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살림어린이 더 클래식 1
앤서니 브라운 그림, 루이스 캐럴 글, 김서정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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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캐럴과 앤서니 브라운이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앨리스를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정답은 아니고 내 의견일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구 상에 모든 앨리스와 관련한 그림을 본 것은 아니다.
첫 장을 넘기면 '루이스 캐럴'의 초상화 그림이 있다.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것이다. 푸른 눈동자까지 세심하게 그려넣었다. (또 재밌는것은 나비 넥타이인데, 존 데니얼이 그린 초판 원화에서 모자 장수의 나비 넥타이와 형태가 같다.)  나중에 책장을 넘기다 보면 '루이스 캐럴이 다시 한번 깜짝 등장하니 찾아보길 바란다. (아주 찾기 쉽다.)

매우 뜬금없지만, 앨리스와 앤서니 브라운이 닮은 점은 무엇일까? 물론 난센스 퀴즈는 아니다. 모자 장수가 ‘까마귀는 왜 책장 같게?’하고 물어보는 것과는 다르다.
질문을 바꾼다면 앤서니 브라운은 왜 <앨리스 이야기> 같게?
이유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이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구석구석 자세히 관찰해야 하고 거기에는 알쏭달쏭한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앨리스도 마찬가지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을 처음으로 봤을 때 내 느낌은 조금 평범하게 보였다. 눈에 확 띄게 선이 거칠거나 인물의 배율이 무너져 보이거나 그림체가 아주 독특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아주 오랫동안 쳐다봐야 하고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앨리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꼭 그것은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과 닮아서이다. 앨리스는 지금 시대에선 그렇게 독특한 이야기는 못 된다. 다소 독특한 이야기지만 우리 시대에 그런 이야기는 넘쳐난다. 하지만, 앨리스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처럼 좀 더 자세히 들려다 봐야 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들을 구석구석 아주 조그만 것까지 살펴보고 나름대로 이것은 뭘 의미하려고 작가가 그려넣은 거야. 이건 이런 의도가 아닐까? 그런 식의 (나름의) 주석을 다는 재미가 있다. 앨리스를 읽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한다. 물론 애들용 번역이 아니라 원문에 충실한 번역에서는 그런 재미가 있다.

이 책의 번역은 어떨까? 역자가 뒤에 밝혔듯이 원문에 충실한 번역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앨리스에서는 발음이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로 장난을 많이 친다. 물론 이 단어는 영어라서 한국말로 번역하면 전혀 그 의도를 알아차릴 수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주석이 달렸다. 하지만, 이 책은 한글을 가지고 그것을 재현했으므로 주석이 필요 없다.
여기서 그러면 원문이 훼손되지 않느냐?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좋은 번역은 원문을 살리면서도 최대한 우리 문장의 느낌이 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생각을 한다는 거다. 번역을 하시는 분이 보면 도대체 그게 말이 되느냐? 그런 번역이 정말 있기나 하냐? 역정을 내실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번역은 참 어렵다. 한글의 특성을 살리면 원문의 특성이 죽고 그 반대면 왠지 딱딱한 번역체 느낌이 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이 책은 정말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딱 좋은 동화책이다. 기존에 완전히 애들이 읽게 개작한 앨리스보다 원문에 가까우면서도 주석 없이 읽을 수 있게 번역되었다. 이미 우리는 원문을 잘 살린 번역을 하고 있으므로 이 번역은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배려했다고 보면 좋겠다.

그럼 우리 어른들은 어쩌고???
우리는 앞서 말했듯이 앤서니 브라운의 숨은 그림 찾기 같은 그림을 보면서 즐기면 된다.


건조한 이야기를 들으며 코커스 경주를 하기 위해 모인 동물들 (도판 P.35)
이 그림은 보면 옷을 말리려고 모인 갖가지 동물들과 앨리스를 그린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 특징이 잘 나타나는 그림이다.

흥미로운 것은 42라는 숫자다. 앨리스에서 42는 매우 중요한 숫자인데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중 앨리스 초판의 삽화가 모두 42장이라는 게 있다. 나도 물론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그림을 세어봤다.^^ 중간에 잘못 센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루이스 캐롤의 초상화를 포함해서 42장이었다. 우연인지 의도적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흥미롭다.


위에 그림은 첫 부분에 실린 것인데 이상한 나라로 가기 전에 앨리스 자매를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이 유일하게 이 책에 실린 정상적인? 그림이다. 이 그림은 그냥 편안하게 감상하면 된다. 그 안에 어떤 수수께끼도 없다. 마치 사실주의 풍경화 같은 느낌이다.
앨리스는 언니한테 그림이나 대화가 없는 책은 시시하다고 얘기한다.


