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내란 - 라이트 노벨 라이트 노벨 도서관 시리즈
아리카와 히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아리카와 히로(有川浩) 작가의 읽으면 읽을수록 유쾌하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산뜻한 필체와 그 속에서 독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동적이고 강렬하게 호소하는 필력은 이미 전권인 도서관 전쟁(図書館戦争)에서 이미 감탄한 바 있다. 도서관 시리즈 2권인 이 도서관 내란(図書館内乱)에서는 그런 그녀의 필력에 한층 완숙미가 더해졌다. 이번 권의 시작이자 부모님의 방문, 그리고 주인공과의 갈등과 이해, 인정을 그려낸 '양친 교란작전'에서는 라이트노벨다운 가벼움과 엔터테인먼트, 유쾌함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가 싶더니 마지막인 '도서관의 앞날은 어디로 가는가'에 이르러서는 아니나 다를까, 진한 감동과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감을 떠안겨준다.

 아리카와 히로 작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낸다. 읽다보면 그 유쾌함에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그 웃긴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인물들의 배려와 이해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여성 작가이기 때문인지 여주인공을 내세워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농담을 통하여 '여자들의 세계'를 그려내는 데에도 굉장히 능숙하다. 이번 도서관 내란에서는 주인공인 이쿠에게 생기는 어떠한 사건을 통하여 '네트워크가 확고하면서도 보수적인 성격'의 여자들의 세계를 그려냈기에 더욱 그런 점이 눈에 들어온다.

 도서관 전쟁의 소재와 줄거리만 봤을 때에는 사실 액션과 스릴러, 첩보가 가득한 일종의 액션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1권이었던 도서관 전쟁에서는 첩보 액션과도 비슷한 장면과 총격전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권에서는 더욱 화려한 액션이 펼쳐질 줄 알았던 예상은 빗나갔다. 이번 도서관 내란에서는 화려한 액션보다 도서관 안의 내란과 이념의 충돌을 그려냈다. 서로 대립하고 영입하기 위한 정치적 책략과 음모 또한 '액션'이라고 할만한 요소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이야기 속에 그려낸 감동과 작가가 독자에게 호소하고자 하는 '무언가'이다.

 이번 도서관 내란에 담긴 메시지는 매우 다양하지만, 이번 권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던져주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사점은 '그릇된 방법'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한다. 과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그릇된 방법을 사용해도 되는가? 작가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미디어 검열'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일종의 디스토피아에서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책략과 내란을 소재로 하여 펼쳐낸다.

 이쿠의 절칠한 친구이자 천재적이고 또한 이지적인 미녀인 시바사키는 '도서관의 정의'에 대해서 실랄하게 말한다. "정당하게 준비된 무대에서 싸울 수 있는 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정의의 편뿐이야. 현실에서는 아무도 받쳐주지 않으니까. 진흙구덩이에서 뒹굴 각오가 없으면 정의의 편 따위는 집어치워야지." 이에 주인공인 이쿠는 울먹이며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게 있으니까. 도서대원운 부대와 함께 흙탕물에서 뒹구는 거잖아."라는 변명같은 말로밖에 비호할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를 무마시킬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치고, 무마시킬지 말지를 묻는 거야?"
 너무나 이쿠다운 직설적인 대답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쿠가 하는 말의 뒷부분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마라는 노골적인 말이 통렬하게 가슴을 찔렀다. 자신이 망설이고 있던 선택은 그런 방법이었다. 원래는 망설여서도 안 되는 그릇된 방법이다.
 자신이 알아차렸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자부하기 전에 리셋 버튼이 다가와 망설이고 말았다. 그 버튼을 누르더라도 막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그러나 시바사키는 후반에 울 것만 같은 선택의 기로에서 순진하고 단순한, 직설적인 이쿠의 말에 반대로 충격을 받게 된다. 죄를 덮으려는 '그릇된 방식'을 이쿠는 '무마'라는 통렬한 말로 비판해낸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마찬가지라니. 나는 나 자신이 이쪽 편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운데. 책을 사랑하는 원칙에 따르는 사람들과 같은 편이라는 사실이 기쁜데.

 ㅡ 당신의 부하라는 사실이 내 긍지인데.

 도서관 내부의 행정파와 원칙파의 갈등과 내란 속에서 친구는 물론 동료와 상관까지 모두 '우리나 행정파나 다를 게 없다. 행정파가 우리의 실태를 바라고 있듯이 원칙파 역시 행정파의 실태를 무기로 삼아 확실하게 기억해두고 있다. 그게 파벌의 논리다.'라고 말할 때에 이쿠는 속으로 강한 감정과 반발심을 느낀다. 검열법과 언론 통제로 삭막한 현대이기에 자유마저 빼앗아버리는 '미디어 검열'이 존재하는 책 속의 독특한 세계에서 이 따뜻한 저항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아닐까.

 1권이었던 '도서관 전쟁'보다도 더욱 재미있고 감동적이게 읽었다. 아무래도 사법권이 존재하는 민주주의 사회 아래에서 일어나는 도서대와 양화대의 내분과 무력충돌이 벌어진다는 세계관이기 때문에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모순적인 면이 거슬렸던 '도서관 전쟁'이었는데, 이번 권에서는 '전쟁에서 포로로 잡은 양화대원을 병원에 보내면 양화대원이 알아서 회수해갈 것이다.'라는 등의 모순적인 내용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다음 권은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된다.

 오늘 '용인 살인사건'과 영화 '호스텔'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용인 살인사건과 영화 호스텔의 연관성. 그리고 소시오패스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미디어가 인간의 본성에 영향을 끼쳤다면 '도서관 전쟁'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13일의 금요일에는 제이슨이 거리를 나돌아다닐 것이다. 항상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영화, 책, 게임과 같은 매체에서 원인을 먼저 찾는다. 왜? 이유가 없으니까. 인간이 아무 이유 없이 잔인한 일을 저지를 수는 없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억지로 원인을 짜맞춰서 매체를 비판하고 그것이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강한 '미디어 검열법'으로 되돌아온다. 진짜로 한 2~30년 후에는 아리카와 히로 작가의 이 '도서관 시리즈' 처럼 강제 미디어 검열법이 통과되어 '알 권리'와 '읽을 자유'를 빼앗긴 디스토피아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소설 속의 이 모순적인 세계관이 정말 현실이 되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무섭게도......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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