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 노래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303
고은 지음 / 실천문학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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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언()에 절사(). ‘절에서 들려오는 소리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일 것!”

미쳐야() 미친다()!

 

어떤 인간도 결코 진선미에 대한 절대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지금의 도덕이 얼마 지나지 않아 비도덕적인 것이라 여겨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밖의 관점에서는 인간의 도덕이라는 게 그저 인위일 뿐,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관념일 수도 있다. 공이 공인 줄 알고 색이 색인 줄 알면 그뿐, 공과 색에 빠지거나 혐오할 이유가 전연 없다.

 

판매금지는 혹시 21세기판 분서갱유는 아닐까?

저자를 비난하는 정당한 목소리가 존중되어야 하듯, 저자의 작품을 접하고 싶은 독자의 의사도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사태 속의 출판사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불매운동에 자진 판매중지를 취하는 게 출판이 적절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라면, 애초에 출판하지 말아야 할 걸 알면서도 저자의 성가를 이용한 매문을 시도한 것이라 여겨질 수밖에 없기에 실망스럽다. 자본의 쓰나미에 올라타 너나없이 한몫 챙기려는 신자유주의 세상인데, 출판사에만 무리한 기준을 요구하는 걸까?

애초에 출판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출판했는데 불매운동 자체가 부담스럽고 두려워서 판매중지 조처를 했다면, 이는 소신 없고 당당하지 못한 처신이라 역시 실망스럽다. 저자 옆에 함께 서서 모든 비난을 당당히 감수하는 게 옳지 않을까? 종교나 철학 역사나 윤리 등과 문학은 엄연히 다르며, 일상의 관점과 가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글은 문학일 수는 있어도 결코 시가 될 수 없음을 확신하지 못하는 걸까? 수많은 시인이 당대에 신성모독자’ ‘정신병자’ ‘부도덕한 자라는 주홍글씨를 강요받은 게 엄연한 현실이며, 작가의 도덕성과 작가의 작품을 같은 가치관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있는 난제다!

 

인류의 위대한 예술과 문학 유산들은 대부분 광인들의 작품이다(당시의 평가 기준에서!).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자신만은 틀림없이 제정신이라 주장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 속에서 누가 진짜 미쳤는지 누가 알겠는가? 혹시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미치는 게 정상 아닐까?

진정한 광인을 보는 기회를 얻는 것은 내게는 기쁨이다.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나를 진정 미치게 해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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