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 속 세계사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
태지원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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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그림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들리지 않는 침묵의 목소리로. 그렇다고 들을 수 없느냐? 그건 아니다. 우린 눈으로 그 목소리를 읽어낼 수 있다. 다만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그림이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한다.

도슨트를 따라 다니며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 미술에 감상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배경 지식을 알면 확실히 달리 보인다. 화가가 아무 생각 없이 그리는 건 없을 테니까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미술과 접목해 세계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세계사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책이다.

정물화에서 가끔 해골을 만나다. 해골은 무슨 의미일까? 바니타스 정물화에 자주 등장하는 사물인데 인간의 죽음, 허무, 덧없음을 상징한다. 청렴을 중시하던 종교개혁과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 그려진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 해골과 같은 의미로 썩은 과일, 시든 꽃, 악기, 화려한 왕관, 값비싼 조개껍데기 등이 그려졌다.

빈센트 반 고흐 <성경이 있는 정물>과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 발명을 연계해서 설명한다. 성경이 대량생산되면서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지 세계사의 흐름 안에서 포착한다.

화려한 은식기 옆에 왜 후추가 그려졌는지, <레몬, 오렌지, 석류가 있는 정물>을 통해 대항해를 도운 과일이 무엇이고 괴혈병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정물화 속 청어와 튤립은 네덜란드의 성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림 속 사물과 관련된 역사, 종교, 경제, 문화를 다방면에서 조명한다. 중세부터 20세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까지 여러 시대를 아우르며 시대상을 보여준다.

🔖p.119
여기 묘사된 물건들에는 흥미로운 공통분모가 있다. 원거리 항해나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이거나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사물이라는 점이다. 더불어 그림에 놓인 사물은 세상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지구본은 지구의 광활함을, 책은 인간의 지식을 뜻한다. 산호와 조개껍데기 모두 먼바다에 나가야 얻을 수 있는 화려한 장식품이었으며, 자와 컴퍼스가 의미하는 과학 기술 역시 바다 항해에 필수였다.

허투루 그려진 그림은 없다. 과일 하나 꽃 하나에도 의미가 있고 숨은 뜻이 담겨 있다. 그 사물들을 그린 이유가 명확하다. 세계사 속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이룬 물건이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좀더 흥미롭게 알아가기 적합한 책이다.



#정물화속세계사 #태지원 #아트북스 #세계사 #정물화 #책리뷰 #책소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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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수반캄 탐마봉사 지음, 이윤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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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
✍️수반캄 탐마봉사
🏚문학동네

✔️마케터 추천평
14편의 소설이 한 편도 빠짐없이 고른 작품성을 자랑합니다. 후루룩 읽히면서도 '소수자의 다층성'에 대한 메시지를 단단하게 전달해요!

해외문학 큐레이터 서평단 ‘해문클럽’ 2차 도서는 라오스계 캐나다 작가 소설집이다. <나이프를 발음하는 법>를 시작으로 짧은 분량의 소설이 14편 들어있다. 마케터의 추천평 대로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전달한다.

소설집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이민자의 삶 다른 하나는 사랑이다. 라오스 난민촌에서 이주한 이들의 고단한 삶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그들은 사랑조차 쉽지 않았고 아픔이었다.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를 작은 나라에서 온 아이가 그들의 삶에 동화되기란 쉽지 않다. 나이프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이민자 부모 밑에서는 특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오히려 부모를 배려한다. 아이는 그렇게 일찍 철이 든다.

마지막 단편 <지렁이 잡기>에서는 강인한 생명력을 느꼈다. 남의 나라에서 온갖 헛드렛일을 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엄마, 소박한 희망 하나가 오늘을 살아낼 원동력이 되는 건 아닐까. 말 설고 물 선 타국에서 평범하게 살기도 벅찬 세월이었다.

디아스포라 문학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정체성, 소외감, 차별,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등등. 이창래와 이민진으로 만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과도 크게 차이는 없을 것이다. 어디나 이민자의 삶은 녹록지 않으니까.

마치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온 이민자들의 지난한 삶이 애달프게 그려진다. 같은 아시아인이라 그런지 공감가는 부분이 꽤 많았다. 라오스나 우리나 그들에겐 보이지 않는 존재일 테니.

