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퍼즐러즈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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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71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교토대학 문학부에 입학해 교토대학 추리소설 연구회에 가입했습니다. 동아리 전통인 '범인 맞히기' 게임의 명수로 추리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2002년 전자책 판매 사이트에서 "그녀가 페이션스를 죽일 리 없다"를 발표했고, 2004년 <알파벳 퍼즐러즈>를 출간하며 정식으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첫 장편소설인 "가면환쌍곡"과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밀실수집가", '알리바이를 깨드립니다' 시리즈, '붉은 박물관' 시리즈, '왓슨력' 시리즈 등 20년 넘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의 정식 데뷔작 <알파벳 퍼즐러즈>를 보겠습니다.



도쿄 미타카시의 이노카시라 공원 근처에 AHM이라는 4층짜리 맨션이 있습니다. 건축 연수는 10년, 한 층에 2DK 짜리 집이 세 대씩 들어가 있습니다. 4층 전체는 건물주의 거처로, 맨션 전체는 열 세대입니다. 범죄와 미스터리 번역가인 나라이 아키요, 경시청 수사 1과 형사인 고토 신지, 정신과 의사인 다케노 리에는 변호사였다가 이모 유산을 받고 그만두고 맨션을 지은 건물주 미네하라 다쿠의 서재에 종종 모여서 이야기를 합니다.

작년 7월에 아키요의 지인이 가사도우미에게 독살당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답니다. 의사 리에는 뭐든지 음식물에 독이 들어 있다는 생각에 결부시켜 환자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괴로운 일이랍니다. 지인이 자존심이 센 편이라 다음날 다과회에 초대받은 아키요는 리에와 함께 가서 살펴보기로 합니다.

92년 4월 18일 오전 8시에 학교에 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선 나루세 에쓰오를 데리고 있다며 돈을 준비하라는 협박범의 전화를 아버지 마사오가 받았습니다. 만약 돈을 내지 않거나 경찰에 신고하면, 감금된 아들이 있는 곳에 시한폭탄을 설치했고 다음 날 오후 7시에 폭발한답니다. 다음 날 오후 4시까지 신권이 아닌 1만 엔 권으로 1억 엔을 준비해 보스턴백 두 개에 나눠 담고 전화를 기다리랍니다. 마사오는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고 협박범의 전화를 기다립니다.

아키요의 지인은 어떻게 되었을지, 아들 에쓰오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다른 이야기와 자세한 이야기는 <알파벳 퍼즐러즈>에서 확인하세요.




제목에 붙은 알파벳 때문인지 <알파벳 퍼즐러즈>의 단편의 제목들은 알파벳으로 시작됩니다. 20년 가까이 함께한 가정부가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는 피독망상 자산가가 청산가리가 든 캔을 마시고 죽은 'P의 망상', 미술관에서 학예사가 살해당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F의 고발', 크루즈선 최고급 객실에서 유명한 화장품 회사 대표가 다잉 메시지를 남겨놓은 채 죽은 'C의 유언', 12년 전 유괴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남자가 쓴 수기가 인터넷에 공개되는 'Y의 유괴'까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퍼즐을 실었습니다. <알파벳 퍼즐러즈>는 이른바 안락의자 탐정이 등장하는데요, 사건 현장에서 직접 수사에 참여하며 증거를 관찰하거나 수집하고 범인을 추적하는 것보다는, 준비된 인적·물적 자원을 토대로 자신의 직관과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의 한 유형입니다. 어떻게 현장을 보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범인을 알아맞힐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탐정 역할의 미네하라는 이야기에서 발견한 이해되지 않는 점들을 바탕으로 범인을 특정합니다. 그의 추리를 들으면 과연 그렇구나 싶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누가 범인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저자는 추리소설을 연구회에 들어가고 싶어서 교토대학교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추리소설 연구회는 아야츠지 유키토, 마야 유타카 등을 배출한 유서 깊은 동아리로, 전통적인 '범인 맞히기' 제도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웠답니다. 그 역량을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책은, 특히 책의 절반 분량을 차지하는 마지막 이야기 'Y의 유괴'에서 더욱 빛납니다.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고, '에필로그'에서 밝혀지는 진범의 정체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어서 더욱 놀랐습니다. 저자가 선보일 미스터리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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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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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다가 들켜도 곧바로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해서 자신조차 믿을 정도인 사이코패스들의 두뇌싸움이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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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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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2021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으로 에드거상 최우수 데뷔 장편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2021 '뉴욕 타임스' 스릴러 베스트와 아마존 에디터스 픽에 선정되고, 많은 매체에서 '가장 기대되는 소설'로 꼽혔습니다. 그럼,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을 보겠습니다.



클로이 세브러는 존 애덤스 대학 심리학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지원받은 신입생입니다. 레너드 와이먼 박사가 진행하는 심리학 프로그램인 '다기법 사이코패스 패널 연구'는 전화 면담과 질문지 조사, 치료사의 평가로 사이코패스로 진단받은 사람들을 행동을 교정해 사회 일원이 되도록 관찰, 지도하고 있습니다. 클로이는 이 대학교에 꼭 입학해야 할 목적이 있었는데, 6년 전 그녀를 강간한 윌 바크먼이 이곳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클로이는 DC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정된 10월 23일에 윌을 죽이기로 계획을 세웁니다.

