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가계부 - 클래식과 경제
고규홍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판형부터 맘에 안 들었다. 첫 시작부터 이렇게 찌질한 불만을 늘어놓은 거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만. 위아래로 길쭉한 책을 읽으려니 좀처럼 자세?가 나오지 않는 거다. 책의 내용은 생각했던 거와는 다르게 솔직히, 진짜 좀 심하게 말하자면 너무 별로였다. 거기에 저자가 중간 중간, 잘 쓰지 않는 순우리말을 문장에 끼워넣었는데 그게 되게 생뚱맞아 보였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슈베르트는 시나브로 매독으로 자신의 생명이 다해가고....>

굳이 시나브로라는 말을 넣을 필요가 있나 싶다. 물론 그건 저자의 마음이고 순우리말을 쓰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어휘를 더 많이 써야 하는 게 글쓴이의 의무이긴 하다. 또 서양작곡가 이야기에서 순우리말을 쓰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근데 묘하게 생뚱맞다. 전체 문장은 되게 건조하며 평범한데 이따금 등장하는 생소한 단어는 어색하고 일부러 끼워넣은 듯 부자연스럽다.

책 제목이 다소 평범한 것이었다면 애초에 이 책은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베토벤의 가계부라 하니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그러니깐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할 것 같아서 읽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모차르트로 시작했는데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다. 덧붙여 저자는 모차르트의 아내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지만, 그것조차도 이미 흔하게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베토벤에 와서는 잠깐 흥미가 있었다. 그가 가계부를 쓰고 계산에 서툰 사람이었다는 건 흥미로웠지만 다른 것들은 어떤가? 이미 다 아는 이야기였다.
멘델스존에 와서는 이 책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멘델스존이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잘 먹고 잘살며 작곡을 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는 또 어떤가? 슈베르트는?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지루했다.
클래식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을 요약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클래식 커뮤니티를 검색해보면 더 풍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많은 내용이 그냥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는 거다. 이 책이 십 년 전에 나왔다면 뭐라 할 말은 없겠다. 음악가들은 어떻게 생계를 꾸렸나? 뻔한 주제이다. 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줄 알았다. 가난한 음악가들이 후원을 받고 가정교사로 일하고 그런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거기에 더 읽기 지루한 이야기들은 이런 거다. 각 음악가의 사랑이야기. 아, 진짜 이런 이야기는 웹에 널려 있다. 브람스와 클라라, 차이코프스키와 폰 메크 부인, 슈만이 클라라와 결혼하려고 소송까지 간 것, 쇼팽과 상드....등등..
좀 심한 말이겠지만 이런 이야기로 어떻게 요즘에 책을 냈는지 의아할 정도이다.

이 정도면 너무 지나치게 악평인데, 사실 이렇게까지 악평할 정도까지는 아니라 평범하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이 책의 온라인 서평들은 하나같이 칭찬뿐이라…. 내가 이런 악평 하나쯤을 추가한다고 해도 크게 이 책에 누를 끼치는 일은 없겠다. 더욱이 이 책은 네이버에서 <지식인의 서재 추천도서>에까지 선정된 책이니깐 말이다. 사실 그런 이유로 조금은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 켜서 이렇게 악평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겠다. 읽는 내내 지루했고 내가 잘 모르는 작곡가들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새로운 내용도 없었다. 가볍게 읽어볼 만하지만, 작가가 책을 쓰고자 세심하게 노력한 흔적이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인터넷 검색이나 게시판을 좀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작곡가의 일화나 정보는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거다. 또 이 책은 제목처럼 작곡가와 돈 관계 대한 일관적인 주제를 깊이 다루지 않는다. 깊이 다루지 않을뿐더러 일관적이지도 않다. 사랑 얘기, 음악사적인 작곡 얘기, 친구, 여성편력, 가족사, 정치 얘기…. 잡탕이다. 이 수많은 작곡가가 어떻게 하나의 제목으로 모여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정도 서술이라면 서양음악사에 작곡가 소개 페이지와 다른게 뭐가 있겠는가? 한마디로 작곡가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없고 그게 아니라면 새로운 시각의 해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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