앨리스가 개들 만나는 장면 주석 달린 앨리스(북폴리오) 도판 P.82
이 그림은 위의 앤서니 브라운의 42장의 일러스트중 유일하게 현실적인 그림인 것처럼 존 데니얼의 원화 중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인 그림이다. 재밌지 않은가? 앤서니 브라운은 이 장면을 그리지 않았다. 또 앨리스 이야기의 중간쯤에 있는 내용인데 원더랜드에서 가장 현실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루이스 캐롤이 왜 이 장면 넣었는지 의아하다.

물론 이 리뷰에서 이 책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다. 앨리스를 좋아한다면 매우 좋은 수집품 목록에 끼어 넣을만 한다. 또 아이들에게 순수하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주거나 읽히려는 목적에도 잘 부합된다. 앤서니 브라운의 팬이라면 말할것도 없을것이다.

마지막 일러스트를 소개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앨리스가 원더랜드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을 매끄럽게 연출한 장면인데, 마치 이건 ‘스텐리 규브릭’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공중을 빙글빙글 돌던 유인원이 던진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바꿔버리는 유명한 장면을 보는듯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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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가이드 새 - 현장체험학습 자연탐사의 안내자
이기섭, 이종렬 지음 / 필드가이드(Field Guide)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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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책이 왔는데, 너무 작아서 좀 놀랐다. 포켓북이란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작을 줄은 몰랐다. 책의 크기가 제작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내 생각에 이 정도 품질?의 책이 만원이면 꽤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이런 도감이 비싸기 때문이다.
책 크기가 작긴 해도 책 안의 풍부하진 않아도 적당한 설명과 깨끗한 사진도감이 매우 훌륭하다. 물론 책 크기가 살짝만 더 켰더라면 어땠을까? 욕심이 나긴 했지만, 휴대성을 극대화한 것 같다. 


뒷면에 보면 10cm 길이의 자가 그려져 있다. 책의 제목처럼 필드에서 눈으로 본 새의 크기를 대략 가름할 때 사용하라고 작은 부분이지만 배려했다.  


오늘 아침에 마당에서 죽은 새를 한 마리 발견했다. 길고양이나 천적에게 공격당한 것 같지는 않았다. 길 위에 가만히 누워 있었는데 꼭 사람이 자는 것처럼 배를 위로 하고 얌전히 누워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참새로 알았겠지만, 도판을 찾아보니 노랑턱멧새 수놈 같았다. 왜냐하면, 눈썹과 턱이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크기도 대략 10-12cm 되어 보였다. 아마도 새끼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특징은 사진 도감이 매우 보기 편하다는 점이다. 그래픽 작업으로 배경을 지워서 새의 특징에 더 집중할 수 있다. 같은 종이지만 이름이 다른 새도 같이 보여주기도 하고 생김새가 틀린 어린 개체의 사진과 알의 사진도 같이 실린 경우도 있다. 설명은 새의 특징, 서식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쓰여있다. 이 책은 전문적으로 새를 관찰하려는 사람에게는 조금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나같이 심심풀이로 새를 관찰하려는 사람이나 취미로 고가의 장비는 아니지만, 망원렌즈로 새를 촬영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작은 크기 때문에 휴대하기가 너무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내년에 봄꽃과 가을꽃 도감도 나온다는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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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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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의 서문에 '로저 젤라즈니'는 우리에게 딕이란 소설가를 이렇게 소개한다. 암울하고 무거운 세계를 잘 다루고 있지만, 우리가 딕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에게는 적절한 형용사로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유머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은 단순히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다. 인물들은 절대 죽어 있지 않고 생생하게 소설 속에 살아 숨 쉰다. 그가 로봇인지? 안드로이드인지? 아님 인간인지 우리는 의심하고 종종 그 의심은 두렵기까지 하다. 거기에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이게 딕의 장점이다.

‘숀 탠’의 이야기와 그림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너무 귀여울 때도 있다. 사랑스럽기도 하고 어둡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느 땐 너무 따뜻하게 느껴지고 또 차갑게 느껴진다.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의 첫 장에서 우리는 그것을 발견한다.



<물소> 일러스트의 일부 P.7
첫 번째 이야기, 방향만 오직 발을 들어 가리켜주는 들소의 그림을 보면 두려워해야 할지 귀여워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 이런 대상은 '숀 탠'의 그림에 넘쳐난다. 
여기서 ‘숀 탠’의 책을 이야기하면서 별 관련이 없는 딕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숀 탠’도 이렇게 복잡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운 좋게 동시대에 이런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할아버지의 결혼식 이야기> 일러스트의 일부 P.42-43
6번째 이야기 할아버지의 결혼식 이야기의 틈직한 일러스트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무서워해야 할지 귀여워해야 할지 판단하기 애매한 그림들이 숨어있다.  