수없이 쏟아지는 해외문학 중 마케터가 특별히 추천한 책이라 기대가 컸다. 어디서 본 듯한 뻔한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 같은 책을 원한다. 해문클럽을 통해 그런 책들을 연이어 만나게 되어 기쁘다.

🔖p.50
농담을 하면 진짜 감정을 숨김과 동시에 진심을 내뱉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아무도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묻지 않는다.

🔖p.70
무언가에 희망을 거는 건 엄마에게 낯선 일이 아니었다. 그건 우리가 이 낯선 땅에 정착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나이프를발음하는법 #수반캄탐마봉사 #문학동네 #해외문학 #책리뷰 #소설집 #해문클럽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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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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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누가 뭐래도 봄은 ‘꽃의 계절’이다. 날씨가 따스해지면서 하나둘 꽃망울을 틔우고 어느 순간 활짝 핀다. 개나리, 목련, 프리지어를 발견하면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걸 알 수 있다. 꽃이 만개하는 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런 봄, 선물처럼 다가온 책이 있다. <화가들의 꽃>은 조금은 예상했던 책이다. 저자들의 공저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을 소장하고 있기에 다음 책도 기다렸고 기대했던 꽃이라 더 반가웠다.

색깔에 계절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노란색은 봄의 색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노란색 표지에 앙리 마티스의 ‘노랑의 조화’ 가 화사하게 잘 어우러진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진정으로 창의적인 화가에게는 장미 한 송이를 그리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장미 한 송이를 그리기 위해서는 지금껏 그려진 모든 장미를 잊어야만 하니까’

꽃을 그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앙리 마티스의 말에서 느껴지는 듯하다. 화가들마다 꽃을 그리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세밀화로 섬세하게, 누군가는 새로운 기법으로 3차원인 꽃을 표현하기도 했다.

장미나 백합처럼 흔히 보는 꽃도 있지만 앵무새튤립처럼 생소한 꽃도 있다. 마네와 호크니처럼 유명한 화가의 꽃도 있지만 낯선 화가가 그린 꽃도 감상할 수 있다. 일본계 화가가 그린 국화가 포함된 게 꽤 인상적이다.

저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그림을 선택했을지 궁금해진다. 시대와 지역을 골고루 안배한 것 같기도 하고 다양한 표현 기법을 보여주려고 한 것도 같다. 몇 작품 빼고는 거의 처음 보는 그림이고 그래서 오히려 더 만족스럽다.

이름마저 향긋한 플라워북클럽 덕분에 마음속까지 봄으로 물들었다. 이런 봄날 내게 꽃을 안겨줄 사람은 누구인가? 페이지 넘길 때마다 꽃을 한아름 선물받는 느낌이다. 이건 꽃다발 수준이 아니다. 플라워가든으로 내 손을 잡아 이끈다.

✔️세기의 화가들이 건네는 가장 고요한 위로
✔️지친 삶을 어루만져주는 108가지 꽃 그림



#화가들의꽃 #앵거스하일랜드 #켄드라윌슨 #푸른숲 #플라워북클럽 #명화 #꽃그림 #꽃 #책리뷰 #책선물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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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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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내 인생에 발터 벤야민이 들어올 줄이야!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폭넓은 독서를 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최근 읽은 소설 ‘밤 인사‘에서 주인공이 발터 벤야민의 발자취를 따라 파리에서, 부르고뉴, 산레모, 마르세이유, 페르피냥, 포르부까지 여행한다. 왜 하필 발터 벤야민일까 궁금해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 찾아봤었다.

발터 벤야민은 독일 출신 유대계 문학평론가이자 언어철학자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려 했지만 프랑스-스페인 국경 통과가 좌절되자 그날 밤 자살한다. 이것이 내가 알게 된 벤야민의 간단한 이력이다. 그의 작품이 궁금했던 찰나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인연인가!

발터 벤야민은 모더니즘 화가 파울 클레를 좋아했다. ‘밤 인사‘에서도 파울 클레의 그림 「새로운 천사」가 언급되어 찾아봤었다. 마침 이 책 차례 옆 페이지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표지 그림은 ‘여자와 짐승’(1904년)이다.

