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당신의 안부가 궁금했던 걸까요
김본부 지음 / 나무야미안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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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을 내고 이 책은 두 번째 산문집이다. 그래서인지 책 중간중간 시가 몇 편 실려 있다.

“그리움을 햇살에 말려서
티백에 담았습니다.
당신 마음이 더 식기 전에
잠시 담가두셨으면 해서요.”

이 감성 어쩔거야~ 역시 시적 감수성이 다분하다 했는데 책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사람들, 딱히 무언가를 주고받지 않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이들, 이제는 시간의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멀어진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해도 좋고 안부글이라고 해도 좋겠다.

글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분명 내 경험이 아닌데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감정이란 상황은 달라도 비슷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본다.

P.25
삶의 순간순간 아버지의 빈자리를 문득 느낄 때면 생각한다. 어떤 슬픔은 숨죽이고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쥐어짜내는 통증보다, 무엇을 잘 감각할 수 없는 마비 증세로 걸어온다는 것을. 고통이 그렇게 찾아온 덕에 나는 어쩌면 그 한 시절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것만큼은 내 실수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책은 추억을 소환시키는 힘이 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기억부터, 짝사랑하던 소년까지… 몽글몽글한 감정을 이끌어내며 그들을 내 앞에 데려다 놓았다. 잊고 지냈던 얼굴들, 모두 잘 지내고 있으려나 갑자기 안부가 궁금해진다.

작가는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안부가 궁금해진다고 했는데, 난 이와 같은 책을 만나면 그들이 궁금해진다. 시인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산문집, 그리운 사람을 소환하고 싶다면 이 책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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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생각하는 걷기 -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산책하듯 내 몸과 여행하다
울리 하우저 지음, 박지희 옮김 / 두시의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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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함부르크에서 로마까지 100일 동안 약 2000킬로미터를 걸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올레길에 대한 책은 이미 너무 많이 나와 익숙한데 이 낯선 길은 왠지 호기심이 일었다. 100일 동안 어떤 길을 걸었으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무슨 일들이 벌어졌을까.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펼쳤다.

저자는 이 여행이 꿈을 이루어주었다고 말한다.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며 항상 몸을 움직이던 어린 시절처럼.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직서를 내밀고 길을 나섰다.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이 책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매일 걷는 우리 동네도 좋지만 낯선 곳에 대한 동경이 한몫을 차지한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보고 느낀 것을 공감하며 즐겁게 읽었고 읽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그렇다고 책만 읽으면 안되고 저자의 말대로 직접 걸어보는 게 더 중요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2~3페이지의 짧은 글들의 모음이다. 그래서 읽는데도 부담없고 그날의 일을 기록하듯 쓰여져 있어 저자의 일기를 읽는 기분도 든다. 연륜이 묻어나서 그런가 세상을 보는 눈이 여유롭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살필 맘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글이 섬세하고 다정다감하다.

저자는 단순히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능하면 걷는 몸의 감각이나 느낌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싶었다.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기억하고 싶었다. 회사에 다닐 땐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을 했다. 그는 그 생활에 질렸다. 그래서 더욱 걷는 그 행위 자체에 집중하며 걸었던 것이다.

그가 걸으면서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일이라고 한다. 가려고 가는 곳의 이름을 대면 대부분 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대신 그곳은 너무 멀다고 혹은 너무 멀지 않느냐고 반문한다고 한다. 의외로 걸어서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적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서야 누구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어한다. 한정된 시간에 쉴 수 밖에 없는 우린 너무 바쁜 사람들이기에.

그러나 저자는 모든 즐거움은 걷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냐고 묻는다. 태어나서 처음 걸었을 때. 몸의 균형을 잡고 중력에 저항하며 일어서서 걸었을 때. 모든 공간을 하나씩 점령하며 호기심을 갖고 앞으로 나아갔을 때. 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며 그 기쁨을 상기시킨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여행 에세이라기 보단 걷기 권장 에세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걷기가 얼마나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우쳐주는 것은 물론 걷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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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하이딩 인 뉴욕 - 당신이 모르고 지나친 뉴욕의 예술 작품들
로리 짐머.마리아 크라신스키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윰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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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뉴욕의 예술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유명한 뮤지엄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고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숨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 다른 책과 차별화를 가진다.

일반 가이드북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숨은 예술 작품이라니, 현지인이 아니고서는 아니 현지인도 어쩜 모를 그런 세계로 안내해주는 특별한 책이다.

