 작가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미디어 검열'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일종의 디스토피아에서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책략과 내란을 소재로 하여 펼쳐낸다.

 이쿠의 절칠한 친구이자 천재적이고 또한 이지적인 미녀인 시바사키는 '도서관의 정의'에 대해서 실랄하게 말한다. "정당하게 준비된 무대에서 싸울 수 있는 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정의의 편뿐이야. 현실에서는 아무도 받쳐주지 않으니까. 진흙구덩이에서 뒹굴 각오가 없으면 정의의 편 따위는 집어치워야지." 이에 주인공인 이쿠는 울먹이며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게 있으니까. 도서대원운 부대와 함께 흙탕물에서 뒹구는 거잖아."라는 변명같은 말로밖에 비호할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를 무마시킬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치고, 무마시킬지 말지를 묻는 거야?"
 너무나 이쿠다운 직설적인 대답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쿠가 하는 말의 뒷부분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마라는 노골적인 말이 통렬하게 가슴을 찔렀다. 자신이 망설이고 있던 선택은 그런 방법이었다. 원래는 망설여서도 안 되는 그릇된 방법이다.
 자신이 알아차렸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자부하기 전에 리셋 버튼이 다가와 망설이고 말았다. 그 버튼을 누르더라도 막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그러나 시바사키는 후반에 울 것만 같은 선택의 기로에서 순진하고 단순한, 직설적인 이쿠의 말에 반대로 충격을 받게 된다. 죄를 덮으려는 '그릇된 방식'을 이쿠는 '무마'라는 통렬한 말로 비판해낸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마찬가지라니. 나는 나 자신이 이쪽 편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운데. 책을 사랑하는 원칙에 따르는 사람들과 같은 편이라는 사실이 기쁜데.

 ㅡ 당신의 부하라는 사실이 내 긍지인데.

 도서관 내부의 행정파와 원칙파의 갈등과 내란 속에서 친구는 물론 동료와 상관까지 모두 '우리나 행정파나 다를 게 없다. 행정파가 우리의 실태를 바라고 있듯이 원칙파 역시 행정파의 실태를 무기로 삼아 확실하게 기억해두고 있다. 그게 파벌의 논리다.'라고 말할 때에 이쿠는 속으로 강한 감정과 반발심을 느낀다. 검열법과 언론 통제로 삭막한 현대이기에 자유마저 빼앗아버리는 '미디어 검열'이 존재하는 책 속의 독특한 세계에서 이 따뜻한 저항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아닐까.

 1권이었던 '도서관 전쟁'보다도 더욱 재미있고 감동적이게 읽었다. 아무래도 사법권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사회 아래에서 일어나는 도서대와 양화대의 내분과 무력충돌이 벌어진다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모순적인 면이 거슬렸던 '도서관 전쟁'이었는데, 이번 권에서는 '전쟁에서 포로로 잡은 양화대원을 병원에 보내면 양화대원이 알아서 회수해갈 것이다.'라는 등의 모순적인 내용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다음 권은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된다.

 오늘 '용인 살인사건'과 영화 '호스텔'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용인 살인사건과 영화 호스텔의 연관성. 그리고 소시오패스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미디어가 인간의 본성에 영향을 끼쳤다면 '도서관 전쟁'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13일의 금요일에는 제이슨이 거리를 나돌아다닐 것이다. 항상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영화, 책, 게임과 같은 매체에서 원인을 먼저 찾는다. 왜? 이유가 없으니까. 인간이 아무 이유 없이 잔인한 일을 저지를 수는 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억지로 원인을 짜맞춰서 매체를 비판하고 그것이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강한 '미디어 검열법'으로 되돌아온다. 진짜로 한 2~30년 후에는 아리카와 히로 작가의 이 '도서관 시리즈' 처럼 강제 미디어 검열법이 통과되어 '알 권리'와 '읽을 자유'를 빼앗긴 디스토피아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소설 속의 이 모순적인 세계관이 정말 현실이 되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무섭게도......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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