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메뉴판 - 한 장의 메뉴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
나탈리 쿡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메뉴판은 기본적으로 음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가게의 성격을 드러내고 나아가 고객의 선택을 직접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메뉴판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제껏 메뉴판은 그저 선택을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다.

<미식가의 메뉴판>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요즘 음식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나탈리 쿡은 영문학 교수인데 식문화에 대해 탐구하며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한 장의 메뉴판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메뉴판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19세기 중반 무렵으로 기록된다. 당시 유럽의 식사 문화는 여러 요리를 한꺼번에 차려놓고 먹던 프랑스식 서빙 방법에서 순차적으로 내놓는 러시아식 서빙으로 바뀌고 있었다. 메뉴판은 손님에게 예고편처럼 미리 보여줌으로써 식욕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이 책에는 다양한 메뉴판이 등장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메뉴판에는 그 시대의 인식과 시각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가 권하고 싶은 건 ‘상상의 도약‘으로 역사 속 특정한 순간으로 돌아가 그 시절 식탁에 앉아 그들의 눈으로 메뉴와 음식을 경험해보자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데 필요한 건 상상력이다.

메뉴판이 대중화된 건 인쇄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각 식당만의 개성과 분위기를 담은 메뉴판이 탄생했다. 메뉴판에 실린 삽화는 거의 예술 작품에 가깝다. 툴루즈 로트렉이 메뉴판 삽화까지 그렸다는 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메뉴판은 식문화의 발전과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가히 기록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메뉴판이 실용적 역할을 너머 기념품이 되기도 했다. 왕실 금박 문장이 선명히 찍힌 메뉴판부터 고유 인증번호를 넣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메뉴판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뉴욕시 상하이 로열 레스토랑은 우편으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장 가치를 높인 메뉴판이 등장하면서 수집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경험을 기록하고 간직하고 공유하고 싶어한다.

세계박람회에서 선보인 메뉴판은 각국 음식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고, 어린이 메뉴판은 귀여운 형태만으로도 소장하고 싶어진다. 또한 최근 메뉴판엔 건강을 위한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염식, 저지방을 비롯해 우리나라 제로 슈거, 저탄고지, 식물성 단백질 같은 문구가 마케팅 전략이 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가장 충격적인 음식 사진이 있는데 심장 퓌레와 장기 기증 카드라는 컨셉의 요리다. 식당에서는 장기 기증 카드를 내어 참여를 독려한다는 취지라는데 과연 성공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별해야 살아남는 건 알겠지만 이건 너무 파격적이란 느낌이 든다.

호화 열차의 코스 요리와 감옥의 식단까지 다양한 음식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그야말로 메뉴판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사철 제본으로 되어 있어 메뉴판처럼 활짝 펼쳐지는 점도 맘에 든다. 역사 속 입맛, 권력, 유행을 보여주는 <미식가의 메뉴판>, 호기심을 채워주며 미식의 세계로 이끈 책이다.


P.19
메뉴판은 그것이 사용될 당시의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대중 예술과 인쇄 기법, 나아가 소통 기술의 변화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메뉴판은 사회• 정치• 문화•의학• 상업 • 요리 역사의 흐름 속에 나타난 결정적인 변화의 순간과 끈질기게 이어진 연속성도 담고 있다.

P.31
메뉴판은 다양한 음식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이며, 시대마다 달라지는 전통과 취향의 변화를 기록한 산물이다.



#미식가의메뉴판 #나탈리쿡 #교보문고 #미식가 #메뉴판 #요리 #음식 #책리뷰 #책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