<할아버지의 결혼식 이야기> 일러스트의 일부 P.47
마찬가지로 이 귀여운 팽귄들도 그렇다. (팽귄인지 그냥 새인지는 모르겠으나..) 



<빨간나무> 일러스트의 일부  


이런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우리는 전작 <빨간나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러나 ‘숀 탠’의 이야기와 그림이 단순하게 이런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전부라면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을 것이다. ‘숀 탠’의 이야기는 좀 낡은 감이 없진 않지만 놀랍게도 결말에 가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그건 되게 생뚱맞게도 너무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빨간나무> 일러스트의 일부
<빨간나무>의 마지막 장을 펼쳐보고 마음이 따뜻해진적이 있었던 분은 이 말을 잘 이해할것 같다. 이런 감정은 <도착>에서도 느낄수 있고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에서도 느낄수 있다. 



<에릭> 일러스트 일부 P.18-19

두 번째 이야기 <에릭>을 읽어 본 사람이면 이 마지막 장면의 일부가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 장면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우리가 ‘숀 탠’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한 감정을 전달해서기 때문이다.



15편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몇 개만 소개하자면 <에릭>은 꼭 <도착>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멀리서 온 비><나만의 애완동물 만들기>뜯어 붙이기 기법?을 사용했다. 특히 <멀리서 온 비>는 이야기가 맘에 무척 든다. <이름 없는 축일>은 굉장히 강렬한 느낌이다. 그림조차도 마치 판화처럼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우리의 원정>은 파스텔로 그린 것처럼 예쁘고 기묘한 이야기다. <어디에도 없다>도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이야기다. 아래 일부를 스캔한 것을 보면 다양한 그림이 실려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을 거다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을 첨 서점에서 봤을 때, 동화책 코너의 신간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그 자리가 너무 생뚱맞아 보였다. 애들도 그리고 애들 엄마들도 이 동화책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을 것 같다. 차라리 이 책은 미술 신간이나 아니면 소설 신간에 쌓아놓는다고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번 신작에서 텍스트도 꽤 많은 편이고 다양한 기법으로 그린 그림도 구경할 수 있다. 그걸 리뷰에서 전부 소개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멀리서 온 비> 일러스트 일부 P.31 


<우리의 원정> 일러스트 일부 P.90-91  


<이름 없는 축일> 일러스트의 일부 P.72-73 
 

내가 감히 ‘숀 탠’의 단점을 이야기한다면. 단점이라기보단 싫어하는 점이라면 지나치게 교훈적이라는데 있다. <빨간나무>와는 다르게 <잃어버린 것>에서는 그런 점이 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도착>에서 이야기 자체는 놀라운 건 아니었지만 그림 자체가 너무 굉장했기 때문에 그 문제는 덮어 두기 되었다. 이번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에서도 몇몇 에피소드는 지나치게 교훈적, 혹은 훈계적?이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많은 다른 이야기들은 <빨간나무>봤을 때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숀 탠’은 그림으로써 뿐만 아니라 글로 써도 흠잡을 때 없는 작가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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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가계부 - 클래식과 경제
고규홍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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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판형부터 맘에 안 들었다. 첫 시작부터 이렇게 찌질한 불만을 늘어놓은 거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만. 위아래로 길쭉한 책을 읽으려니 좀처럼 자세?가 나오지 않는 거다. 책의 내용은 생각했던 거와는 다르게 솔직히, 진짜 좀 심하게 말하자면 너무 별로였다. 거기에 저자가 중간 중간, 잘 쓰지 않는 순우리말을 문장에 끼워넣었는데 그게 되게 생뚱맞아 보였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슈베르트는 시나브로 매독으로 자신의 생명이 다해가고....>

굳이 시나브로라는 말을 넣을 필요가 있나 싶다. 물론 그건 저자의 마음이고 순우리말을 쓰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어휘를 더 많이 써야 하는 게 글쓴이의 의무이긴 하다. 또 서양작곡가 이야기에서 순우리말을 쓰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근데 묘하게 생뚱맞다. 전체 문장은 되게 건조하며 평범한데 이따금 등장하는 생소한 단어는 어색하고 일부러 끼워넣은 듯 부자연스럽다.