저자는 첼시 갤러리에서 일하다 해고를 당하고 넘쳐나는 시간을 활용해 뉴욕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동안 너무 바빠서 관심을 갖지 못했던 조각이나 그림,건축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우린 그가 찾아낸 거리 곳곳에 숨겨진 예술 작품을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벽화로 유명한 키스 해링이 생을 마감하기 한 달 전, 그답지 않게 종교적 주제로 ‘그리스도의 생애 ‘그렸다. 이 그림은 해링 특유의 양식으로 담아낸 보기 드문 작품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세인트 존 더 디바인 성당에서 만날 수 있다.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이 작품은 꼭 보고 싶다.

뉴욕 곳곳에 숨은 작품들을 보려면 동선이 중요한데, 이 책에선 그것도 놓치지 않고 있다. 충분히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가는 길에는 근사한 레스토랑과 바가 즐비하다고 한다. 소호 동선과 로어 맨해튼의 올드 뉴욕 동선 두 가지로 추천해 주고 있다.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코스다.

뉴욕의 숨은 예술 작품들을 소개해주는 것도 반가운데 예쁜 일러스트 표현해주니 더 예술적으로 다가온다. 그냥 사진을 사용했다면 분명 느낌이 달라졌을 것이다. 여러모로 예술에 한 발 가까워진 기분이 들게 한다. 예술은 미술관이나 가야 볼 수 있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우리 주변에서 살짝 주의만 기울이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해줘서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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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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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재 시애틀 교외 작은 마을 100년 넘은 오래된 집에서 두 아이와 남편과 살고 있다. 전직 기자 출신인 부부는 지금 저자는 이메일 구독 서비스를 하며 일주일에 2번 빵가게를 열고 남편은 기고와 번역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지 궁금해 실험하듯 시작한 생활이 벌써 7년째를 맞고 있다고 한다. 평범한 일상이자 작은 실험이기도 한 삶의 모습이 월든과 어느 부분에선 닮아있다.

나이 마흔에 은퇴라니 대도시에서는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매월 들어가야 하는 돈이 정해져있고 사람도 만나야하고 경조사도 챙겨야 한다.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나이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고 부모님 용돈도 드려야 하고 돈 나갈 일이 가득한 게 사실이다.

부부의 삶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삶이 가능하다니,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해야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부부는 많은 삶 중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다.

돈과 즐거움이 하나된 삶의 방식을 택했다.즐거울 만한 일을 통해서만 돈을 버는 것! 생산을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들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테고 여러 가지로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인데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찾고 거기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책은 현재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는 사람들과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사실 우리가 생존하는 데는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진 않을지도 모른다. 우린 무엇때문에 돈을 벌고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는지 다시 나를 돌아볼 기회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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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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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명작 영화 속 명언을 수록한 인문학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도 시대를 막론하고 계속 읽히듯이 좋은 영화 또한 만든 시기와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사랑을 받는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랑 받아온 영화들을 엄선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영화는 인문학 도서 못지 않은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간 본연의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은 독서를 통해 얻는 그것과 견줄 만 하다고 말한다. 고전에 명문장이 들어 있듯 영화에도 명대사가 담겨있다. 맘에 와닿는 문장들을 적어놓지 못해 아쉬운 적이 많았다.

이 책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명대사를 모았는데 영화광이라면 주목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본 영화는 얼마나 들어있는지, 가물가물했던 명대사를 접하면 엄청 반가운 맘이 들 것 같다.

저자의 저서를 보니 명언 수집가나 다름없어 보인다. 책을 읽다 가끔 기억하고픈 문장을 만나곤 하는데, 적어두지 못해 맘 속에서 사라진 문장이 얼마나 될지 헤아릴 수 조차 없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쉽기 그지 없다. 나도 노트에다 꼼꼼히 기록해 둘 것을…

명언을 크게 8개의 카테고리로 묶어 놓았다. 어느 파트부터 읽더라도 무리가 없고 아는 영화부터 펼쳐봐도 좋을 것 같다. 348페이지로 적당한 두께감을 드러낸다. 각 영화마다 기본 정보(감독•주연•연도)와 개괄적인 소개가 10줄 남짓 나오고 그 뒤에 명언 5개가 나오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명대사 원문이 영어, 일어, 중국어로 한글과 함께 나란히 실려 있다.

책을 통해 200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영화 한 편 당 5개의 명대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영화 목록과 명언들을 엄선했지만, 지면의 한계로 더 싣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에필로그에 드러내고 있다.

자신만의 인생 영화가 분명 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도 있을 테고. 나만의 영화 명대사를 뽑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영화는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서 다양한 통찰을 담고 있다.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 보고 심오한 뜻을 밝혀내는 재미도 있다. 영화는 한 권의 책을 읽은 것과 같다. 그 속에서 무얼 찾는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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