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악순환 - 영원회귀의 체험에 대하여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0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지음, 조성천 옮김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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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뉘어지고, 전문가도 아닌 자가 철학적 내용에 대한 평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글쓰기의 기본 자세에 관하여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는 책이다.

 자기가 쓴 글이 남에게 읽히는 영광을 누리려면 최소한, 글은 내용을 떠나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사회적 합의로서의 언어로 해석될 수 있는 형식을 갖추어야만 한다. 이 책에서는 난해하고 신비적인  어휘와 표현들을 얽혀놓아 마치 심오한 비의라도 있는 것처럼 작성된 문장들이 계속되는데, 정작 니체 자신은 이런 식의 글쓰기를 혐오하지 않았던가?

 글의 내용에서도 문제가 많다. ‘...다윈이 교육하는 것과는 반대로 자연선택의 현실 앞에 철학자들이 ..무릎꿇는..’(p.26, 위에서 셋째 줄) 부분은 마치 다윈이 자연선택을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 될 수 밖에 없는 문장이다. 니체의 원래 뜻은, 강자가 생존한다는 자연선택 이론과는 달리 약자(병든자, 열등한자)가 살아남는 현실로서의 또 다른 유형의 자연선택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인용 문장 중의 반대로대신 반대되는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 실제로 니체 번역본(니체전집 21, KGW VIII3, p.124, 책세상)에는 반대되는이라고 되어있다. 바로 아래 줄의 열등한 자들만이 과잉의 인간들을 몰아낸다라는 문장은, 니체가 잉여인간들과 열등한자들을 유사 개념으로 보고 소수자와 위버멘쉬들을 그 상대적 유형의 인간으로 보기 때문에, 이 문장은 명백한 오류다.

 p. 88, 세 번째 문단에서, ‘,,,이와 같은 망각은 내 자신의 한계들 밖의 기억과 같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 망각은 기억을 잊는 행위이고 기억은 망각의 대상이기 때문에, 기억과 망각은 언어상으로 서로 동격일 수가 없다. 고로 망각은 내게 어떠한 한계 밖의 기억도 남겨놓지 않기 때문이다정도가 적합하다. 같은 쪽 제일 아래 줄, ‘예를 들어 내가 원환에 자신을 동일화해야 한다 해도,,,’: ‘동일화는 애초에 원환적 생명관을 전제로 성립하는 개념이기에 동어반복적 문장이다.

 이외에도 이런 식의 문장들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경험상 주로 프랑스 작가들이(특히 철학자들) 이런 식의 글쓰기를 즐기는 것 같다. 극한의 똘레랑스를 지니지 않고서는 끓어오르는 짜증때문에 도저히 끝까지 다 읽어낼 수 없는 비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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