책 제목이 다소 평범한 것이었다면 애초에 이 책은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베토벤의 가계부라 하니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그러니깐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할 것 같아서 읽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모차르트로 시작했는데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다. 덧붙여 저자는 모차르트의 아내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지만, 그것조차도 이미 흔하게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베토벤에 와서는 잠깐 흥미가 있었다. 그가 가계부를 쓰고 계산에 서툰 사람이었다는 건 흥미로웠지만 다른 것들은 어떤가? 이미 다 아는 이야기였다.
멘델스존에 와서는 이 책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멘델스존이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잘 먹고 잘살며 작곡을 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는 또 어떤가? 슈베르트는?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지루했다.
클래식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을 요약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클래식 커뮤니티를 검색해보면 더 풍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많은 내용이 그냥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는 거다. 이 책이 십 년 전에 나왔다면 뭐라 할 말은 없겠다. 음악가들은 어떻게 생계를 꾸렸나? 뻔한 주제이다. 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줄 알았다. 가난한 음악가들이 후원을 받고 가정교사로 일하고 그런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거기에 더 읽기 지루한 이야기들은 이런 거다. 각 음악가의 사랑이야기. 아, 진짜 이런 이야기는 웹에 널려 있다. 브람스와 클라라, 차이코프스키와 폰 메크 부인,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하려고 소송까지 간 것, 쇼팽과 상드....등등..
좀 심한 말이겠지만 이런 이야기로 어떻게 요즘에 책을 냈는지 의아할 정도이다.

이 정도면 너무 지나치게 악평인데, 사실 이렇게까지 악평할 정도까지는 아니라 평범하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이 책의 온라인 서평들은 하나같이 칭찬뿐이라…. 내가 이런 악평 하나쯤을 추가한다고 해도 크게 이 책에 누를 끼치는 일은 없겠다. 더욱이 이 책은 네이버에서 <지식인의 서재 추천도서>에까지 선정된 책이니깐 말이다. 사실 그런 이유로 조금은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 켜서 이렇게 악평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겠다. 읽는 내내 지루했고 내가 잘 모르는 작곡가들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새로운 내용도 없었다. 가볍게 읽어볼 만하지만, 작가가 책을 쓰고자 세심하게 노력한 흔적이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인터넷 검색이나 게시판을 좀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작곡가의 일화나 정보는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거다. 또 이 책은 제목처럼 작곡가와 돈 관계 대한 일관적인 주제를 깊이 다루지 않는다. 깊이 다루지 않을뿐더러 일관적이지도 않다. 사랑 얘기, 음악사적인 작곡 얘기, 친구, 여성편력, 가족사, 정치 얘기…. 잡탕이다. 이 수많은 작곡가가 어떻게 하나의 제목으로 모여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정도 서술이라면 서양음악사에 작곡가 소개 페이지와 다른게 뭐가 있겠는가? 한마디로 작곡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없고 그게 아니라면 새로운 시각의 해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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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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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사서의 추천도서 코너가 있는데 최근에 이 책이 있어서 빌렸다. 읽다 보니 사서가 추천할 만하다. 이 책은 크게 4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첫째 고양이 듀이의 관한 이야기, 둘째 도서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것, 셋째 마을이야기, 넷째 저자의 자서전 정도….

이 이야기들은 서로 연관은 있다. 아마도 80년대나 적어도 90년대쯤에 쓰인 책이라면 이렇게 썼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요즘엔 책을 이렇게 쓰진 않는다. 요즘 책들은 좀 더 세밀하게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미친 별 아래 집>이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책의 배경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던 폴란드의 도시가 배경이지만 가만 중요한 이야기는 동물원 원장의 아내에 대한 것이다. 물론 책의 원제는 그걸 잘 이야기해준다. 하지만, 번역출판 되면서 전혀 관계가 없는 건 아니지만 <미친 별 아래 집>으로 고쳐져서 사람들은 이 책이 나치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감동 실화 정도로 오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 시대에 그 동물원에 살았던 각종 동물과 숨어지내던 유대인들이 겹쳐지며 중간 중간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온전히 그 책은 동물원 원장의 아내를 중심으로 한다.

다시 <듀이>를 한번 훑어보자.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의 이야기라고 쓰여 있지만 읽다 보면 정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그중에 나는 고양이 때문에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도서관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물론 흥미롭지 않은 사람은 벌써 불만의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리뷰를 보면 그런 불만을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앞서 말했듯이 도서관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하지만…. 미국의 한 마을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정말 지루하다. 거기에 저자의 인생이야기까지 읽다 보면 정말 지친다. 그 이야기들이 가치 없고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전문 작가도 아니고 그 이야기가 마냥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왜? 세상에 그런 이야기는 이제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흔해서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고양이의 예쁜 사진을 보고 책을 집어들었다가 이내 지루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그랬다. 나는 듀이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아니 듀이가 일했던 도서관에 이것저것을 알고 싶었지, 그 동네나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다기보단 그런 걸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들어야 하는 것은 거부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자서전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인생을 또다시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입으로 들어야 한다는 거다.

또 좀 냉정하게 말하면 이 책의 저자는 지나치게 감동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당장 고양이를 길러본 사람이라면 굳이 그렇게 억지스럽게 꾸미지 않아도 전부 이해했을 거로 생각한다.

듀이 공식 홈페이지
http://deweyreadmorebooks.com
듀이의 사진을 볼 수 있는곳.
http://www.hachettebookgroup.com/features/dewey/galle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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