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평점 :
저자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단 두 작품으로 '눈물의 연금술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단숨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기 작가로 떠올랐습니다.
제26회 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을 수상한 데뷔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5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음은 물론 일본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그 책의 스핀오프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를 보겠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4월,
같은 고향 출신인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선배가 어떤 여성에게 아는 척을 합니다.
그 사람이 와타야 선배였고, 선배끼리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잠시 후 그 자리를 떠나려 했습니다.
와타야 선배는 내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내게로 시선을 옮겼는데,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도도하고 쓸쓸한 느낌이 났습니다.
그녀의 깊은 눈 속에는 맑고 차가운, 타인의 이해를 거부하는 듯한
쓸쓸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와타야 선배는 바로 등을 돌리고 가버려서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자 고향 선배가 관심 있냐고 물었고,
답을 잘 못하자 자신에게 맡기라고 웃습니다.
일주일 후 고향 선배가 술자리에 나 나루세를 불러냈고
그 자리에 와타야 선배가 있었습니다.
고향 선배는 나를 가리키며 와타야를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주위 사람들의 노력에 선배 옆자리로 옮겨 대화를 나눴고,
이후 선배를 볼 때마다 쫓아가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대화를 건네다
선배는 내게 사귀어도 대신에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는 조건을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난 선배가 좋았고 선배에 대해 더 알고 싶었으니
대답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어제의 일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히노 마오리라는 나만의 인생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봄까지만 해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손에 든 노트북에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5월부터 졸업할 때까지에 더해
졸업 후 약 1년 동안의 날들이 일기와 메모로 남아 있습니다.
난 고등학교 2학년 골든위크 중에 사고를 당했고
그로부터 약 3년 동안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이 병은 사고 이후의 기억을 쌓아갈 수 없게 되어서
하루가 지나면 하루 동안의 기억이 사라집니다.
다행히 이런 상황에서도 절친 이즈미가 곁에 있어 주었고,
학교의 배려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애에서 회복된 지금은 재수생이 되어 친구들보다 2년 늦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기억장애가 한창 진행 중이었을 때의 기억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가끔 무언가가 생각날 듯 말 듯 할 때가 있지만
소중한 것은 전부 노트북 안에 쓰여 있을 테니까 걱정 없습니다.
이즈미와 만날 약속을 하고 걸어가던 중
고등학생인 남녀가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지나갑니다.
그 순간, 과거가 무언가를 내게 보여주고, 무언가를 내게 들려줍니다.
교복을 입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남학생의 등도,
언젠가의 내가 자전거 짐받이에 올라탄 채 '야호'라고 소리를 지른 것 같았습니다.
누굴까 골똘히 생각해 봤지만 짐작이 가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 와타야 이즈미의 절친 히노 마오리에게
가미야 도루는 고백을 했습니다.
도루는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정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히노 마오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으로 2학년 골든위크 때 사고를 당한 이후
전날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마오리의 부모님과 나만 알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전날까지 기억해야 할 사실을 적은 노트를 보고
학교에 등교하는 미오리가 갑자기 도루와 사귀기로 했답니다.
며칠이 지난 뒤에 미오리는 도루에게 자신의 병을 고백했고,
도루는 그 사실을 노트에 적지 말라고 부탁하며
'오늘의 히노'를 행복하게 해주기로 결심합니다.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도루에게 물어보자
그는 히노랑 보내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히노가 자신을 놀라게 하고 다시 보게 해주며
이런 자신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난 도루가 좋아지기 시작한 마음을 접었지만
그가 죽고 그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나루세, 히노 마오리, 와타야 이즈미의 이야기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에서 확인하세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스핀오프입니다.
하지만 전작을 읽지 않아도 줄거리가 이해되고,
전작을 읽었더라면 등장인물이 반가울 것입니다.
이즈미 와타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고등학교 시절은
절친 히노 마오리와 히노의 남자친구 가미야 도루의 이야기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이한 연인 관계인 둘은 타인을 배려하고 마음을 나눠주는 사람들입니다.
이즈미 와타야는 가미야 도루에 대한 마음이 싹트면서 둘을 멀리하다
자신의 마음을 소중히 하라는 히노 마오리의 말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인정합니다.
인생에서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편은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있는 것을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있는 것은 질량을 수반해 어쩔 수 없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즈미 와타야는 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마음 이상으로 소중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상대방,
평범하고도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온 자신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열망,
상대방으로 인해 자신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이렇게 사랑은 사람을 성장하게 합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할 이들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