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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식 아파트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8월
평점 :

2015년 단편소설 "미루나무 등대"로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수박 맛 좋아", "꽃들의 대화"를 썼습니다.
저자의 <복도식 아파트>를 보겠습니다.

연극배우 커플이었던 은영은 남편을 위해 연극을 포기하고 학습지 교사를 했습니다.
결혼한 지 이 년 뒤에 재계약할 시점이 돌아오자 주인은 계약금을 올려달라 했고,
친정아버지께 돈을 빌려 재계약을 했습니다.
그 후로도 집값은 무섭게 올랐습니다.
남편 정수는 집값이 폭락할 거라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이 년마다 집을 옮기며 살았고, 이사할 때마다 대출금은 늘었습니다.
어느 날 갭투자란 말이 생겨났고, 그것으로 부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은영은 집을 사기로 마음을 정했고, 발품을 판 덕분에
경기도에서 십오 년 된 59㎡ 복도식 아파트를 샀습니다.
내 집 마련의 기쁨도 잠시, 15년 동안 잠잠하던 아파트 근처 매립지에
작년부터 시가 시공사를 선정하고 공사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거래했던 부동산에 가서 확인하니 살 사람이 없어서
시세가 삼천만원 정도 떨어졌다고 합니다.
옛날 은영의 엄마는 아파트 투자를 여러 채 했다가 외환위기 때
아파트 가격이 반 토막 나서 궁지에 몰리자 결국 자살을 했습니다.
살던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갔으나 빚은 남았고,
엄마가 친척들에게 빌린 돈 때문에 친척들은 등을 돌렸습니다.
은영과 아버지는 연고 없는 강원도로 갔고, 그곳에서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은영은 극단에 들어갔고, 대학로 오디션에 합격해 서울로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으로 살아남기 힘들어 이 년제 대학의 연극과에 진학해
5살 연하인 현재 남편 정수를 만났습니다.
정수가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축하 기념으로 동네 식당에서 밥과 술을 먹었고, 둘은 오랜만에 취해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서 집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머리를 산발하고 입술이 터진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편의점을 향해 뛰어왔습니다.
그 뒤로 식칼을 든 남자가 여자의 뒤를 쫓아왔습니다.
놀란 은영과 정수는 편의점에 들어갔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자주 있는 일이라며 경찰에 신고했으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문 앞에서 여자의 멱살을 움켜잡고 같이 죽자고 소리치는 남자를 향해
은영은 뛰쳐나가 칼을 잡고 남자를 말렸습니다.
그동안 여자가 일어나 파라솔 대를 뽑아 들더니 남자를 후려치기 시작했습니다.
은영도 남자에게 발길질을 했고, 도착한 경찰은
여자 둘이서 남자 하나를 폭행하는 장면만 봅니다.
남자는 구급차에 실려가고 여자와 은영은 파출소로 연행되었습니다.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은영에게
여자가 빵집 3층에서 체육관을 운영한다며 정다은이라 소개합니다.
가족도 경찰도 해주지 못한 걸 해줬다며, 자신도 힘을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합니다.
그렇게 만난 둘은 마음이 통했고,
매립지 건설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반대투쟁위원회에 들어갔습니다.
영화에 출연한 정수가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하고,
반투위 사람들과 시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사람들의 갈등은 심해지는데,
뒤의 이야기는 <복도식 아파트>에서 확인하세요.
<복도식 아파트>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입니다.
예전엔 돈이 조금만 있거나 대출만 하면 누구나도 집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경제가 성장기일 때 부동산은 돈이 되었고,
자기 돈도 아니고 은행 돈으로 집을 산 사람들은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을 시세차익으로 챙겼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500원 아끼고, 전기 아끼면서 사는 사람이 바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뉴스에서, 주위에서, 온라인에서 마지막 기회라고 떠들다 보니
무리해서라도 집을 산 사람은 1997년 IMF 때, 2007년 서브프라임 때 절망을 맛보았습니다.
주인공 은영의 가족도 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결혼을 한 은영은 이 년마다 집을 옮기며 살았지만
전세금은 매번 올라갔고, 대출금은 늘어났습니다.
큰맘을 먹고 경기도 외곽에 십 년이 넘은 복도식 아파트를 샀는데,
시가 매립지에 공사를 시작한답니다.
매립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동요했고,
집값이 떨어질 거라 생각해 은영은 다시 절망에 빠집니다.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주는 안 좋은 요인이 생기면
아파트 호가가 떨어지고, 그러면 당장 큰일이 나는 줄 압니다.
실제로 그 아파트를 떠나는 주민이 많아지고 빈 집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떠났던 주민의 수만큼 새로운 주민이 이사를 오고,
안 좋은 요인들에 열을 올리는 주민들도 무덤덤해집니다.
서서히 망각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람들은 너무 쉽게 분노하고 너무 쉽게 잊어갑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아니면 내가 아는 누군가가 은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