공화당 버지니아주의 의장의 아들 찰스 포트몬트는 SAE라는 남학생 동아리 회원이며 학생회장에 입후보했습니다. 또한 와이먼 박사의 프로그램 참여자이기도 합니다.

12살 때 앤드리 젠슨의 누나 키이라가 천식발작을 일으켰고 구급차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죽었습니다. 그 충격으로 청소년 비행을 하자 앤드리는 특수 학교로 보내졌고 품행장애로 진단받았습니다. 3학년이 되어 레너드 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책자를 받고 앤드리의 형이 장난으로 그들을 속여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인터넷과 형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에 합격했고, 4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는 편지를 본 부모님이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감동한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앤드리는 프로그램 참여를 속이고 대학교에 왔습니다.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앤드리가 첫 번째 평가를 받으러 심리학과 건물 실험실에서 여러 질문지에 답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온몸을 얼어붙게 하는 비명이 들리고, 시끄러운 쿵 소리가 나며 도와줘라는 말도 들립니다. 그 소리가 나는 실험실 문을 열었더니 피가 흥건한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꾸르륵대는 젊은 남자가 있었습니다. 앤드리는 도와달라고 소리치며 911에 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들다가 복도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에게 도와달라 외치자 그는 두 손을 허공으로 들어 올리며 비꼬는 듯이 미소 짓고는 돌아서서 복도를 따라 느긋하게 걸어갑니다.

사이코패스를 모아둔 대학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이며, 클로이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지, 자세한 이야기는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에서 확인하세요.




사이코패스와 연쇄살인마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요. 이건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지와 비슷한 류의 질문일 겁니다.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에선 상상 속의 일이 이야기로 펼쳐집니다. 레너드 와이먼 박사가 진행하는 사이코패스 연구 참여자 중에 사이코패스 두 명이 살해당합니다.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들을 죽인 걸까요. 일반 대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곳에 사이코패스 연구가 진행되는 줄 모르기 때문에 이 둘의 살인은 여러 가지 소문을 낳습니다. 그로 인해 6년 전 클로이를 강간한 윌을 죽이기 위한 그녀의 계획도 꼬이게 됩니다. 프로그램 참여자인 찰스와 앤드리도 클로이를 의심하고, 클로이를 스토킹하는 스토커와 찰스에게 사이버테러를 한 사이버가이도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연쇄살인마인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헷갈리는 궁금한 가운데, 클로이와 찰스의 미묘한 신경전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합니다. 이야기를 읽을수록 '사이코패스=범죄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오해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이코패스는 미국 인구의 약 2~3%로 추정되며 일반인과 두뇌가 기능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합니다. 사이코패스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느끼거나 충동을 관리하는 데 생물학적으로 제약이 있는데,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범죄와 연루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교도소에 가지 않고, 제대로 지도 받으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파괴하지 않고도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답니다. 사이코패스가 대중매체에서 주로 연쇄살인범이나 흉악 범죄자로 묘사되기에 살인을 즐긴다는 오해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님을 알았고,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품행장애와는 다른 형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다가 들켜도 곧바로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해서 자신조차 믿을 정도인 사이코패스들의 두뇌싸움이 흥미진진해서 이야기의 마지막이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 되어 속편이 나오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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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5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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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



1936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서남부 항구도시 글래스고에서 태어난 저자는 로맨스와 추리소설 분야에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100편 이상의 역사 로맨스 소설을 본명인 매리온 채스니를 포함, 헬렌 크램프턴, 앤 페어팩스, 제니 트레메인, 샬럿 워드라는 필명으로 발표했으며, M.C.비턴은 추리소설 작품에 쓰는 필명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최북단 서덜랜드를 여행하던 중 비턴은 첫 번째 해미시 맥베스 이야기를 떠올리고 본격적으로 추리소설 집필에 전념했습니다. 1985년 "험담꾼의 죽음"을 시작으로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현재 31번째 권까지 발표되었습니다. 그럼, 다섯 번째 <매춘부의 죽음>을 보겠습니다.



<매춘부의 죽음>은 스트래스베인에서 순찰 중인 해미시 맥베스를 다시 마을로 오게 하려고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선두에는 은퇴한 화류계 출신 여성인 매기 베어드가 있습니다. 그녀는 남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냈고, 그 돈을 잘 굴려서 부족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폐암에 걸렸다 나은 조카 앨리슨 커와 이곳에 왔는데, 생각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의술의 힘을 빌려 예전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매기는 세 번째 결혼을 결심했고 옛 연인 네 명을 초대했습니다. 런던 핀칠리 자동차 매장주 크리스핀 위더링턴, 런던에서 온 도박 클럽 운영자 제임스 프레임, 퇴물 대중가수 스틸 아이언사이드, 런던에서 온 광고 회사 이사 피터 젱킨스로, 매기는 심장이 아주 약하다 보니 그녀의 남편은 아주 부유한 남자가 될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남편을 택하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불길에 휩싸인 자동차 안에서 그녀는 죽습니다.