이 책은 발터 벤야민이 노벨레(단편 소설 양식) 형식으로 쓴 글들을 묶은 유일한 문학작품집이다. 다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워낙 짧은 글들이라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문학적이기 보단 철학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p.42
여기서 손님은 묘한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손님과 전혀 닮은 데가 없는 남자인데 그가 바로 손님의 두 번째 자아입니다, 라는 설명으로 시작해서, 당신은 자기 비난으로 저녁을 허비했습니다, 당신은 열등감을 안고 있습니다, 당신은 자기가 억압돼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자기가 느끼는 충동을 따르지 못하는 스스로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 충동은 두 번째 자아가 당신의 삶으로 통하는 문에 달린 손잡이에 가하는 압력입니다, 그 문이 왜 그렇게 꽉 닫혀 있는지, 왜 억압이 존재하는지, 당신 자신이 왜 충동을 따르지 않고 있는지 당신은 이제 곧 알게 될 겁니다, 라는 설명으로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 자아’는 작은 울림이 있는 단편이다. 발터 벤야민은 충동이 두 번째 자아가 가하는 압력이라고 말한다. 충동적인 삶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발터 벤야민이 말하는 충동은 내면의 소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에는 생전에 발표되지 않은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꿈 이야기를 담은 일기 같은 작품도 있고 여행을 통해 얻은 단상을 기록한 단편도 있으며 비평가로서 썼던 서평도 여러 편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발터 벤야민을 조금이나마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 책이다. 발터 벤야민의 픽션과 더불어 파울 클레 회화가 50여 점 수록되었다니 이것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고독의이야기들 #발터벤야민 #엘리 #파울클레 #해외문학 #책리뷰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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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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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지극히 사적인 간병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읽다보니 이건 내 친구의 이야기랑 너무 많이 닮았고 머지 않아 내 미래가 될 것만 같았다.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란 말이 어째 남일 같지 않단 말이지.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말이 딱 맞네.” 저자의 이모가 한 말이다. 사실이 그렇다는 거지 비난하려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남매다. 오빠는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그리 든든한 지원군이 못된다. 그렇다고 저자가 독박 간병을 했느냐, 아기가 있어 그럴 수 있는 형편도 못된다. 결국은 간병인을 고용할 수밖에.

엄마는 암이 연달아 4번 발견되어 여러 차례 수술과 항암치료를 해왔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이런 상황이면 내가 먼저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딸 입장에서만 감정이입을 한 건 아니다. 내가 엄마였다면?

p.28
"박목월의 〈나그네>. 유미 너도 알지. 강나루 건너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눈물이 핑 돌았다. 몸은 병상에 누워 있지만 정신은 나그네처럼 전국 팔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픈 사람은 병원 침대에 누워 치료받아야 한다 는 일차원적인 생각뿐,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없다. 환자이기 전에 자유를 사랑하는 한 사람인데, 아프다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욕구가 이렇게 간단히 무시 되어도 될까? 아픈 사람도, 사람인데.

현재 의료 시스템이나 간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려는 책이 아니다. 웰빙 못지 않게 웰다잉도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환자 본인의 의사는 존중받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결정권조차 없다. 치료가 우선이지만 욕구를 무시할 수 없으니 딸의 고민은 깊어진다.

p.122
엄마는 죽는 날까지 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엄마에게 자유는 위험했다. 정신과 신체가 아픈 사람에게 과연 자유가 최우선일까?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나? 요양원의 구속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엄마는 창문 넘어 탈출한다. 이후 어떻게 되었냐고? 현재 엄마는 다시 일상을 살고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모임을 많이 줄였지만 오늘을 선물처럼 기쁘게 누리고 계신다.

p.197
나 있잖아••• 지금 행복해. 나 바라는 거 많이 없어. 그냥 일상을 살고 싶어. 남은 삶을 진짜 사는 것처럼 살다가 가고 싶어. 그렇게 마무리하고 싶어.

오미실 여사의 이 말씀이 찡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다시 주어진 삶을 하루하루 충실히 살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엄마는 강하다! 긍정의 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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