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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여행자, 사라진 시간을 걷다 - 문학과 예술이 태어난 곳으로 떠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여행에 ‘테마’를 정하고 가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훨씬 밀도 있는 경험이 된다. 인문 여행자를 따라가는 이 책이 유독 눈길을 끈 이유다. 저자는 문학, 건축, 음악, 미술, 음식, 자연을 테마로 우릴 이끈다. 테마 여행은 ‘넓게’가 아니라 ‘깊게’ 보는 방식이다. 테마 여행을 하다 보면 내 취향이 명확해진다. 확실히 문학, 건축, 미술 여행지에 더 관심이 갔다.
1부 문학을 테마로 한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서 이야기 속을 직접 걷는 경험이 된다. 공간이 ‘배경’이 아니라 ‘장면’이 되면서 훨씬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문학 작품은 그 시대의 문화, 사회, 사람들의 감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배경지를 가면 단순 관광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왜 여기서 나왔는지 이해하게 된다. 리스본에서 만난 페소아는 오래 전 기억을 불러들인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땐 몰랐기에 그저 스쳐지났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2부 건축을 테마로 한 여행은 한마디로 도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행위다. 건축을 시대를 담고 있기에 역사와 문화가 한눈에 연결된다. 건축을 전공한 것도 아니지만 건축에 이끌려 떠났던 여행이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그곳이다. 가우디 건축만으로 충분히 꽉찬 여행이 되었던 도시다. 책을 읽다보니 가보고 싶은 곳이 자꾸 늘어난다. 다음엔 인도 아그라에서 타지마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3부 음악을 테마로 한 여행은 도시를 소리로 기억하는 여행이 된다. 눈으로 보는 여행보다 훨씬 감정에 오래 남는데 장소가 소리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여행 자체가 하나의 ‘플레이리스트’가 된다. 저자가 추천한 노래를 들으며 읽으니 마치 그곳에 간 기분마저 들었다. 4부 미술을 테마로 한 여행은 나홀로 여행에 최적화된 게 아닐까. 우리나라 제주와 강릉이 포함되어 있다.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나오시마도 들어있어 간접 체험을 했다.
5부 음식을 테마로 하는 여행은 미식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특히 술을 좋아한다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여러 지역을 소개하고 있어 더 좋았다. 마지막 6부 자연을 테마로 한 여행은 무언가를 얻는 여행이 아니라 오히려 비워서 돌아오는 여행이라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청산도가 처음에 나와 반가웠다. 모든 여행이 힐링이지만 자연에서 걷는 여행이야말로 제대로 쉬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테마별로 나눠 여행지를 소개하는 이 책은 단순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여행의 방향을 잡아주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내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빠르게 찾을 수 있고 더불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오감으로 기록한 여행 에세이라 두루두루 만족스런 여행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나만의 테마를 잡아 여행을 계획해도 좋을 듯하다.
P.7
사라진 시간을 걷는다는 것은 결국 잊힌 존재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다. 내면의 만남과 사유를 통해 오래전의 나, 의미 없이 흘려보냈던 감정, 미처 접해보지 못했던 낯선 땅들의 풍경을 되살려 보고자 했다. 그렇게 과거의 장면들을 지금의 시선으로 돌아보면서 나는 깨닫는다. 여행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시간과 의미의 잔상을 찾아가는 사유의 행위임을 말이다.
P.50
인생사의 모든 것은 결국 내 안의 문제다. 상처받으면 비극이고 상처를 안으면 예술이다.
P.51
아무런 연고도 없고, 반드시 떠나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는 곳으로 때가 되면 떠나고 싶은 것은 내면에 뭉쳐져 있는 나 자신에 대한 결핍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며 내 영혼의 울림을 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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