사고사인지, 타살인지 해미시 맥베스는 수사를 시작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매춘부의 죽음>에서 확인하세요.




스코틀랜드 최북단 로흐두 마을의 순경 해미시 맥베스가 없다면?! 그야말로 팥 없는 단팥빵이자 붕어빵일 것입니다. 그만큼 해미시 맥베스의 존재감은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커져갑니다. 윗사람들에게 책잡힐 구실을 만들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그가 과연 형사들을 도와 열심히 수사를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그를 괴롭혔던 블레어 경감 대신 이언 도나티 경감이 와서 사건을 수사했고, 수사 실력도 좋았으며 사건 수사에도 그를 끼워 주었습니다. 도나티 경감은 좀 다를까 싶었지만 사건 해결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는 건 똑같습니다. 도나티 경감은 더 좋은 곳으로 전출되기 위해 애썼지만, 악연이었던 블레어 경감이 해미시가 사건 해결을 한 것임을 알고 총경에게 말했답니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를 일입니다. 어제의 악연이 오늘의 인연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니 인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니, 누구를 만나도 나쁘게 대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매춘부의 죽음>에는 모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가깝고 편한 가족에게 말을 함부로 합니다. 그 말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주눅 들게 만들고, 결국 자신의 존재까지 싫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진실된 말을 한다는 착각에 빠져 남을 재단하거나 평가를 내리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이야기 끝에는, 로흐두 마을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언제나 똑같은 로흐두 마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시리즈의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


하지만 말은 지옥같이 상처를 준다.

모욕적인 말은 그 순전한 무게로 내리누르며

자존감이 천천히 뭉개져 버릴 때까지 차곡차곡 쌓여 간다.

p.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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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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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1975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4년 "등의 눈"으로 제5회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같은 해 발표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백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섀도우"로 2007년 본격미스터리대상을, "까마귀의 엄지"로 2009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로 2010년 오야부하루히코상과 "광매화"로 야마모토슈고로상을, "달과 게"로 2011년 나오키상을 받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합니다. 그럼,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저자의 신작 <I>를 보겠습니다.



<I>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됩니다. '페트리코'와 '지오스민'입니다. 어떤 순서로 읽을지는 독자에게 맡기고, 그에 따른 주인공의 운명도 달라집니다.




설정부터 참신하다 못해 기발한 <I>는 두 개의 장을 무엇부터 읽을지에 따라 주인공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읽는 순서는 자유지만 독자인 나의 선택에 따라 죽을지, 살릴지가 결정됩니다. '이 책을 읽는 방법'을 보고 나면 이야기의 첫 장을 아무 생각 없이 넘기곤 했던 행동이 망설여집니다. 도대체 무엇부터 읽어야 할 것인지, 고민 끝에 결국 하나를 선택했고 그에 따른 결말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본문은 두 개의 장이 상하가 거꾸로 인쇄되어 있는데, 평범하게 인쇄되어 있으면 대부분 첫 번째 편부터 읽게 마련이어서 이를 막기 위해 뒤집힌 장을 먼저 배치했다고 합니다. 제목은 위아래를 뒤집어도 같은 형태가 되는 알파벳 'I'로 'I am'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두 개의 장의 이름은 '페트리코'와 '지오스민'으로 처음엔 등장인물의 이름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나타나지 않아서 어떤 뜻일까 궁금했는데, 본문에 나오더라고요. 둘 다 그리스어로 비가 내릴 때 나는 냄새인 페트리코는 '돌의 피', 비가 그칠 때 나는 냄새인 지오스민은 '대지의 냄새'를 뜻한답니다. 장의 화자는 다르지만 비슷한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다 읽게 됩니다. 그렇게 결말까지 다다르면, 더 이상 바뀔 게 없는데 무엇이 바뀌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물음표를 머리에 둔 채 읽는 순서와 반대로 다시 읽었습니다. 그렇게 읽고 나니 보이는 또 다른 결말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해되지 않거나, 놓치고 지나간 부분은 '편집자 후기'에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편집자 후기의 글을 읽으며 이야기를 정리했고, 작가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설정의 탁월함과 별개로, 무국적자에 대한 안타까움도 들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무국적자는 학교에 가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결혼하는 것조차 어렵답니다.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무국적자는 440만 명에 달하는데, 실제 수치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지역에 존재하고 있다니 이곳에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곤란함에 직면했을 때 외면하지 말고 도와줄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함께해야겠습니다. 이외에도 이야기 속에 나오는 부모처럼 괜찮겠지 하며 넘어가고 말았던 일들을 반성하게 하는 <I>는 설정만큼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다음 작품에는 어떤 탁월함과 깊은 이야기로 독자를 놀라게 할지 기대됩니다.


ㅡㅡ 그렇게, 모든 일이, 간단명료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누가 잘못했는가.

무엇이 잘못이었는가.

p.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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